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저래도 다 괜찮다고?!

페이퍼커팅과 인생

by 임경미


얇게 프린트된 검은 선을 따라 서걱서걱 날이 선 칼날을 움직였다. 본래 한 덩어리였던 갈색 종이에서 앉은 고양이 한 마리가 떨어져 나오고 꽃잎이 한 잎 두 잎 피어났다.


나는 칼날이 움직일 때마다, 선과 선이 만나는 교차점에서 나는 머뭇거리며 조심스러워했다. 베어도 그만, 잘려도 그만인 종이 한 장이 아쉬워 1mm씩 전진하고 라인을 타 넘으며 손을 움직였다.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인 종이 한 장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고양이가 있었고, 펭귄이 있었고, 꽃이 있었고, 창문이 있었다. 내가 찾아온 오직 너, 단 하나의 존재였다. 그래서 더욱 전전긍긍했는지도 모르겠다.

오직 단 하나뿐인 게 어디 이것뿐일까.

단 한 명뿐인 나라는 존재로 태어나, 지금뿐인 오늘을 살아가며, 세상에 둘도 없는 너라는 사람을 알아가고,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오늘을 알아차릴 방법은 많지만, 알아차릴 대상은 단 하나뿐이기에 그래서 인생이 더 전전긍긍해지는지로 모르겠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인데,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무엇이 고민이라며 시무룩해 있던 너에게 마치 답은 정해져 있다는 양 잘난 체를 했었더랬다. 한번 사는 인생이기에 ‘어차피’ 모드가 발동되기 어렵다는 그 마음을 몰라준 채.

영원한 진리도, 불멸의 참된 정답도 없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잠시 닫아두고, 인생을 살아갈 방법마저 하나일 것이라고 착각에 빠진 채.

그렇게 매정하게 딱 잘라 말했더랬다. 그런 걸 위로이자 조언이랍시고 말이다.




엉거주춤하고, 쭈뼛쭈뼛하는 게 뭐 어떨까.

1mm씩 칼날을 옮기고 나서야, 직선은 직선답게, 곡선은 곡선답게 손을 움직여야 비소로 하나의 고양이도, 토끼도, 꽃송이도 탄생하지 않았던가.


천천히, 조심스럽게 가는 길의 끝에 더 멋진 결과물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날의 내 말을 바로 잡으며, 네게 하지 못했던 또 다른 말을 건네 본다.


그러니까 가끔은 뒤도 돌아보고, 조금 머뭇거려도 보고, 살짝 주저해봐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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