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아파요
나는 2주마다 한 번씩 병원엘 간다.
예방접종을 맞기 위해서다. 이제 한 번만 가면 된다.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도착한 그곳에 내가 처음 보는 아이가 신기해서 기분이 좋았다가, 갑자기 훅 들어오는 뾰족한 무엇이 너무 아파서 놀랐었다.
두 번째 병원에 갈 때는 그 주사라는 게 무서워서 가기 싫었지만, 나는 그 아이를 만날 생각에 또 신이 났었다.
덩치는 나보다 훨씬 크고 털도 더 많고 꼬리도 엄청 긴 아이, 눈 색깔이 나랑 다른 아이, 그 아이의 눈은 회색 같았다. 저번에 갔을 때 나는 신기해서 그 아이를 쫓아다녔는데 그 아이는 나를 싫어하는 눈치였다.
신기한 그 아이는 볼 때마다 걸어 다니기만 한다. 걔는 왜 나처럼 뛰지 않는 걸까?
심지어 그 애 발바닥엔 뭐가 붙었는지 걸을 때 소리도 안 나고, 그 우아함이란.
3번 채로 병원에 그 아이를 만나러 갔을 땐 그 아이는 없었다.
대신 그 아이와 비슷한 하얀 털을 가진 아이가 있었다. 걔는 더 친절했다. 내가 다가가도 피하거나 싫어하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걔네들은 나랑은 완전히 다른가보다. 그냥 혼자 있는 게 더 좋아 보인다.
나는 혼자 있는 건 심심한데.
접종을 3차까지 한 뒤에 엄마는 어느 날 내 등에 가방을 매 주셨다.
노란색의 사자모양. 그 가방이 나는 불편했는데, 엄마는 자꾸 예쁘다고 걸어보라고 했다.
처음 매보는 가방은 왠지 무거웠다.
나는 걷다가 자꾸 가방이 거슬려서 주저앉아버렸다.
엄마는 "아직 가방이 큰 것 같네, 구월이 조금 더 커야겠다." 하며 더 이상 가방을 매지 않게 해 주셨다.
나는 금방 크는 것 같다. 2주마다 병원에 가면 몸무게를 재는데, 난 어느새 2kg이 넘는 아이가 되었다.
그리고 대망의 산책하는 날이 돌아왔다.
이제 사자 가방도 더 이상 무겁지 않다.
엄마는 어떤 줄을 사자 가방에 걸어 손에 쥐었고, 나보고 걸으라며 문을 열어주셨다.
나는 이 문밖으로 걸어서 나가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엄마 내가 혼자 걸어야 해요?' 하는 눈빛으로 멈칫하며 엄마를 쳐다보았다.
엄마는 "구월아, 가자~나가보자~"하며 목줄을 살짝 당기셨다.
나는 첫 발을 내딛고 문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엄마는 가만히 서서 기다리신다.
나는 다시 앉아 엄마를 올려다본다." 왜 안 걸어요?"
엄마는 "엘리베이터 타야 해. 구월이 병원 갈 때마다 이거 타봤지?"
아~~ 집에서 바깥으로 나갈 때 네모 상자 같은 곳에 잠시 서 있던 그것이 엘리베이터구나. 생각했다.
밖으로 나왔다. 형아 학교를 데려다줄 때도, 병원 갈 때도 늘 다니던 익숙한 길이었다.
하지만 엄마 가방 속에서 보던 거리를 내가 혼자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왠지 두려웠다.
엄마는 조심스럽게 나를 끌었고, 나는 걷기 시작했다.
냄새들이 났다. 냄새를 쫓아가다 보면 어김없이 나무들이었다.
내 쉬야 냄새랑 비슷한 냄새들이 아주 많았는데, 모두 같은 냄새는 아니었다.
친구들도 이 길을 다니는구나 생각하며 나도 왔다 간다는 흔적을 남겨두었다.
왠지 뿌듯했다. 나는 이제 어른 강아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바깥은 생각보다 두려운 곳이 아니었다.
차들이 지나가는 길이면 엄마는 빠른 속도로 나를 들어 안아주었다.
차가 지나가면 다시 내려주기를 반복하며, 동네 한 바퀴를 산책했다.
나는 처음으로 무척 오래 걸었다. 다리가 아팠다.
" 엄마, 안아주세요" 나는 길 한가운데 앉았다. 엄마는 처음엔 내가 안아달라고 앉는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 자꾸만 줄을 잡아당겼다.
하지만 나는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앉아서 기다렸다. 엄마가 다가와 나를 안아줄 때까지.
내가 이겼다. 엄마는 나를 안으며 말했다.
"구월이 다리 아파요? 오구오구 많이 걸었어~~~?"
아 역시 엄마한테 안기는 게 젤루 좋다.
바깥세상은 뭐 별거 없네.
댕집사의 일기
구월이를 데리고 첫 산책을 나갔다. 처음이라 익숙하지 않을 테니 집 주변으로 가깝게 조금만 걷다 오자 싶어 데리고 나갔다. 생각보다 잘 걸어주었다. 나무마다 영역표시도 해가면서.
한 블록을 걸었다.
그런데 갑자기 구월이가 앉아서 꼼짝도 안 한다. 나는 기다려주었다.
무슨 냄새를 맡았나 싶었는데, 나무도 없는 곳에 차가 다니는 골목에서 떡 하니 버티고 앉아있다.
"저놈 봐라?" 줄을 살짝 당기며 "구월아 가자~" 하니 일어서는 척하더니 그 자리에 다시 앉는다.
다가가서 들어 안았다. 다리가 아팠던 모양인가 보다.
그래도 그렇지, 한 블록이라 봐야 정말 100미터도 안될 텐데...
안 되겠다. 요 녀석 체력을 길러야겠네.
요만큼 걷고 다리가 아프면 어떡해. 집에서 뛰 댕기며 장난치는 체력을 보면 등산도 하겠구먼.
첫날이니 그럴 수 있다며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고만큼 걷고는 피곤했는지 한참을 잔다. ㅋㅋㅋ귀여운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