핸드크림을 바르자
네일 아트로 기분 전환 하기
내 손은 작고 손가락은 짧고 굵다.
나는 내 손이 예쁘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손이 곱고,예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곤 했다. 손톱이 짧아서 못생기진 않았다. 다만 문제는 손가락 길이가 짧아서 내 눈에 안 예쁜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네일 아트로 시선을 분산시키면 확실히 예뻐 보이긴 한다. 때문인지 나는 사람들을 만나거나 기회가 될 때마다 사람들의 손을 유심히 관찰하곤 한다. 하다못해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도 손들을 놓치지 않는다. 차승원 님 손이 못생긴 게 보였을 땐 세상이 공평하다고까지 생각했으니까.
여자들은 나이가 들면서 특히나 손에 집착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얼굴은 늙어가면서 손이 늙는 것을 더 부끄러워하기도 한다. 손은 거울이 없어도 항상 볼 수 있으니 바로바로 나이를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일까?
연예인 김희철 님은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예쁜 손에 집착한다. 수시로 핸드크림을 바르고 자주 네일케어도 받는다. 웬만한 여성들보다 더 부지런하다.
핸드크림은 그렇게 물을 만질 일 없는 연예인 남성분들이나 수시로 바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관심과 부지런이었다. 나는 귀찮아서 핸드크림을 거의 바르지 않는다. 특히 커다란 파츠를 올린 네일아트 같은 걸 하고 난 뒤엔 더더욱 바르지 않는다. 당연히 불편하다.
집안일을 하는 여자들은 네일아트를 해도 베이식하게 한다. 이렇게 반짝이는 파츠를, 그것도 대빵으로 큰 파츠를 붙이는 건 아무래도 불편한 구석이 많아서 지양한다.
나도 그랬다. 항상 식사 준비를 해야 하고, 쿠킹 글러브를 껴야 할 일도 종종 생기니까 네일을 안 하게 되었다..
한때 인스타그램에 요리 영상을 업로드할 때는 보이는 손 때문에 늘 하기도 했지만, 요리를 할 때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수시로 물을 묻혀야 하니까 일일이 닦을 때도 뭔가 불편하고 걸린다.
그런 내가 이번엔 대왕 파츠를 붙인 네일아트를 했다. 요리 영상을 찍지 않는데도 말이다.
사실은 하려고 한 게 아니었다. 엄지손톱이 가로로 부러지려고 하는데 자르면 손톱 밑의 살이 드러나야 하는 부분이라서 아플 것 같아 못 자르고 있었다. 조금 더 길 때까지 기다리는 중이었는데 옷 입을 때도 걸리고 머리를 감을 때도 걸려서 점점 더 갈라지고 있었다. 그래서 네일팁을 붙였다. 이렇게 딱 붙여놓으면 손톱이 어느 정도 기를 때까지 아프지도 않고 신경 쓰이지도 않게 된다. 다만 커다란 파츠로 인한 또 다른 불편함을 겪어야만 한다.
자연적인 것이 아니면 불편함을 감추기 위해 다른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법이다.
작은 손 하나에서도 이미 자연의 법칙을 깨닫는다.
매일 필사를 하고 두꺼운 책을 통으로 필사하는 내 오른쪽 중지 손가락은 펜을 잡는 안쪽 부분이 들어갔다.
오래전 미술을 할 때 매일 데생을 하느라 오른쪽 새끼손톱이 닳았던 것처럼.
무언가를 오래 하는 손은 그렇듯 티를 낸다. 그 티가 곧 그 사람의 커리어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 손이 고우면 고생스러운 일을 안 한 손이고, 농촌이나 어촌 등 몸이 고된 일을 하면서 늙으면 고생한 손이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손이 그 사람의 인생을 보여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손이 한 사람의 인생 모두일 수는 없다.
내 손이 내 눈에는 안 예뻐 보이지만 곱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고 내가 고생을 안하고 산 건 아닌 것처럼.
얼굴도 손도 나이에 맞게 늙어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다만 조금 부지런을 떨어서 열심히 핸드크림을 발라주면 조금 더 곱게 늙어가지 않을까?
가끔은 커다란 파츠를 붙인 네일 아트를 해서 나도 손에 물 안 묻히는 사모님 코스프레를 조금 해도 되지 않을까?
손톱이 예뻐서, 그래서 불편하니까 내가 못하겠는 일들을 남편에게 대신 좀 해달라고 하면 어떨까
보여줄 사람도, 만남이 잦은 것도 아니라서 나만 보는 네일아트라 할지라도 내 눈에 예쁘고 내 기분이 좋아지면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나이가 들면 손도 나이를 먹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문득 들여다본 내 손이 늙어있어도 슬퍼하지 말자.
대신 매일매일 봐주자. 아무도 알아봐 주지 않는 틈에 혼자 늙어가게 만들지 말고, 내 손이니까 내가 알아봐 주자.
손톱이 부러지는 게 아파서 네일팁을 붙인건데 의도하지 않은 기분 전환이 되었다.
사소한 것이지만 분명 효과가 있는 네일 아트.
불편하지만 기분이 좋아지는 작은 마법같은 일.
이 손톱을 보고 있으니 난 전혀 늙은 것 같지 않다.ㅎㅎ
예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