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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바이 2022

진짜 다사다난했다.

by 그레이스웬디

2022년이 진짜 며칠 안 남았다.

범띠인 나에게 2022 호랑이해는 특별함을 주긴 했다.


여느 해와 다를 것 없이 시작한 2022년이었는데 마무리는 여느 해와는 다르게 할 수 있어 감사하다.

호랑이해에 범띠 가시내에게 기록할 거리를 준 2022 년아 (욕 아님 주의) 잘 가라~


무언가를 시작하고 작은 성과라도 내 본 것이 있다면 여지없이 인스타그램이었다. 물론 몇 년 전이다.

팔로워가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협찬을 쏠쏠하게 받았고, 마음만 먹었다면 공구그램으로 진행할 수도 있었다.

인스타그램 공구로 돈을 버는 인플루언서들이 많으니까. 나이도 상관없다.


인스타그램은 솔까 블로그보다 키우기 쉽다.

지금도 가끔 생각하지만 완전히 미쳐 있던 때가 한 2년 정도인데, 거기서 더 하기가 정말 싫었을까?

블로그로 전향을 하고 보니 인스타그램처럼 키우기 쉬운 플랫폼이 또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럼에도 다시 돌아갈 마음이 없다.

기껏 키워놓은 것을 다 죽여놓고 떠나버린 내가 조금은 멋있어 보인다.

더 어려운 것을, 더 힘이 드는 것을 더 크게 키우고 싶은 오만함? 도전정신? 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 처음부터 있었을 리 만무하다.

하다 보니 욕심나고 하다 보니 될 것 같아서 점점 큰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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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6-7개월 만에 키운 블로그 이웃수가 만 명이 훨씬 뛰어넘었다.

이것이 나의 해 2022년, 범띠인 내가 가장 잘한 일이고 성과라고 할 수 있겠다.

블로그를 하면서 배운 것이 너무 많다.

안 했으면 전혀 몰랐을 세상이었고, 몰랐으면 평생 써먹을 일조차 없는 기술들을 배웠다.


내가 미대입시를 준비하면서 전공으로 생각한 것이 시각디자인이었다.

그때 하지 못한 것을 블로그를 통해 작게라도 할 수 있었다. 전공과 취미를 비교할 생각은 절대 없고 또한 비교불가의 영역이지만 인생이란 참 재미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30년 전에 버린 꿈을 깨작거리는 수준일지라도 만지게 되다니.. 너무 놀랍지 않은가?

내가 홈페이지형 블로그 대문을 만들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그렇게 나는 2022년이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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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브런치 작가로 매일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것도 하나의 놀라운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막연히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에서 실행하는 나로 만들어 주었다.

이 또한 블로그로부터 시작된 일이었으니 나는 네이버에 무한한 애정을 가질 생각이다.


블로그가 커지면서 소통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여러 개의 모임이나 스터디를 통해 맺은 인연들이 생겼고, 나를 대우해주고 나를 믿고 따라와 주는 이웃들이 늘었다. 외로운 날들을 외롭지 않게 만들어준 것 역시 블로그였다.


마지막으로 2022년이 나에게 아주 특별한 해가 되려고 하는 가장 큰 역사는 15년 만에 아빠랑 연락이 닿았다. 나는 아직 아빠 목소리를 들을 자신도, 얼굴을 볼 자신도 없지만 소식이 전해졌다.

그로 인해 요 며칠 나도 모르는 눈물이 자꾸 나고 있다.

절대로 용서하지 못할 것 같았는데, 이 묵직한 마음이 그래도 가족이라는 연결고리를 끊어내지 못함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데 소식을 들으니 보고 싶다는 마음마저 든다.

언젠가는 아빠가 나의 글감이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반드시 풀어내야 할 숙제이며,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모른 체하기를, 피하기만 하기를 15년.

이제는 용기를 낼 것이고 아빠를 보러 갈 것이다.

꽁꽁 얼어붙었던 마음을 봄눈 녹아내리듯 풀어헤치게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나의 2022년, 열심히 잘 살아준 나를 토닥해본다.

머물기 대신 계속 도전하기를 선택한 나를 칭찬한다.

그리고 오래 닫아 두었던 마음 한 켠의 작은 방, 그 방 문을 빼꼼 열어볼 생각을 하는 나에게 기특하다고 쓰다듬어준다.


한 줄 요약 : 기운이라는 것을 나는 믿는다. 호랑이 기운을 받아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 준 2022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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