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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n Jul 13. 2022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름방학 프로젝트

서울의 산 프로젝트

 방학이 다가오면  초등학생을 둔 부모들은 방학일정을 짜느라 정신이 없다.

6월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방학 계획 짰어요?"일 정도이다. 보통 유치원 방학은 1~2주 사이 이므로 휴가 계획 정도 짜면 그만이지만 초등학교 방학은 한 달이 넘어서기 때문에 계획이 중요하다. 작년 큰 아이가 첫 번째 방학을 맞이할 때 깊은 고민에 빠졌다. 난 아이와 한 달 동안 무엇을 할까.

 대부분의 부모들은 방학 특강을 짠다. 오전이 비기 때문에 학원 특강을 짜고 오후 시간에는 기존 학원을 보내는 일상을 보내게 된다. 생각해보니 나는 그 대부분의 학부모는 아닌 것 같다. 우선 난 공부하는 학원을 보내지 않는다.

 나도 오전이 비니 아이와 함께 할 재미나고 기상천외한 방학을 보내기 위해 첫째 둘째와 회의를 시작했다.


"애들아, 우리 방학에 뭐하고 놀지?" 묻자, 작년 6세였던 둘째가 대답했다.

"우리는 맨날 노는데 방학 때 뭐 하고 놀지 정해야 해?" 맞는 말이었다.

"그래도 특별한 일을 해보자. 유치원도 방학이 길어~"


 우리 첫째는 3년 동안 숲유치원을 다녔고, 둘째는 현재 숲유치원 3년 차 7세다. 숲유치원은 주 1~2회 숲으로 체험을 떠나는 것이 보통이지만 우리 숲유치원은 매일매일 숲으로 여행을 떠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등원하자마자 숲으로 떠나 숲에서 밥도 먹고 간식도 먹고 그리고 하원을 한다. 아이에게 나쁜 복장은 있어도 나쁜 날씨는 없다고 한다. 숲에서 친구들과 뛰어놀며, 놀이도 만들고 상호작용도 하는 그 3년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그 자체가 마술이다.(숲유치원에 대해서는 다시 글을 올리겠습니다.)

 


 숲유치원 졸업생 첫째와  현역인 둘째, 최상의 체력인 두 아들과 어디 내밀 수 없는 저질 체력 엄마가 특별한 방학을 보내기 위해 회의하던 중 우리는 산을 타기로 했다. 함께 대화하면서도 티는 못 냈지만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지만 두 아들과 함께라면 자신 있었다.

단순한 산행도 힘들지만 좀 더 의미 있게 보내려고 기획 단계부터 끝까지 아이들이 주도하여 진행했다.


 프로젝트 명 : 서울의 산 프로젝트

기간 : 방학기간 중 (2021. 07.16~2021.08.20)

빈도 :  주 2~3

목적 : 서울의 산을 조사하고 직접 산행하며, 자생하고 있는 동식물 관찰하기, 도전하고 성취하기.



준비 1단계 서울의 산 찾아보기!

 우리나라 지형의 특성상 산은 주변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서울의 산 지도를 뽑아 들고 가고 싶은 산 이름의 유래와 높이를 찾아보았다. 물론 가본 적이 없는 곳이므로 가는 경로, 주차장, 등산로를 완벽히 숙지해야 했다.

준비 2단계 나만의 지도 만들기!

 그냥 가면 재미없지~나만의 지도를 만들어보자. 엄마는 엄마 지도, 아이들은 아이 지도를 만들었다. 하나의 산을 정복할 때마다 산을 그려 넣고, 정보를 기록했다.

준비 3단계 등산의 필요한 물품 챙기기!

우리는 모두 자기가 필요한 짐들은 스스로 챙겼다. 등산뿐만 아니라 자기 가방을 책임지는 것 또한 이 프로젝트의 일부였다.  물, 손수건, 채집통, 크록스(계곡을 발견할 경우를 대비), 간식 등 자기 가방에 짐을 넣고 필요한 구급약 정도만 엄마 가방에 넣었다.

(나만의 지도 만들기)


 첫째의 방학은 약 한 달, 둘째의 방학은 2주, 첫 산행은 첫째와 둘만 시작했다. 둘째가 하원하는 시간을 맞춰야 하므로 집에서 가까운 산부터 도전하기로 했다. 바로 아차산. 높이는 295.7m로 처음 도전하기에는 좋은 산이였다. 어렸을 적 아빠와 수시로 타던 산이었기에 나 또한 부담도 적었다. 아차산은 아이들과 총 2번의 산행을 진행하였는데, 고구려 대장간, 아차산성, 고구려정 등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설명해 줄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은 산이라 유익했다.(모든 산을 언급할 수 없지만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에 함께 찾아보고 가는 습관을 추천한다.)

 미리 아이들과 정보를 찾아보고 올라가며 다시 한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또, 올라가며 산에 따라 자생하는 식물과 동물, 그 산의 특성이 우리 대화의 주를 이뤘다.

 숲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체력이 좋다. 요즘 흔히 사용하는 스마트 밴드 시계를 착용했을 때 평균 15000보 정도를 아이들이 걷는다. 조금 더 놀았다 싶으면 2만 보, 진짜 많은 놀았다 싶으면 첫째 아이는 3만보를 걷는다.  아마 그중의 반은 뛰어다니는 것이다. 아이의 보폭을 30cm라고 가정하였을 때 하루 평균 4~5km를 걷는 것이다. 사실 훨씬 더 많이 걷는다. 이렇게 3년을 걷는다면 체력과 건강은 연령 대비 최고다.

 그리고 숲유치원을 다니는 아이들에게 나무이름은 친구 이름이다. 상수리나무인지, 굴참나무인지, 졸참나무인지 도무지 구분할 수 없는 엄마도 아이는 척척 알아맞히고 모든 곤충과 애벌레를 손에 올리고 관찰하며, 더불어 생명의 소중함도 알고 있다. 등산하며 끊임없는 대화가 이어지다 어느 순간 적막이 흐를 때가 있다. 바로 내가 숨이 가쁘고 힘들어질 때다. 나는 헉헉 소리를 내며 올라가는데 아이들은 숨소리 하나 내지 않는다. 당시 6세였던 둘째도 힘들었는지 연신 언제 도착하냐는 질문이 퍼붓기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가 힘이 빠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사람들에게 있다. 8세 6세 아이들이 맞춰 입은 등산복을 입고 관악산 연주대 꼭대기에 오르는데 어느 누가 칭찬하지 않겠는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몇 살인지, 어쩌면 산에 올 생각을 했는지, 어찌 그리 산을 잘 타는지 질문하고 응원한다. 그 응원은 때로는 박수로, 때로는 엄청 큰 소리의 파이팅으로, 아이들에게 에너지가 되어가고 있었다. 요즘 산에서는 아이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 어릴 적만 해도 주말에 가족 나들이 갈 수 있는 곳이 극히 적었다. 기껏해야 주변 산과 공원이 다였다. 요즘은 갈 곳도, 할 일도 넘쳐나게 다양하고 풍요롭다. 그러니 산을 타는 어린이가 얼마나 신기한 일인가?!

첫째가 말한다.

"서우야, 6세 중에 관악산에 올라가는 친구는 너뿐일 거야. 힘들어도 조금만 참아. 금방이야~ 형아가 손 잡아줄게."

"형아, 8세 중에도 형아밖에 없을 거야."

서로 주거니 받거니 당겨주고 끌어주며 올라가는 모습이 좋았다. 평소 장난감 가지고 싸울 때의 두 아이들은 어디 간 것인지 그들은 누구인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반면 내려오는 길에는 아이들 다리에 부스터가 달린 것처럼 엄청 빨랐다. 하산할 때가 더 위험한 것을 알기에 하산 전 항상 주의를 준다.

"엄마, 다리가 덜덜덜 마음대로 근육이 움직여~ 만져봐 봐!" 아이들이 신기해한다.

"다리가 더 튼튼해지겠는데~"

" 다리에 힘을 주고 천천히 내려가야 해. 내려가는 것이 쉽게 느껴지지만 쉬운 일이 아니야. 더 집중해야 해." 하며, 내려갈 때 발생할 수 있는 사고와 몸에 주는 영향을 설명하며 하산을 한다. 그러다 보면 금세 산아래에 도착해있다.


 우리가 다녀온 산은 아차산, 아차산성, 일자산, 수락산 2번, 불암산, 남산, 청계산, 관악산, 대모산 등 2021년 여름방학 동안 총 10번의 산행을 했다. 각 산마다의 특징과 팁들을 말하자면 이 글은 끝이 없을 것이다.


 등산을 여름방학 프로젝트로 선택한 이유는 아이들에게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고, 자존감을 높이는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 무엇이든지 도전하면 할 수 있고, 함께 하면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또한 나 스스로도 도전하는 그 느낌을 찾아주고 싶었다. 하루하루 의미를 두지 않으면 같은 날들로 흘러가버리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상기하고 싶었다. 2021년 여름방학 프로젝트는 누가 평가하지 않아도 우리는 성공이라 자부하며 뜨겁게 마무리했다. 매일 아이들과 붙어 지내지만 산에서 하는 대화들은 다르다. 자연을 이야기하는 것 외에도 속 마음을 들을 수 있다. 속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베이스가 된다. 속 깊은 첫째의 마음도, 어리광 많은 둘째지만 어른스러운 면도 대화를 통해 우리는 더욱더 가까워 짐을 느낄 수 있었다.

 다시 찾아온 여름방학! 2022년 여름방학을 앞둔 7월. 우리는 다시 이 프로젝트를 이어서 진행할 예정이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새로운 산을 지도 위에 그려나가고 싶은 우리 세 사람! 어떤 산을 그려 넣게 될지, 그리고 우리 인생에서 어떤 페이지로 장식할지 너무 기대되고 설레는 여름방학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함께 하실 분 손!!!



아이와 함께하는 등산 꿀팁

준비 : 구급약과 모기용품 준비하기. 엄마는 무릎보호대를 착용하세요. 땀이 많이 흐릅니다. 수건을 준비해주세요.

산 정보;

아차 :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수월하다. 기존에 있던 주차장을 폐쇄하고 공원을 조성하였기 때문에 인근 공영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는데 거리가 상당하다. 혹시라도 꼭 주차를 해야 하는 상황이면 고구려 대장간을 검색하여 찾아가게 되면 넓은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바로 워커힐 뒷 쪽으로 아차산을 등산할 수 있다.

수락산 :  노원 쪽으로 등산로를 선택하기보다, 남양주 쪽을 추천드립니다. 청학 밸리를 찾아가시면 계곡을 따라 올라가실 수 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내원암까지 가시면 밑에 산장식당이 있어서 발을 담그며 간단히 식사를 할 수 있어요. 여기는 우리 아지트라서 지금도 한 달에 두 번은 갑니다.

남산 : 남산은 보통 등산할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데 남산 야외식물원에서 시작하는 등산로가 있어서 주차도 용이합니다. 미리 한양도성길에 대해 책을 찾아보고 가면 성곽길 따라 등산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축성시기에 따른 성곽의 형태 차이를 직접 공부해가고 확인하니 더 인상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망대에서 먹는 아이스크림은 꿀맛!

관악산 : 관악산은 아이들이 타기에는 무리는 산인 것은 맞다. 왜 악~이 붙는지 몸으로 체험했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라면 도입부를 서울대 공대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주차가 어렵지만 서울대 안으로 들어가면 주차료를 지불하고 편히 주차를 할 수 있다. 그리고 가파른 Short cut은 아이들과는 힘들다. 완만한 길을 선택해서 가는 것이 좋다.

불암산 : 불암산은 꼭대기가 위험하다. 꼭대기에 다 달았을 때는 거의 암벽 위에 계단을 설치해놓은 구조이기 때문에 옆으로만 봐도 아찔하다. 아이들과 함께 할 경우, 매우 조심해야 한다.

청계산 : 청계산은 유명한 만큼 주중에도 사람들이 많다. 주말은 피하는 것이 좋다. 중간중간 약수터가 아이들에게는 큰 기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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