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위에 피어난 모자의 삶
나, 방문간호사 진주는 수많은 '집'의 문턱을 넘나 든다. 그 문턱을 넘을 때마다 나는 인생이라는 이름의 가장 아름다운 수필 한 권을 읽는 기분이 든다. 특히 이 집은 ‘고통마저도 사랑으로 승화시킨 기적의 집’이다.
어르신은 현재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고 있다. 게다가 어머님과 언니까지 치매로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이미 겪었다. 여기에 48세 아들은 뇌병변 장애를 안고 산다. 삼대를 덮친 치매의 그림자와 돌봄이 필요한 아들까지, 듣는 이의 마음을 짓누르는 이 현실 속에서, 어르신은 언제나 두 손을 모으고 "감사와 샬롬!"을 외친다. 그 단어는 극한의 시련을 뚫고 터져 나오는 희망의 햇빛처럼 집 안을 환하게 비춘다.
가장 힘드실 때 던지는 한 마디,
"나에게 신경 쫌 써줘~~"
어쩌면 이 유머러스하고 애교 섞인 외침이야말로, 이 모든 시련 속에서도 자신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강인한 의지가 담긴, 세상에서 가장 절실하고도 사랑스러운 SOS일 것이다.
48세 소년의 순수한 환영
그 집의 풍경은 늘 따뜻한 약속처럼 일정하다. 내가 문을 열면, 48세의 '순수 결정체'인 아들 SP가 큰 눈을 깜박이며 달려 나온다. 그의 지능은 네 살의 순수함에 머물러 있지만, 사랑을 표현하는 능력만큼은 누구보다 성숙하다.
"오셨냐?"
그의 인사는 늘 작은 간식과 함께이다. 사탕이든, 과자든, 작은 손길로 내 손에 쥐여주며 "이 순간만큼은 나에게 온전히 집중해 줘"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 간절한 환영을 사양하기라도 할라치면, 그는 금세 서운함에 찬 눈빛을 보인다. 그의 모든 행동은 사랑의 확인이자, 세상과의 소중한 교감이다.
그때, 어르신의 목소리가 집 안을 잔잔하게 감싼다.
"SP아, 방으로 가. 선생님 귀찮게 하지 말고."
이 짧은 한마디에 48세의 소년은 거짓말처럼 순한 아이가 되어 큰 눈을 까박이며 방으로 돌아간다. 치매로 모든 기억이 희미해져도, 아들에게 어머니는 여전히 세상의 가장 안전하고 흔들림 없는 기준이다. 보호와 돌봄을 받아야 할 어르신이, 이 작은 집의 평화를 사랑의 힘으로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의 기도, '하루 더 사는 기적'
어르신은 매번 나를 붙잡고 말씀하신다.
"나는 늙을 수도, 아플 수도 없구나. 불쌍하고 모자라도, 내 자식들을 위해서 살아야지."
그분의 가장 큰 소망은 오직 하나, 아들보다 단 하루라도 더 사는 것이다. 병원도, 시설도 아닌, 둘만의 작은 집에서 지금처럼 함께 살다가, 당신의 마지막 숨이 아들의 첫 외로움보다 늦기를 바라는 이 기도는, 세상 모든 모성애를 합친 것보다 더 크고 숭고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곱게 단장하고 지하철을 타고 서울 교회로 향하는 그 발걸음은 단순한 외출이 아니다. 그것은 아들을 위해 하루를 더 건강하게 살기로 결심한 강인한 의지이며, 치매의 시간을 붙잡아 두려는 필사적인 모정의 '사랑 의식'이다. 매일 아침 드시는 치매 약 한 알은 단순한 약이 아니라, 자신과 아들의 삶을 지키는 숭고한 약속이다.
오늘도 어르신은 곱게 단장하고, 어리고 모자란 가장 사랑하는 아들과 함께 집을 나선다. 황혼의 길목에서 가장 혹독한 시련을 겪으면서도, 이 모자(母子)의 동행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눈부신 사랑의 기적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어르신의 끝없는 모성애와 삶의 숭고함을 가슴 깊이 품는다. 불완전함 속에서 피어난 완전한 사랑, 그 숭고한 '샬롬'의 길이 이 세상의 모든 황혼 속에도 은은히 퍼지기를 바라며 다음 방문을 기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