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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영철 Jan 15. 2022

21세기 귀족(거품은 곧 피눈물로)

21세기. (i)

일찍 경고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챕터 6, 7을 통째로 건너뛰고 마지막 챕터 8을 선공개하는 바이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다시 '경제위기'가 15년이라는 긴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2022년부터 눈을 뜬 그 경제위기의 원인은 무엇인지 짐작이 가는가?


<21세기 귀족> 연재를 읽어온 독자들이라면 이미 눈치챘을 것인데, 그 원인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부정의하고, 불공평하고, 착취적인 현대의 부동산제도로 21세기 귀족으로서의 삶을 누려온 자들의 '거품 파티'는 머잖아 수년 안에 끝난다.


그 파티장에서 사라진 거품은 피눈물이 대신할 것이다.


부동산발 경제위기로 인한 충격에 대비하라, 그리 머잖았다.






챕터 8 : 현대 토지사상과 부동산제도에서 비롯된 주택 거품의 심각한 문제성


현대

미국이 1951년 이후, GDP대비 주택투자액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2005년 4분기로써 6.3%에 달했다.[1] 이 시기는 앞서 말했던 미국의 주택 버블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인 2006년과 거의 정확히 일치한다. 단지 절묘한 우연이란 말인가? 미리 말하자면 그 직후인 2008년의 경제위기는 1970~ 1980년대 부동산금융화 제도로 시작된 주택 버블로 인해 발생했던 것이다. 더 자세히 그 역사를 들여다보자.  


1970년대 이후 자본주의 첨병이 되는 미국과 영국 등의 국가들부터 신자유주의를 채택하기 시작하면서 곧이어 나머지 국가들이 이에 합류했다. 그때부터 금융시장의 규제 완화(그들은 개혁이나 혁신이란 단어를 선호하지만)의 바람이 크게 일어났다.[2]


 적어도 199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영, 미, 호주, 캐나다 등의 자유주의 선봉격이 되는 국가들이 거의 일제히 주택담보대출(이하 모기지대출) 규제 완화 등, 부동산금융, 주택금융 분야에의 탈규제를 선언했다. 즉 부동산시장도 금융시장안에 완전히 흡수된 것이다. 은행들부터 먼저 발 벗고 나서서 전통적인 은행의 역할 즉, 직접 생산활동을 하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자금을 대주는 투자업 및 대부업에서,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부동산대출업으로 크게 그 역할을 바꿔나갔다.


곧 모든 것들을 제치고 부동산이 제 1의 금융투자 상품으로 등극하는 데에 그리 긴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2015년에 만들어진 영화 <빅쇼트(The Big Short)>에선 아래와 같은 대사가 나오는데 일목요연하고 재치있게 당시의 주택금융업의 도래를 대변해준다.


애덤 매케이 감독, <빅쇼트>(2015), 파라마운트. 두 번째 인물이 라이언 고슬링이며, 손흥민과 직장 동료인 해리 케인과 닮았다.


1970년대 후반의 은행들은 큰 돈을 만질 수 없었습니다. 겁나게 심심했더랬죠. (중략) 패배자들이 모인 곳이었습니다. 보험 팔고 회계를 했구요. (중략) 그때 루이스 라니에리가 등장합니다. (중략) 그는 단순한 아이디어 하나로 은행업을 송두리째 바꾸었더랬죠. 그것이 바로 주택저당증권(Mortgage-Backed Security)입니다.


1970년대 후반, 본격적으로 주택을 금융상품화 했던 미국을 선두로 세계 각국의 대형 은행들은 자국민들의 주택을 저당 잡아 대출해주고 그 채권 및 증권으로 떼돈을 맛보기 시작하였다. 이윽고 1980년대부터는 본격적인 주택금융(Housing Finance)의 시대를 열어젖혔다.


두 자료에서 확인되는 바, 종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은행의 부동산담보대출 급증 추세는 명백하다. 첫째는 주요한 경제 선진 14개국(미국, 캐나다, 독일, 오스트리아, 덴마크, 프랑스, 이탈리아, 일,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영국)에서 1870~2008년 간의 은행대출 및 은행자산에 관련한 통계이다.[3]


초록색 : GDP 대비 은행 대출
파란색 : GDP 대비 통화량
빨간색 : GDP 대비 은행 자산


빨간색으로 그려진 GDP 대비 은행 자산은 1930년대 이후 1950년까지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 때문에 특정한 추세 없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다가, 종전 이후부터 2000년까지 안정적으로 동시에 폭발적으로, 약 3배가량 증가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어지는 둘째 자료는 이 폭증이 명백하게 부동산 관련 대출로 인한 것임을 증명한다. 아래의 자료는 1870~2011년 간 미국, 독일, 영국, 일본 등의 17개 경제 선진국에서, 은행의 대출총액에서 부동산 관련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의 평균의 변화 추이다.[4]



그 비율은 세계 2차 대전 종전 직후 대출 총액에서 30%를 웃도는 수준이었으나 세계 각국이 부동산금융 규제 완화를 완료한 90년대 초부터 급증하더니 2010년에는 거의 60%에 육박했다. 좋은 예시는 버블이 가득했던 2006년의 미국이다. 당시 미 증권화(ABS) 시장의 총 규모는 8.7조 달러였는데 그 중에 주택 외에 자산을 담보로 한 증권은 2.2조 달러였고, 나머지 6.5조 달러는 주택담보대출로 만들어진 증권(Mortgage-Backed Security)이었다.[5] (한화 약 7000조)


허면 단지 은행 대출에 비교한 부동산 대출의 비율이 늘어난 수준에 그치는 것일까? 아래의 자료에서 17개국 GDP에 비교한 논모기지, GDP에 비교한 모기지대출액의 변화 추이를 보라.[6]



2차 대전 이후 점차 GDP 대비 모기지대출이 상승하더니, 1980년대 초중반부터 전례 없는 기울기를 보인다. 1990년대 중반에는 기어코 非모기지대출(Nonmortgage lending)을 추월하며 치솟았다. 명백히 은행대출이 모기지대출에 치중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의 부동산과 가계의 부동산 중 어느 것에 더 그 비중이 있을까? 예상되겠지만 물론 가계의 부동산 대출이다.


최근의 연구는 주요 경제선진 17개국에서 1960에서 2010년 간 자국 GDP에 비교한 모기지대출은 55%가 증가했다는 결과를 냈다.[7] 이렇게 앞서 언급했던 의문은 단박에 풀렸다. 세계대전 종전 이후 은행 대출의 급증은 ‘절반 이상이 가계의 모기지대출’에 기인했던 것이다.


당연히 역사적으로 GDP에 비교한 가계 대출이 증가해 왔음은 두 말할 것도 없다. 특히 약2007년까지의 증가세가 특히나 뚜렷하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아래의 자료는 1990~2017년 영미권의 주요 6개국(미, 영,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아일랜드)의 GDP 대비 가계대출의 비율의 변화 추이다.[8]



자연스레 그 주택 자산에서 모기지대출이 차지하는 비율도 증가해왔다. 아래의 자료는 미, 영, 프, 독,캐나다, 이탈리아 6개국에서 주택 자산에서 모기지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의 추이를 나타낸다.[9]



이러한 현상은 부자와 빈자에게 공평하게 적용될까? 결코 아니다. 빈자가 주택 구매를 위해 더 빚을 져야 했다. 아래의 자료는 2007년 미국에서 순자산을 기준으로 국민을 5분위로 나누었을 때 주택 소유자의 자산을 부채, 홈 에쿼티, 순자산으로 구분한 자료이다.[10]



가난할수록 주택구입에 있어 더욱 큰 빚을 져야한다. 목도리와는 달리 주택은 필수재이기 때문에 구매(혹은 임대)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결정적으로 아래의 자료는 미국 2000~2008년 간의 극심한 주택 버블 시기에 주택을 구매하는 계층 중 저가 주택을 구매하는 사람들 즉, 저소득층이 가장 큰 비용 부담을 겪었음을 대변해준다.[11]



위 자료에서 명백히 보이듯 가난한 이들의 모기지 부담이 가장 많이 늘어난 이유는, 저가 주택의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라는 이름 그대로다.

한편 소득 하위 계층의 채무가 부동산 대출로부터 기인했다는 큰 방증이 되는 자료가 있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미국 내 소득 분위별 순자산의 변화를 보여주는 아래의 그래프를 보라.[12]

     

<1992~2010년 간 소득 분위별 순자산의 변화>



가난한 자들일수록 순자산의 비율 하강이 더 심하다. 즉, 이 자료가 내포하는 또 하나의 시사점은 주택 버블의 붕괴에 의한 경제적 타격은 모기지대출로 막대한 채무를 진 빈자들에게 명백히 더 크다는 것이다.[13]


 잘 알려져 있듯이 빚을 지고 투자를 하여 높은 수익을 노리는 ‘레버리지’의 순기능은 채무의 크기에 비례하여 수익이 증가하는 것이지만, 역기능은 해당 자산의 가치가 떨어졌을 때 채무의 크기에 비례하여 더 큰 손해를 입게 되는 것인데 이는 주식뿐만 아니라 주택 문제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당연히 현대 사회에 높은 수준의 주택 레버리지는 주택 가격을 급증 시키는 등, 주택 가격의 변동성 확대의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14]


 이는 3세기 전에 프랑스 아시냐 지폐의 가치 폭락으로 대지주들이 시장에 토지를 헐값으로 내놓은 덕에 인민들이 이를 매입할 수 있었던 것과 비교하기에 유의미한 것 같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3세기 전 그 인민들은 그나마 자신 소유의 부동산이 있었기 때문에 21세기 인민들보다 부동산 거품 붕괴에 순자산에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2008년의 붕괴 이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미 재무부가 주관한 구제금융에 약 7000억 달러가 투입되었는데, 이 거액은 당연히 모든 미국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3~4세기 전에 근대 지주귀족들은 자신들의 군역을 다른 모든 국민들도 함께 부담하도록 법제를 고쳤다. 그 법제가 점차 고도화되면서 만들어낸 부동산 시장의 거품은 전례 없는 경제위기를 일으켰고, 그 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부담도 주동자들이 아닌 모든 국민들이 부담했던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인 '로버트 쉴러Robert J. Shiller'의 ‘경제학적’ 관점으로는 위와 같은 구제금융이 꼭 필요하다고 하지만,[15] ‘토지법제사적’ 관점으로는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17세기 이후로는 지주들이 부담해야 될 공익(군역) 부담이 빈자들에게 떠넘겨졌는데, 현대에는 부동산 거부들이 초래한 끔찍한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비용까지도 전 국민들에게 떠넘겨졌으니 말이다. 


언급했듯, 적어도 이러한 부분에서만큼은 인류의 부동산제도는 퇴보했다. 필자는 헨리 조지의 선견에 동의하여 확신하건대 이러한 수준의 관점 및 사고방식으로는 부동산 거품의 형성과 경제에 미치는 해악이 ‘반복되는 필연적 역사’를 절대 막을 수 없다.






나머지 내용은 다음 글들에서 이어진다.


References

[1] Shiller/정준희 옮김, 『버블경제학』(랜덤하우스, 2009), 42쪽.

[2] 이를 시각적, 통계적으로 밝힌 연구로는 Dan Andrews, (2010), “Real House Prices in OECD Countries: The Role of Demand Shocks and Structural and Policy Factors”, OECD Economics Department Working Papers, No. 831, OECD Publishing, Paris. http://dx.doi.org/10.1787/5km33bqzhbzr-en, figure 4를 참조.

[3] Moritz Schularick & Alan M. Taylor, “Credit Booms Gone Bust: Monetary Policy, Leverage Cycles, and Financial Crises, 1870-2008”(2010), figure 1.

[4] Òscar Jordà, Moritz Schularick, and Alan M. Taylor, “The Great Mortgaging: Housing Finance, Crises, and Business Cycles”, NBER(2014), figure 4.

[5] 조갑제, “미국 서브프라임 금융위기의 국제적 전파 경로에 관한 소고”, 「경영경제」43(계명대학교산업경영연구소, 2010), 7쪽.

[6] Òscar Jordà, Schu Moritz larick, and Alan M. Taylor, “Betting the House”, NBER(2014), figure 1. 음영 처리된 부분은 세계대전 당시의 정확한 자료를 구하기 어려워 해당 자료를 만든 원작자가 표시해놓은 것임.

[7] Jordà et al, “The Great Mortgaging”, table 2.

[8] The Bank of International Settlements.

[9] Jordà et al, “The Great Mortgaging”, figure 5. 이 자료는 Jordà외 2인의 학자가 piketty and Zucman의 자료(2013)와 Goldsmith의 자료(1985)를 종합하여 만든 것이다.

[10] Atif Mian & Amir sufi/박기영 옮김, 『빚으로 지은 집』(열린책들, 2014), 그림 2.1.

[11] Shiller/정준희 옮김, 『버블경제학』, 그림 2-3. 이 자료는 Shiller가 美 www.homeprice.standardandpoors.com과 美노동통계국(www.bls.gov) 두 기관의 데이터를 참고하여 작성한 것이다.

[12] Mian & sufi/박기영 옮김, 전게서, 그림 2.2.

[13] 상게서.

[14] Andrews, 전게서, 2010.

[15] Shiller/정준희 옮김, 『버블경제학』, 1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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