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타라 전기(鍮達 傳奇) #7 말해지지 못한 사랑

by 회안림

심장의 고동이 북처럼 울렸다. 현옥의 정신체는 일그러지는 시공의 틀 위를 궤적처럼 그리며 미끄러지듯 날았다.

천계와 지상을 잇는 고대의 봉인지대—유타라 산의 심연. 천 년 전 뒤틀린 시간이 그곳에서 여전히 일렁이고 있었다. 산은 깊숙이 떨렸고, 봉인은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그 중심엔 잠든 자, 보현자가 있었다.

현옥의 손에서 선천의 파동이 피어올라 은월도가 형상화되었다. 정신으로 빚어진 투명한 칼날. 존재와 결의가 결합해 태어난 천상의 검은, 빛을 가르며 그녀의 몸을 감싸고 보현자를 향해 곧장 쇄도했다.

하지만 그녀의 앞을, 세 존자가 막아섰다. 희고 투명한 옷자락이 무중력처럼 떠오른 세 천녀—그들의 기운은 공간을 고요히 뒤흔들었다.

연남해는 찬 바람 같은 눈매와 단정한 입술에 손에는 피리가 들려 있었다.
아라하는 오래된 북을 들고 있었고, 발끝엔 음향의 파문이 잔잔히 번졌다.
나함사는 빛나는 비파를 품었고, 존재 전체가 하나의 선율처럼 느껴졌다.

연남해가 먼저 나섰다. 서릿발처럼 날 선 목소리였다.
“그를 죽일 수는 없어.”

현옥은 눈썹을 치켜떴다.
“물러서 주세요.”

“안 된다.”
나함사의 말은 바람처럼 스쳤지만, 산맥을 흔드는 울림을 품고 있었다.

“물러서지 않으면, 너를 부숴버리겠다.”
아라하가 선언하듯 외쳤다.

이들은 보현자를 지키고, 유타라를 수호하는 존자들이었다.

그들의 눈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현옥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찰나의 틈을 노려 보현자를 죽일 수 있을까...

그러나 그녀에겐 시간이 없었다. 은월도의 빛이 도유사의 붓처럼 그녀를 감쌌다.
“비켜주세요. 급해요.”

그녀의 목소리는 단호하고 절박했다.

세 천녀는 서로 눈빛을 교환했고, 연남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를 피할 수 없다는 신호였다.

연남해가 숨을 짧게 내쉬며 피리를 들었다.

공기가 얼어붙었다.
아라하의 북은 아직 울리지 않았지만 대지의 결이 뒤틀렸다.
나함사의 비파는 소리 없는 공명을 일으켰다.

세 천녀의 기운이 동시에 고조되었다.

현옥은 은월도를 들었다.

그것은 단순한 공격이 아니라 그녀의 결단이자 의지였다.
피리가 창공을 꿰뚫었고, 북이 대지를 흔들었으며,

비파는 무음으로 영혼을 뒤흔들었다.

파동과 파동이 충돌했다.

은월도가 피리의 진동에 흔들렸고, 북의 파장은 그녀의 중심을 가르고 들어왔다.

천녀들의 공격은 정밀하고도 무자비했다. 나함사가 비파를 튕기며 물었다.
“넌 누구냐?”

현옥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은월도로 그 음파를 가르며 외쳤다.
“나는… 기억을 품은 자입니다.”

세 천녀가 동시에 악기를 들었다.

피리의 공진, 북의 공폭, 비파의 정적—세 신기의 극점이 현옥을 향해 쏟아졌다.

그 순간, 그녀는 그들의 눈동자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외쳤다.
“연남해. 아라하. 나함사.”

그 이름 셋. 단 하나의 울림으로 공간이 뒤흔들렸다.

세 악기의 파장이 흔들리고, 천녀들의 눈빛이 요동쳤다.

전투는 정지했다.

공기의 떨림조차 사라졌고, 은월도와 피리, 북, 비파는 고요 속에 얼어붙었다.

아라하가 떨리는 입술로 속삭였다.
“우리 이름을… 어떻게…”

정적을 가르며 현옥의 목소리가 울렸다.
“나는… 태고의 순간부터 지켜본 자입니다.”

현옥은 초혼재생술을 펼쳤다.

그녀의 기억 속에서, 봉인된 서사가 흘러갔다.

보현자. 사라연. 침묵. 허무. 제단. 셋으로 나뉜 심장.

그 기억이 천녀들에게 닿았다.

연남해가 눈물 머금은 시선으로 말했다.
“우리가 그를 기다린 줄 알았는데… 반대였구나.”

아라하도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우리 셋 중 누구도 선택할 수 없던 이유도…”


연남해가 고개를 들었다.
“어째서 그는… 허무가 되기 전까지 말하지 못한 거야?”

현옥이 답했다.
“그가 말하는 순간, 당신들 모두가 상처받을 테니까요.”


나함사가 조용히 덧붙였다.
“그래서, 너는 허무가 그의 침묵이라는 거지?”

현옥은 부드럽게 속삭였다.
“이제는… 그를 보내줘야 해요.”

세 천녀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오랜 세월 묻혀 있던 감정,

그들을 존재하게 한 근원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리고, 세 실루엣이 겹쳐지며 하나의 이름이 떠올랐다.

—사라연.

그 순간, 천녀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었다.
아라하가 속삭였다.
“네가 사라연으로… 보현자를 보내줘.”

현옥은 고개를 끄덕였다.
세 천녀는 각각 흰색, 붉은색, 푸른색의 빛을

그녀의 이마, 가슴, 배에 투사했다.

그들의 기억이 현옥의 정신체 안에서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존재의 궤도가 하나로 수렴되며,

그녀의 눈동자에는 사라연의 기억이 완전히 자리 잡았다.

그 순간, 현옥은 깨달았다.

자신이 사라연인지, 사라연이 자신인지—그 경계는 사라졌다.
그녀의 뺨 위로, 한 줄기 눈물이 조용히 흘렀다.

연남해가 말했다.
“사라연, 우리를 대신해서… 그를 보내줘.”

세 천녀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현옥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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