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몰입·인연, 세 동반자가 빚은 삶의 보석
원석은 처음엔 그저 무거운 돌덩이에 불과하다. 그러나 불, 망치, 바람, 물의 수많은 연단 과정을 거쳐야만 그 안에서 빛을 품은 보석이 드러난다. 글쓰기와 영상 제작의 여정도 다르지 않았다. 마음속 깊이 묻어두었던 생각과 아이디어가 오랜 연단을 지나 서서히 제 빛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 길을 이끌어 준 것은 세 가지 강력한 동반자였다.
행동심리학자 B.J. Fogg는 “작은 습관(Tiny Habits)”이 큰 변화를 만든다고 말한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약 20일간의 반복이 있어야 몸과 마음이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한다. 거창한 결심보다 사소한 반복이 뇌의 회로를 바꾸고, 스스로 무언가를 해냈다는 자기 효능감을 길러준다.
나에게는 탁구가 그런 시작이었다. 20대 초, 포핸드와 백핸드를 배우고 도시 생활을 시작하면서 잊혔던 탁구를 다시 잡았을 때, 그것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었다. 멈춰 있던 삶의 톱니바퀴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20일, 30일 이어지는 작은 반복은 결국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었다. 습관은 그렇게 내 삶을 깨어나게 했다.
단순한 반복을 넘어설 때, 우리는 몰입(flow)을 경험한다. 칙센트미하이는 몰입을 “시간의 감각을 잊고 행위 자체에 완전히 흡수되는 상태”라고 정의했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 1만 시간의 몰입이 필요하다는 앤더스 에릭슨의 연구처럼, 글쓰기와 영상 제작의 과정에서도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쳤다. 그러나 그 안에서 어느 순간, 나 역시 몰입의 흐름에 들어섰다. 의도적인 연습이 쌓이자 지루하고 무거웠던 훈련이 점점 즐거움으로 바뀌었다. 준비란 결국 반복을 심화시키고, 몰입의 문을 여는 열쇠였다.
로버트 퍼트남은 인간관계를 ‘사회적 자본’이라 불렀다. 누군가와의 연결은 개인을 넘어 삶의 방향을 바꾸는 힘이 있다. 수많은 작은 시도와 실패 속에서 단 한 번 찾아오는 결정적인 순간이 존재한다.
로빈 던바는 인간이 평균 300번의 크고 작은 전환점을 겪는다고 했다. 나 역시 그 수많은 전환점 중 하나를 마주했다. 반복된 시도 끝에 찾아온 기회는 내 삶의 궤적을 바꾸었다. 겉보기엔 우연 같았지만, 그것은 오랜 습관과 깊은 준비가 빚어낸 필연의 시작이었다.
삶의 원석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그러나 작은 습관이라는 망치, 깊은 준비와 몰입이라는 불, 그리고 인연이라는 바람이 모일 때 돌은 보석으로, 시간은 의미로 거듭난다.
글쓰기, 영상 제작, 그리고 다시 시작한 탁구까지. 이 모든 과정은 내 삶의 원석을 갈고닦아 빛나는 보석으로 만들어 주었다. 삶의 보석은 하루아침에 빛나지 않는다. 작은 습관, 오랜 준비, 그리고 우연히 찾아온 인연이야말로 우리를 단단하게 빚어내는 진짜 연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