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 극점과 극한에서 찾은 균형

전성기와 몰락 속 삶의 해법

by 진주

나폴레옹의 삶은 마치 극대와 극소가 교차하는 함수와 같았다.
한쪽 극점은 파리 노트르담에서 황제관을 스스로 머리에 씌운 화려한 순간이었다.


“나는 운명을 내 손으로 만든다” — 나폴레옹


그의 선언은 절정의 값처럼 높이 솟아올랐다. 아우스터리츠 전투의 승리와 유럽을 뒤덮은 제국은 그 방정식의 최고치였다. 그러나 또 다른 극점은 차갑고 고립된 세인트헬레나 섬이었다. 군사 지도 대신 약병과 주사기가 곁에 있었고, 제국 대신 습기 찬 석벽이 둘러싸고 있었다. 한때 수백만의 군대를 움직였던 손은 이제 펜과 체스말을 옮기는 데에만 힘을 쏟았다. 방정식의 최저치는 그렇게 찾아왔다.

수학의 항(項) ― 그의 삶을 지탱한 또 다른 좌표

나폴레옹은 전쟁과 권력의 인간이었지만 동시에 수학과 과학을 사랑한 인간이었다. 그는 복잡한 병력 수치와 군수 배치를 암산으로 처리할 만큼 산술적 기억력이 뛰어났다. 또한 1798년 이집트 원정에서는 수학자와 과학자들을 대거 동행시켜 고대 유적과 자연을 기록하게 했는데, 그 결과물이 바로 방대한 《이집트지》(Description de l’Égypte)였다. 프랑스 혁명기에 도입된 메트릭 제도(미터법)를 유럽 전역에 확산시킨 것도 그의 업적이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미터, 리터, 킬로그램은 그가 남긴 계산의 언어다. 심지어 그의 이름이 붙은 ‘나폴레옹 정리’도 있다. 삼각형의 세 변 위에 정삼각형을 세우면, 그 정삼각형의 중심은 또 다른 정삼각형을 이루는 기하학 정리다. 직접 증명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이름이 기하학 속에 남아 있다는 사실은 그의 지적 호기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가족의 항(項) ― 불완전한 방정식

그의 삶의 또 다른 항은 가족관계였다. 첫 아내 조제핀은 후계자를 낳지 못해 결국 이혼당했지만, 나폴레옹은 말년까지 그녀를 그리워했다.


“조제핀은 나의 가장 소중한 승리였다” — 나폴레옹


그의 이 고백은 권력과 제국을 잃은 뒤에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러나 권력의 논리 속에서 희생된 가족관계는 말년의 고독을 더 깊게 했다.

오늘의 한 어르신 역시 이 항에서 겹쳐진다. 젊은 날의 도박으로 아내에게 큰 상처를 주었고, 이제는 병과 고립 속에서 더욱 대화가 단절되었다. 배우자와의 관계는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있으나, 죄책감 때문에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나폴레옹이 조제핀을 잃고도 그리워했듯, 이 어르신도 배우자를 향한 미안함과 그리움 속에서 자기 노년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결국 가족은 무너진 삶 속에서도 여전히 균형을 회복할 가능성을 품은 항이다.

숫자의 항(項) ― 몸에 새겨진 방정식

오늘의 노년은 또 다른 숫자들의 방정식 위에 놓여 있다. 혈당 수치, 인슐린 주사 횟수, 체중과 혈압은 매일매일 해를 구해야 하는 문제처럼 따라다닌다. 특히 고도 비만으로 인한 복부 피부 질환은 단순한 ‘증상’이 아니라, 삶의 좌표축을 뒤틀어놓는 강력한 변수다. 나폴레옹이 전쟁터에서 숫자를 무기로 삼았다면, 현대의 노년은 의학적 숫자를 삶의 변수로 마주한다. 그러나 이 방정식도 풀리지 않는 미지수가 아니다. 꾸준한 관리, 배우자와의 대화, 의료진과의 협력은 마치 보조정리처럼 해법을 돕는다. 숫자라는 무거운 항도 결국 균형 속에서 다스릴 수 있다.

해법 ― 상수와 방정식의 균형

그렇다면 그는 이 최악의 해를 어떻게 풀어갔을까?
그 답은 외로운 변인들 속에서도 남아 있던 상수 같은 존재들이었다. 충성을 끝까지 지킨 베르트랑 장군, 회고록을 기록해 준 라스 카즈 백작. 그리고 무엇보다 글쓰기의 행위였다. 그는 패배를 운명이라 이름 붙이고, 스스로를 비극적 영웅으로 재해석했다. 언어는 그의 마지막 무기이자 삶의 균형을 맞추는 도구였다.


“인간의 위대함은 결코 쓰러지지 않는 데 있지 않고, 쓰러질 때마다 다시 일어서는 데 있다.”

— 나폴레옹


노년방정식의 해법은 승리나 재산이 아니라, 곁에 있는 가족과 친구, 그리고 자기 이야기를 다시 써 내려가는 힘 속에 있었다. 전성기의 영광은 이미 지나갔지만, 그는 몰락 속에서도 자신의 의미를 다시 세웠다.

오늘의 우리 노년에게도 방정식은 같은 질문을 던진다.


“나는 나의 방정식의 최저치에서 어떤 항을 남겨 균형을 잡을 것인가?”


부록 안내 : 이 글의 주제는 나폴레옹의 삶을 통해 균형의 의미를 찾는 것이지만, 이를 보다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길도 있습니다. 부록으로 제시된 ‘나폴레옹 정리 체험 활동’은 삼각형과 무게중심을 직접 그려 보며 균형의 원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합니다. 수학적 질서와 삶의 은유가 만나는 이 활동은, 글 속 사유를 몸으로 이어가는 또 하나의 해법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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