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채우는 방법
“지난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아. 가슴 아파도 다 지난 얘기~ (...) 이긴 사람만이~ 모든 걸 다 갖죠~”
흥얼거리며 혼자 노래를 부르고 있으니 남편이 대뜸 묻는다.
“그 노래 무슨 노랜데 계속 불러?”
뮤지컬 〈맘마이아〉에 나오는 ‘The winner takes it all’의 한국어 버전이다.
담담하게 부르는 배우의 노래에 푹 빠져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고 있었나보다. 남편은 시작 부분이 별로라고 하지만, 노래는 전혀 별로이지 않다.(내가 좀 그렇게 불렀나보지...; 그걸 이렇게 돌려 말하나;;;)
이 노래 말고 내가 좋아하는 몇 안 되는 외국어 노래 중에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 나온 ‘young and beautiful’이라는 노래가 있다.
먼저 아바의 ‘The winner takes it all’은 사랑의 승자였던 당신이 모든 걸 다 갖고, 나는 가혹한 운명의 신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돌아설 뿐이라고 말한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 나오는 ‘young and beautiful’이라는 노래는 ‘내가 예전처럼 젊고 아름답지 않아도,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고통스러운 영혼이어도 나를 사랑해주겠냐’고 묻는다.
두 노래 모두 가사가 참 슬프다. 마치 타인에게 사랑을 간구했던 나의 모습인 것 같아 이 노래들이 마음에 더 와 닿았다.
나도 종종 남편에게 묻곤 했다. “내가 늙어서 할머니가 되어도 나를 사랑할거야?”라고. 당연하다는 남편의 대답을 들으면서 나는 안도하고, 나를 위로했다.
하지만 남편은 이런 가사가 도통 이해되지 않는 눈치다.
“여보는 그 노래가 왜 마음에 들어? 나는 별론데.
왜 이긴 사람이 모든 걸 다 가져? 게다가 둘은 사랑하는 사이 아니야?”
나는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은 사랑의 패자라고 생각했고, 더 많이 사랑받는 쪽이 사랑의 승자라고 생각했다. 더 많이 사랑하니까 매번 먼저 연락하고, 더 많이 신경쓰는 거라고.
남편은 뭐 그런 해석이 다 있냐, 말도 안 되는 소리 마라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지만 나는 모른 척,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씨익~ 웃어 넘겼지만, 문득 뒤돌아서고 나니 다른 생각이 든다.
매번 먼저 연락하고 더 많이 신경써줬던 남자에게 반해 나는 결혼이라는 걸 하고 말았구나.
그렇다면 원하는 바를 이룬 남편이 사랑의 승자이지 않을까.
(음, 나는 알량한 자존심에 이 사실은 비밀로 하기로 했다.)
사실 사랑에 승자와 패자가 어디 있겠냐만은 이렇게 생각을 하니 내가 저 두 노래를 좋아했던 이유가 내 마음을 대변하는 신세 한탄과 같기 때문이었지도 모르겠다. 매번 사랑을 원하고 확인하려고 했던 마음. 이런 마음의 대변자 같았던 노래를 자꾸 따라부르게 만들었을 거라는 생각. 그리고 이 생각이 맞음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갈구하지 말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노력을 이어갈수록, 나는 남편을 조금 더 쿨하게 대하고 있다. 남편에게 애정을 구걸하지 않아도 그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고 말이다.
5분이 소중한 아침에 조금 더 일찍 일어나 나를 위해 커피를 사다주고, 내 말 한마디에 출근길에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가는 모습을 보면 그 어딘가에 사랑하는 마음이 있음을, 위하는 마음이 있음을 이제는 안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이젠는 사랑이 부족하더라도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으로 부족함을 메꿔갈 수도 있다는 것.
“네가 나를 예전만큼 사랑하지 않아도 나는 괜찮아.
너의 사랑만을 원했던 예전의 나는 이제 조금 자랐으니까.”
그런데!!
오늘은 남편이 출근하고 나가서 아직 전화 한 통이 없다. 큰 마음 먹고 용돈도 보내주고, 사랑 가득한 메시지도 남겼는데 말이다. 고요한 내 마음에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며 파장을 만들어낸다.
음, 뭐, 그럴 수도 있지. 요즘 좀 바쁘다고 했으니까.
사랑이 담긴 메시지는 뭐 씹을 수 있는거지, 뭐.
하면서 눈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을 느낀다. 이건 뭐, 마음의 변화가 지킬 앤 하이드 수준이다. 분노와 서운함의 싹을 키우기 전에 생각을 돌려야지!
나를 내가 더 사랑해주기.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