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열심히) 살라고 다그치지 않을 것

힘들 땐 쉬어가기

by 임경미


내 삶이 힘들었던 적이 있었나.

그래, 그랬다. 나는 많은 힘을 들이며 살았고, 힘을 들인 만큼 돌아오지 않는 것에 괴로워하며 살았다. 삶은 힘들었지만, 어쩌면 그것은 내가 너무도 많은 힘을 쓰며 살았기 때문에 더 그랬는지 모르겠다.


공부를 뛰어나게 잘하지 않았어도 좋은 대학을 노렸고, 취업하기 위해, 일을 잘하기 위해, 연애를 잘하기 위해,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좋은 딸, 좋은 며느리가 되기 위해,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힘 들어가는 상황들이 모두 불필요한 것만은 아니다. 이런 노력은 어제보다 조금 더 괜찮은 오늘을 위해, 그리고 오늘보다는 조금 더 괜찮은 내일을 위해 필요한 것이지 않은가.


그 어떤 것도 힘들이지 않고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도, 내가 원하는 것만 하는 삶도, 어떤 모습으로 살든 인생은 힘이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줄곧 힘을 들이며 사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설령 가능할지라도 언젠가는 폭발하고 만다. 배출구 없는 고장 난 압력밥솥처럼, 힘을 쓰다가 압력이 쌓이면 언젠가는 그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폭발하고 만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누구나 이렇게 압력이 폭발한 경험이 한번쯤 있을 것이다. 번 아웃이 오거나 우울증이 오거나 극심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거나 의욕 저하가 오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분출 없이, 조절 없이 힘을 계속 들이기만 하면 오래 견디지 못하게 된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내달릴 때, 책을 읽고 있었던 나는 그 움직임 속에서 계속 책을 읽기 위해 허리를 세우고 고개를 숙여 책 속에 인쇄된 활자의 뒤를 쫓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비행기의 이륙이 지속될수록, 그래서 그에 따라 내가 목을 앞으로 길게 빼고 허리를 숙일수록, 목에 강한 압력이 오기 시작했다.


아무 생각 없이 책 읽는 행위를 유지하기 위해 점점 커지는 압력에 대항하며 무의식중에 목에 더 힘을 주고 책을 읽기 좋은 최적의 각도를 유지하려 노력하다가 결국 목부터 머리까지 하얀 광선이 관통하는 느낌과 함께 강한 통증이 밀려왔다. 그제야 나는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잔뜩 들어가 있던 힘을 뺐다.

맙소사, 그렇게 하고 나니 내 몸이 이렇게 가볍게 느껴질 수가. 아니 그동안 이렇게나 많은 힘을 주고 살았던 것일까.


나는 이미 굳어서 움직임조차 어색하게 되어버린 뒷덜미를 한참을 주무르며 생각했다.

‘달리아, 그 5분, 10분이 뭐 그리 중요해서 이리도 애를 쓰고 살아?’


다행히 지금, 나의 뒷목은 예전의 컨디션대로 돌아왔고, 그래서인지 나는 여전히 삶에는 힘이든다고 생각한다. 아니, 아직 뒷목이 뻐근했어도 마찬가지로 삶에는 힘이 든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삶이 무조건 힘들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길 바란다.

힘이 드는 것 당연하지만, 과도하게 힘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때때로 관성이 강한 힘으로 나를 잡아당길 때는 버티지 말고 잠시 힘을 빼고 기다렸다가, 관성이 약해질 즈음에는 조금 더 힘을 내어볼 수 있는 것이다.


결국엔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삶에 힘이 든다고, 삶이 힘든 건 아니다. 내가 아프지 않고, 괴롭지 않을 수준의 힘을 들이면 된다.


삶이 힘들게 느껴지고 인생에 쓴맛이 밀려온다면 그 순간에는 잠시 멈추고 나에게 가만히 물어보자.

“힘들지? 우리 잠시 쉬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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