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짭J의 썰을 기반으로 함
안녕하세요.
시옷입니다.
저는 J가 되고 싶은 극P 인간입니다. 하루가 늘 후루룩 지나가서, 회사에서 만큼은 J가 되어보자 싶어 며칠전부터 플래너를 쓰고 있습니다.
짭J이기 때문에 찐J가 보기에 코웃음 나오는 수준일 수도 있지만, 플랜이라고는 '~~~하기' 밖에 쓸 줄 모르는 저로서는 꽤 근사한 시도이기에 뭘 하고 있는지 설명해볼까 합니다.
일단 놀고 있던 줄노트를 펴구요, 오른쪽 페이지에 오늘 해야할 일, To Do 리스트를 작성합니다. 일단 찐J들은 기상부터 잠들기 전까지 쓴다던데, 저는 그냥 회사에 있는 시간으로만 한정했습니다. 회사에서만이라도 짭J가 되어보자는 작은 한걸음이기 때문에.
그래서 일단 한 번 할 일을 써봅니다. 리스트의 시급성과 중요성을 판단해 A, B, C, D 우선순위를 정하라고 (J들이) 그러던데, 저는 며칠 하다보니, 하루에 몇 번 씩 해야되는 루틴한 일에 A를 붙였고, 중요하다 싶은건 B, C, D, 금방 끝나겠다 싶은건 E, F, G를 붙여줍니다. 그러고 각 리스트마다 얼마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지, 0.5나 1 단위로 표시해 둡니다.
그러고 왼쪽 페이지 한가운데에 두 줄 당 한 시간을 차지하도록 9부터 18까지 써주고요. To Do 리스트의 알파벳을 숫자 오른쪽에 적절히 배치해 줍니다. 한 줄 당 0.5시간이니까 0.5시간 짜리 일은 한 줄에 알파벳 한 개, 1시간짜리 일은 다음 줄까지 같은 알파벳을 두 번 써줍니다. A같은 업무는 9시에 한 번, 11시에 한 번, 13시에 한 번, 16시에 한 번 써주고, 나머지 시간에 길고 짧음을 고려해 적당한 일들을 넣어주는 거죠.
그러고 나서 한 시간에 한 번씩 숫자 왼쪽에 다른 색깔 펜으로 진짜 한 일을 쓰고 걸린 시간을 써줍니다. 0.5시간으로 계획한 일을 1시간동안 할 때도 있고, 계획에 없던 일을 할 때도 있는데 이를 써줍니다. 계획이 조금 어긋났을 땐 수정하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계획은 놔두고 아예 다르게 하기도 해요.
틈틈히 To Do 리스트의 알파벳 진행상황을 표시하기도 하는데, 일단 시작하고 진행 중이면 동그라미, 완료했으면 꽉찬 동그라미, 내일로 넘겨야 되면 네모치고 화살표 등등 입니다. 다른 날 하겠다고 하면 그 날의 페이지로 넘어가 To Do 리스트를 미리 써둡니다.
하루를 마무리 할 때는 간단한 소회를 씁니다. 퇴근할 땐 정신없이 시간에 쫓겨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로 퇴근하는 차에서 씁니다. 빨리 마칠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해보면 내 생각보다 많이 걸린다, 중간에 타부처 협조, 상사 지시, 부하 검토요청 같은게 종종 있으므로 업무 시간을 여유롭게 잡고 배치하자, 우리부서 주관 회의인 경우 회의시간 앞, 뒤로 시간을 넉넉히 배정하자 등의 내용입니다. 계획대로 못하다니 한심하다, 반성하는 내용이 아니라, 계획과 실제한 일을 비교해서 계획대로 실행하지 못한 이유를 찾고 다음 계획 시 무엇을 반영해야 계획대로 실행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거죠.
이렇게 해보니까, 찐P이던 시절 늘 쉬지 않고 일했는데 진행되는 일이 없구나 느꼈던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계획이 없으니 중간중간 치고 들어오는 일을 우선으로 하고, 상당한 시간을 들여서 해왔던 것입니다. 지금의 짭J는 계획된 일을 계획된 시간 안에 하려고 의식하며, 손목시계를 악세사리가 아닌 본래의 기능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중간에 치고 들어오는 일은 계획을 검토해보고 좀 빨리 마무리하거나 해서 여유가 생긴 타임이 있을 때 시작하거나, 급하게 해야 되는 일이라면 기존 계획을 다른 시간대로 조정해 놓고 새로운 일을 한다던지, 기존 계획을 관리하게 되었습니다. J들은 너무 당연한 말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극P인 저는 진짜 이렇게 살아왔습니다.
오늘도 업무용 플래너를 열심히 써놓고, 화요일에 토요일 숙소를 예약했습니다. 어제 저녁 먹을 때 남편이 속초 어쩌고 하길래 가고싶은가보다 하고 예약해 버렸지요. 여행이란 갑자기 가고 싶을 때 가야 제맛이지, 계획세워 가는 여항은 일 같다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역시 짭J는 짭일 뿐 저는 찐P이며, 개인사의 영역은 절대 짭이라도 J가 되고 싶진 않다고 생각하는, 찐찐찐찐P인 시옷이었습니다.
그럼 이만,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