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쉬는게 어려울까?

쉼을 배우는 중입니다

by 코기토

30대 중반이 되기 전까지, 나는 쉬는 방법을 몰랐다.

그렇다고 앞만 보고 부지런히 달린 것도 아니었고,

많은 걸 성취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덜덜 떨면서 걱정에 시달리거나,

혹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에 잠식된 채

쉬는 것도 아니고, 생산적인 것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를 유지하며 살았다.


그래서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았고,

자도 잔 것 같지 않았고,

항상 피곤했다.


매일이 피곤하니 다른 데 집중할 수 없었다.

아비정전의 아비처럼 나는 늘 허공을 부유했다.

쉬고 싶었지만, 참말로 어떻게 쉬는지 몰랐다.


어느덧 불현듯, 나는 쉬고 싶어졌다.


그래서 ‘투두 리스트’를 과감히 개편했다.

보통은 10~20개 정도 되던 일들을 3개로 줄였다.

그중 하나는 **‘10분간 멍하게 있기’**였다.


그 시간만큼은 자유롭기로 했다.

처음에는 자꾸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래도 되나?’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냐?’

쉬는 것도 기준을 찾으려 애썼다.


이제는 조금씩 익숙해졌다.

침대에 팔을 베고 눕는다.

베개와 이불을 느낀다.

너무 근육적인 힘을 주지 않고,

천장을 본다.


눈을 감으면 자꾸 과거나 미래의 걱정으로 가버리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천장을 본다.


가끔은 비교가 밀려온다.

“내가 이렇게 멍 때리는 시간에,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부지런히 살고 있을까.”

그럴 때면 다시 무언가를 하려는 생각이 슬며시 스며든다.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연습’**을 멈추지 않는다.

이런 사람도 있는 것이다.

나처럼 쉼을 이제서야 배우는 사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도 잘하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쉬는 중이다.

그리고…

그거면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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