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사진. 그 속에 담긴 안경 2개와 파이프.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담배 파이프이지만, 지금의 전자담배만큼 흔했던 그 물건, 그보다 더 흔하디흔한 안경.
이 둘의 배치. 이건 무엇을 말하는 걸까.
이 흑백사진은 사진작가 앙드레 케르테츠가 화가 몬드리안의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찍은 사진이다. 유명한 화가이기에 예상 가능했던, 그림 도구도, 멋진 그림도 없이 게다가 고뇌하는 듯한 그의 얼굴도 아닌, 안경과 파이프. 앙드레 케르테츠가 몬드리안을 묘사하기 위해 이용한 것은 이 둘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말했다.
내 사진은 개인적일 뿐입니다. 있는 그대로를 담죠.
그 평범한 일상이 바로 내 인생,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개인적이고 무의미해 보이는 것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것만큼 일상을 평범하지 않게 하는 게 있을까. 마치 무엇이든 이루는 마법의 주문처럼, 일상에서 찾아낸 의미는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것으로 만들고, 쉽게 잊히는 하루를 기억하고 싶은 하루로 만든다. 의미와 해석이 붙으면 어딘가에 처박혀 있던 돌도 하나의 작품이 되는 것처럼, 인간에게 의미란 바로 그런 것이다.
그러나 의미를 붙이지 않아도 일상은 의미 있는 것이다. 어제와 같은 오늘이어도, 오늘과 같은 내일일지라도 그런 일상이 모여 한 사람의 인생이 되고, 한 사람의 인생은 지구에 산다는 72억 명의 인구 중 누구와도 같지 않은 유일무이한 것이니까. 하나 인생에 희소성이 없다 하더라도, 일상이 없으면 우린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서 일상은 이미 의미 있는 것이다.
매번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고 의미 없게 느껴질 때, 그럴 땐 조금 더 넓어진 마음으로, 조금 더 촘촘해진 시선으로 일상을 바라보면 어떨까. 그러면 하늘을 나는 새의 움직임에서, 계절에 맞춰 변화하는 나무에서, 오늘따라 유난히 먹고 싶었던 김치찌개에서, 유행이 지나버린 옷가지에서, 분신처럼 들고 다닌 노트북에서, 매번 반복해서 듣는 노래 가사 속에서 평소와 다른 어떤 생각을, 평소엔 느끼지 않았던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일상엔 의미 있는 것들이 넘쳐나고, 그것들이 들려줄 이야기도 다양하다.
어느 날, 일상 속에서 작은 무언가를 발견한다면, 그것은 우리의 일상이 결코 평범하지도, 사소하지도, 의미 없지도 않은 유일무이하고 소중한 어떤 것임을 알려줄 것이다. 그리고 그런 하루를 만들어 낼 힘이 있다면 매일 아침이 시작되길 기다리고, 잠이 들 무렵엔 눈을 뜨는 순간을 기대하게 될 것이다.
(이미지 제공: TaniaRose,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