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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경미 Feb 16. 2023

글, 어디까지 써 봤니

내면의 글쓰기


글쓰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다. 그리고 어떤 정화의 순간을 만나면 공적인 것으로 변한다. 바로 출판되는 그 시점.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 중 어느 것을 실을 것인지 선택하는 과정과 드러내기 합당한 형태로 가공하는 과정을 거치지는 하지만 사실 출간이 그리 흔하거나 쉽게 주어지는 결실은 아니므로 이 단계를 생각하지 않고 글쓰기 자체로만 본다면, 글쓰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임이 분명하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를 하고 있을까. 구질구질하거나 속상하거나 화가 나거나 슬픈 기억을 고이고이 묻어두어도 모자랄 판에 애써 끄집어내어 해체하고 분석하고 쓰고 지우고 수정하면서 말이다. 그런 기억들을 떠올리는 것도 힘든데, 목을 꺾고, 허리를 숙이고, 펜을 쥐고 끄적거리는 것도 해야 한다니 참 부지런하게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누가 보지 않더라도 혹은 누가 보지 않기 때문에 나는 꼭 그 수고로운 글쓰기를 하라고 추천한다. 화가 나도 글을 쓰고, 기뻐도 글을 쓰라고. 부끄러워서, 슬퍼서, 미안해서, 행복해서 글을 쓰라고. 글을 쓰고 싶어 미치겠으면 더 마음껏 쓰라고 말한다. 어떤 일이든 남기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면 꼭 글을 써라. 그것이 부끄러운 과거여도 말이다.     


어디까지 솔직해질 수 있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거짓 없이 솔직해지는 동안 나를 괴롭혔던 시간들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몰래 꽁꽁 싸매 두었던 과거를 회상하고, 그 과정에서 그때의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사실을 알 수 있으며 그런 발견은 내게 다른 행동을 하게 만든다. 

고집부리며 미워했던 사람을 용서하거나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먼저 사과할 용기를 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때는 몰랐던 사실을 깨닫는 경우도 있다. 그때의 나를 괴롭게 한 것이 그것이 아니라 다른 어떤 것임을 말이다.    

    

기억을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 드러내고 마주 볼 때야 저 멀리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날아갈 수 있다. 그런 과정을 거친 해묵은 기억은 더는 나를 속박하지도, 괴롭히지도 않는 그저 어떤 일이 된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대해 용감해지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솔직해지자. 글을 쓸 수 있다면 무엇이든 쓰자. 

고해성사하듯 글로 풀어내면 그 용감함이 나를 더 가볍고 자유롭게 만들 것이다.


(이미지 출처: StockSnap,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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