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연봉은 얼마 일까? 그래서 난 몇 살이라고?
보람이는 반에서 나랑 가장 친했던 친구의 이름이었다. 갑자기 그 이름이 왜 나오는지 도대체 무슨 일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보람이도 그래 보였다. 태풍이는 두 눈을 끔뻑거리고 있었다. 보람이는 본인은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고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선생님은 그럼 본 사람이 지금 한두 명이 아닌데 그럼 이걸 잘못 본 거냐고 다그쳤다. 심지어 한두 명이 써낸 게 아니라니.. 나는 그 일이 어떻게 해결되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때 보람이의 이름이 불렸던 순간만큼은 너무나 생생히 기억이 난다. 나와 친하다는 이유 만으로 하지도 않은 일에 이름이 불렸던 그날 이후로 나는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거구나 뼈저리게 느꼈다. 진실은 도무지 상관이 없다. 그렇다면 나도 그들이 무얼 생각하고 말하는지 상관없다. 어린 나이에 일을 그만두고 결혼을 결정하기까지 내가 내린 무수히 많은 결론들에 그들이 도와준 건 아무것도 없었다. 고작 퇴사하나 하는데 겪은 일에서 느낀 점이라기에는 과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몇 차례의 경험에서 나는
그렇게 결혼을 하고 바로 첫째가 등장했고 뒤이어 둘째도 등장했다. 분명히 나의 자유의지로 계획을 하고 낳았지만 문득문득 이 상황이 신기하다. 마치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된 기분이다. 10년 전에 나는 이런 계획을 세우거나 이 비슷한 생각도 못해봤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엄마가 된다는 게 무엇인지 몰라도 한참 몰랐었던 것도 한몫하는 모양이다. 지금 나는 경력이 단절된 두 아이 엄마다. 아무래도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꽤나 아쉽다. 활발한 사회활동과 연애활동으로 바쁜 친구들의 인스타를 둘러볼 때는 그러한 감정이 더 밀려온다. 하지만 무엇이든 안 가본 길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생기기 마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보물 같은 내 아이들을 두고 일을 가거나 혹은 이미 이 아이들의 존재를 알게 된 이 마당에는 아예 만나지도 못했다는 생각을 하면 또 그대로 아쉽다. 친구들이나 주변사람들이 종종 일을 그만두고 일찍이 결혼한 것에 대해 후회하냐고 묻는다. 후회라는 것은 기회비용 그 비슷한 것 같지만 더 처리하기 어렵다. 기회비용은 선택에 따른 차선의 가치로, 절대적인 가치를 비교해 보고 선택하는 것이지만 실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그 가치도 비교하기 어렵다. 만약 기회비용을 철저히 계산을 했더라도 후회라는 감정을 함께 맴돈다. 그래서 잘못 선택했구나 싶은 후회보다는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때때로 떠오르는 아쉬움으로 그 마음을 치환해 보려 한다.
하지만 재정적인 것과 경력에 대한 아쉬움은 꽤나 커서 자꾸만 나를 뒤돌아 보게 한다. 내가 일했던 금융업 특성상 연봉이 높은 편이었고, 동기나 친구들은 벌써 연봉 억 근처에 가있다. 요즘 맞벌이 부부의 아이를 봐주는 베이비시터 이모님의 경우 내 주변의 평균 시급으로 따지자면 18,000원 정도다. 아이만 보는 것도 이렇게나 꽤나 높은 시급인데 그럼 나의 지금 연봉은 도대체 얼마쯤 되는 걸까? 나의 경력은 육아/돌봄 서비스로 쌓이고나 있는 것일까? 궁금했지만 더 이상 궁금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의 경력단절이 나를 차후에 어떤 길로 이끌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현재 나는 전업주부로 아이들의 육아에 전념하기로 결정한 이상 이제 아이들이 업무고 프로젝트다. 이렇게 아이들에게 집중하는 삶을 살다 보면 나 자신은 까마득해지기도 한다. 그리 많이 먹은 나이도 아닌데 이제 나이가 몇 인 지도 헷갈린다. 사람들이 몇 살이냐 물으면 몇 살인지 세기 바쁘다. 왜 어른들께 나이를 물으면 몇 살 대신 몇 년생으로 대답했는지 이제야 이해가 간다. 내 마음은 여전히 25살에 머물러 있기도 하고 가뜩이나 헷갈리는 마당에 만 나이까지 도입되어 덕분에 어려지긴 하였으나 정말 몇 살인지 다시 세어본다. 그 와중에 누군가 우리 아이들의 나이를 물으면 바로 “ 첫째는 올해 5살이고 둘째는 29개월이에요”라고 단번에 말하는 나는 엄마다. 엄마 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