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도박 승률은 도박을 하지 않는 것이다
1501년 이탈리아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제롤라모 카르다노는 어린 시절부터 인생의 불확실성과 마주했다. 법률가였던 아버지가 그가 일곱 살 때 세상을 떠나면서, 그는 가난 속에서 스스로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뛰어난 계산 능력은 그의 생존 도구가 되었다. 그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카드 게임, 주사위 놀이, 체스 등을 접하며 수많은 경우의 수를 따졌다. 이처럼 그의 수학적 사고는 학문적 호기심을 넘어 현실적 생존과 결합된 삶 그 자체였다.
도박에서 승리하기 위해 그는 확률 개념을 연구했다. 주사위를 던졌을 때 특정 숫자가 나올 가능성을 계산하며 불리한 결과를 피하는 법을 찾았다. 이러한 연구를 집대성한 책 《Liber de Ludo Aleae》는 단순한 도박의 기술을 넘어, 삶의 매 순간 불확실성 속에서 어떻게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철학을 담고 있다. 그는 확률을 계산하고 위험을 회피하는 과정을 통해 혼란한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질서와 자유를 만들어 나갔다.
수학뿐 아니라 그는 의사로서도 활발히 활동했다. 환자의 병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기록하며 질병 분류와 치료법을 연구했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던 그의 접근법은 오늘날 현대 의학의 기초를 놓았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농아 교육에 대한 그의 선구적 시각이다. 그는 듣지 못하는 사람도 읽고 쓰기를 통해 학습할 수 있음을 체계적으로 주장하고 입증했다. 이처럼 카르다노는 단순한 지식 축적을 넘어,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끊임없는 시도를 보여주었다. 이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의미를 찾으려는 그의 삶의 태도를 반영한다.
노년의 카르다노는 가족의 비극을 겪어야 했다. 장남은 아내를 독살한 죄로 처형당했고, 차남은 도박과 절도로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 점성술 연구로 체포되어 감옥에 갇히는 고통도 겪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고독과 고통 속에서도 연구와 집필을 멈추지 않으며, 로마에서 교황의 연금을 받아 자서전 《De propria vita》를 완성했다. 그에게 학문적 몰입은 삶의 비극을 견디는 버팀목이자, 정신적 자유를 지키는 유일한 방패였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카르다노는 자신의 죽는 날을 예견했다고 한다. 예측한 시간이 다가오자 스스로 음식을 끊고 생을 마감했다는 전설은,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그가 마지막 순간까지 확률과 선택을 삶에 적용하며 자신의 운명조차 스스로 결정하려 했던 의지를 보여준다.
카르다노가 남긴 삶의 궤적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인생의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자유를 얻을 수 있는가? 그의 삶은 지적·정신적 몰입과 의미 있는 활동이 결합될 때 삶이 풍요로워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카르다노가 연구와 집필을 통해 정신적 자유를 지켰듯, 우리 역시 끊임없는 배움과 창조적 활동을 통해 불필요한 위험과 불안을 넘어설 수 있다.
결국, “최고의 도박 승률은 도박을 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그의 격언은 단순한 도박의 조언이 아니다. 이는 삶의 위험을 이해하고 불필요한 선택을 피하며, 의미 있는 활동에 몰입할 때 비로소 진정한 노년의 자유와 만족을 누릴 수 있다는 심오한 메시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