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너를 꼭 가지겠어!!
영어, 잉글리시..
왜 너는 이다지도 어려운 것이더냐...
그래도 손에서 놓지 않으면 언젠가는 내 것이 되겠지!!
영어? 뭐 못해도 먹고사는 데 지장 없었다. 그러니 정복하고 싶다는 생각은커녕, 굳이 배워야겠다는 생각도 안 하고 살았다.
그러던 내가 엄마가 되었더니 영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미친 듯이 몰려온다.
왜? 아이에게 영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다가, 그 이유가 나에게도 이유가 되었기 때문이다.
먼저 솔선수범하는 엄마가 되기 위해서 나는 영어 공부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준다.
엄마도 이렇게 매일 한다고, 매일 할 수 있는 건 재밌으니까 그럴 수 있는 거라고, 그러니 영어라는 것은 재밌는 것이라고.
아이를 5살 때부터 영어와 친해지게 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거금을 투자해서 원서와 CD와 DVD를 샀다. 아주 그냥 풀 패키지루다가, 이걸로 뽕을 뽑겠다면서.
영어유치원을 엄청 고민했다. 주변에 영유에서 살아남은 애들을 못 봤으므로, 그건 그냥 엄마의 욕심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접고, 대신 유치원에서 운영하는 영어 아카데미를 매일 보냈다. 소위 엄마표라고 내가 집에서 하는 것들만은 못 믿겠어서..
다행히 5살부터 아이는 영어에 대한 거부감은 물론 없었고, 오히려 아카데미 선생님은 나에게 전화를 하셔서
"어머님~ Alex가 따로 영어를 하는 게 있나요?"
"음... 왜 그러세요? " 혹시나 수업 진행에 무리가 있나 싶은 노파심에 잔뜩 주눅이 들어 여쭈었다.
"아니요 어머님, 오히려 너무너무 잘해서 여기 말고 또 따로 시키시는 게 있나 하고 궁금했어요."
"어머, 선생님~ 그래요오?~~~" 반색을 하며 호들갑을 떨기 시작한다.
"네 어머님, 어떤 때는 원어민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을 친구들에게 통역도 해준답니다. 그리고 아직 배우지 않은 단어들을 꽤 많이 알고 있더라구요."
그랬다. 엄마표를 무턱대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나는 꼼꼼하고 철두철미한 성격이라서 뭐 하나 찝찝한 게 있거나, 뭐 하나 걸리는 게 있으면 진행하지 않는다.
내가 엄마표 영어 교육을 듣고 , 공부하고, 엄마표 영어 선배들 실제 후기들을 살펴보니, 잘만 하면 학원에 보내는 것보다 훨씬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엄마표였다. (중요한 건 잘만 하면 이라는 것)
엄마가 영알못이라도 누구나 다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도전했다.
매일 꾸준히 리스닝에 집중했더니 아이는 귀가 제일 먼저 트였다. 영어 만화도 물론 다 알아듣고 보는 건 당연히 아니다. 하지만 영어로 된 만화를 보는 걸 좋아했다.
나는 엄마 영어 재미없어, 안 하고 싶어라는 이 말이 내 귀에 들려오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라면서, 강요하지 않되 습관으로 만들어야 했고, 생활 속에서 항상 영어는 그냥 말이야 한글처럼.이라는 인식을 자꾸 심어줘야 했다.
현재 8살인 우리 아들은 여전히 아웃풋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조바심이 난다. 거의 3년 정도 했는데 이쯤이면 나와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러면서 또 여기저기 찾아보니 3년 만에 아웃풋이 나오는 아이도 있고, 7년 만에 나오는 아이도 있고, 모두 다 다르지만 분명한 건, 그간 쌓아온 시간이 아이의 머릿속에 인풋으로 계속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어느 순간 무르익어 터지면 그때부터 아웃풋이 나오는 거라고.
그러니까 그게 언제 무르익어 터지냐고~ 엄마들은 왜 이렇게 조급할까. 지금 아이가 영어를 쏼라쏼라 잘한다고 치자. 초등 1학년이 혼자만 영어를 잘하면 재미가 있을까? 주변은 죄다 한국말 쓰는데?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굳이 지금 그렇게 영어를 쏼라쏼라 해야 할 이유도 없겠다 싶으면서 마음이 또 진정이 된다.
아이가 영어를 재미있게 했으면 싶어서 나도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원서를 읽어줄 때도 해석이 잘 안 되니까 항상 내가 먼저 읽으면서 공부하고, 아이에게 읽어줘야 했다.
아이들 그림책이라고 무시했다가 악 소리가 났다. 도대체 처음 보는 단어도 많고, 의성어, 의태어인 줄도 모르고 사전을 아무리 찾아도 안 나오는 것들 하며, 이게 무슨 말이야. 하는 내용이 대다수였다.
안 되겠다 싶어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유튜브만 해도 영어공부에 도움 되는 채널이 얼마나 많나.
그런데 이것이 무턱대고 아무거나 골라 따라 하거나 영상에서 알려주는 대로 하기에 무리가 있었다.
일단 내 수준에 맞는 강의를 해주는 채널을 찾다가 시간 다 날릴 판이다. 검색해서 알려준 채널들은 그들에겐 맞았으나 나와는 안 맞는 것도 많았다.
뭔가 자꾸 헤매는 느낌이 싫어서 짜증만 나고 있던 어느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인스타를 보는데 광고가 딱 뜬다!!. 영어 강의 광고였다. 광고 같은 건 당연히 안 보는 내가, 특히 공부 쪽으로 광고를 봤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미스터리 한 일이다. 그래서 바로 평생권으로 수강신청을 했다.
아~진짜 왜~ 이 분을 이제야 만났지? 대박 이렇게 영어를 가르치신다고? 아니, 이분을 학교로 보내야 하는 거 아니야?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가르쳐주시면, 스펀지 같은 아이들 영어 정복하는 건 일도 아니겠는데?
이런 생각만 했다. 영어에 집중하기보다 저 선생님을 학교로 보내거나, 학교 영어 선생님들을 교육시키는 강사로 채용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만 하기를 며칠. 그저 그분의 강의는 감탄사 그 자체였다.
처음으로 영어가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자기 전에 영어문장을 생각하며 잠든다는 게 말이 되나?
내일 영어가 하고 싶어서 빨리 눈뜨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게 말이 되냐고 ㅎㅎㅎ
그런데 내가 그랬다. 그렇게 1년 동안 미친 듯이 영어공부를 했다. 너무 재밌어서. 너무 막 신기해서.
그리고 1년 후.
난 여전히 영어를 못한다.
그 열정으로 1년동안 카이로스의 시간을 보냈더니, 과열되었다. 갑자기 푹 꺼지면서 늘 하던 대로 하는 게 어려워지고 미루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나 건진 건 있다. 독해가 확실히 늘었다는 것. 영어를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여전히 목마르다는 것, 놓고 싶지 않다는 마음,
하나가 아니라 네 개네?
아무튼 영어 하기 싫다 라는 마음이 사라진 건 정말 큰 걸 건진 것이다. 왜? 이제 하기만 하면 되니까.
나에겐 평생 수강권도 있고, 들은 강의를 또 듣고 또 들으면서 내 걸로 만드는 일만 남았다는 것.
영어를 공부하기 전에 제대로 된 스승을 찾은 건 영어 정복의 70% 를 성공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잘 가르쳐주는 선생님 찾는 데 들이는 시간을 벌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내 아이의 영어와 나의 영어를 정복하기 위해 한결같은 노력을 하고 싶다.
다행인 건 나도 아이도 영어와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이마안~~~ 큼이라는 거.
영어는 반복이다. 반복하고 또 하면서 자꾸 사용해보는 것이 원픽이다.
다른 건 없다. 알고 있는 것, 배운 것들을 매일 꾸준히 써먹어보기. 실생활에 적용해보기. 한 문장이라도 내 것으로 만들며 세 줄 일기라도 매일 써보기.
안다. 안다고~~~ 그게 말처럼 쉽지 않으니까 문제지~~
이럴 땐?
그냥 마음을 먹으면 돼!! 동기를 찾아!!! 마음먹기 위한 애를 써야지~!! 그걸 누가 대신해줄 수 있겠니? 니가 해야지!!
그래! 내가 해야지.
그래서 다시 마음을 먹고 동기를 찾고 꾸준하게 반복하기로 결심한다.
놓지만 않는다면 언젠가는 내 것이 되겠지.라고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