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타라 전기 제2화: 시험
향교의 아침은 어제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든 것이 조용히 뒤틀리고 있었다.
기둥은 여전히 검고, 종이는 눅눅했으며, 책장은 숨죽인 글귀로 가득했다.
그러나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은 이전과 달랐다.
기울어진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고,
대청의 공기는 묘하게 탁했다.
서가에서 새어 나오는 목소리는 작았지만, 또렷했다.
“어린 계집에게 향찰령이라니… 허 참...”
"그러게요. 한 마디 상의도 없이..." “
"선황께서 붕어하시니 향찰령이 너무 가벼워졌군.”
그들은 낮게 말했지만, 충분히 들릴 거리였다.
현옥은 낡은 의자에 앉아 말없이 듣고 있었다.
말없이, 그러나 심장은 작게 떨리고 있었다.
손끝이 꼬물거리며, 갈라지려는 감정을 꿰매듯 움직였다.
정명사란, 깃드는 귀를 바라보며 매 순간 예악으로 되돌리는 자.
정명사에겐 한 걸음 한 걸음이 모두 제례이며
한 호흡 한 호흡이 모두 예악인 것이다.
서탁 건너의 도유사는 묵직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현옥아.”
그의 음성은 엄하면서도 따뜻했다.
“마음에 담지 마라.”
“네.”
현옥이 짧게 대답하자, 도유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서가에서 향교 장의 셋이 걸어 들어왔다.
흰 문사복에 검은 띠.
그들의 걸음은 가지런했으나, 눈빛은 차가웠다.
수장의가 먼저 입을 열었다.
“향찰령을 내렸다 들었습니다.”
말은 도유사를 향했지만, 눈은 현옥에게 고정돼 있었다. 었다.
“그런 무게를 얕은 자에게 쉽게 주었다면, 향교의 위신이 위태해집니다.”
도유사가 씁쓸하게 말했다.
"선황의 붕어 앞에 향교조차 온전하지 못한 판국에, 위신이라…"
장의는 한 걸음 다가섰다.
"합당한지만 보고져 합니다."
"정 그러하다면 시험해 보거라."
도유사는 무심한 듯 일어나 대성전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겼다.
장의가 탁자 위에 한지를 펼치고 문진으로 눌렀다.
“정명사이니 마음 심(心)을 써보라...”
현옥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붓을 들었다.
먹향이 코끝에 스몄다.
‘심(心)’이라.
세상에서 가장 투명한 글자.
가장 무거운 말.
‘내 마음을 쓴다는 건…
내 속을 보여주라는 것.’
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고요히 끊었다.
붓끝이 종이에 닿았다.
그러나 그녀는 심자를 직접 쓰지 않았다.
마음 심의 테두리만을 그렸다.
붓의 결이 마치 호흡처럼 번져들었다.
장의의 얼굴엔 당혹이 비쳤다.
“정명사는 마음이 없느냐?”
“있습니다. 다만, 매 순간 비워내고 있을 뿐입니다.”
"이러하면 너를 어떻게 판별하겠는가?"
"장의께서 판별하시는 것으로 이 글자는 채워집니다."
"스스로 쓰라."
장의는 불신이 가득한 눈으로 현옥을 건너다보았다.
현옥은 다시 붓을 들었다.
탁자 한복판에 물그릇을 놓고, 붓끝을 물 위에 내렸다.
이번엔 선천부필로 마음 심을 썼다.
심자의 획은 물 위에 머물렀고, 한 동안 아무런 흔들림이 없었다.
그녀가 숨을 토해내자, 글자가 물결을 따라 번져갔다.
장의가 조용히 물었다.
"네가 생각하는 정명은 무엇이냐?"
"사람의 마음은 본디 머무름이 없습니다.
머무름도 없고, 잡을 수도 없는 것을
이름 붙이고, 지어지선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정명입니다."
장의의 눈에 부드러운 감정이 번졌다.
"내가 너를 너무 얕게 보았구나."
현옥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여전히 얕습니다."
그 순간, 그녀가 그려낸 심자에 장의의 마음이 스며들었다.
비로소 마음 심(心)자가 완성되었다.
장의들은 18세 소녀에게 공수하고 물러났다.
정적이 흘렀고, 향교의 빛이 조금씩 밝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