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는 말이 가득하다. 말이 없으면 살기 어렵고, 말을 하지 못하고 사는 것도 그만큼 힘들어서 세상엔 언제나 말이 넘쳐난다. 하루에도 수백 마디의 말이 오가고, 하루에 수천 마디의 말이 마음속에서 들어온다.
말은 다양하다.
‘사랑해, 최고야, 보고 싶어, 나는 널 믿어.’ 어떤 말은 내 곁에 머물며 사랑의 따뜻함과 자유로움과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주지만, ‘네가 싫어, 널 저주해, 헤어지자, 그러면 그렇지.’ 같은 냉소를 담은 말은 마음에 생채기를 내고 의무를 지우고, 나를 억압하며 나를 잊게 만든다.
‘잘해야지. 잘 살아야지. 그렇게 하면 안 되지. 노력해야지. 사랑해야지. 솔직해야지. 부자가 되어야지. 엄마(아빠)처럼 살지 말아야지. 성공해야 해. 송충이는 솔잎만 먹어야 해. 이번 생은 이미 끝났어….’
내 마음속에는 이런 말들로 가득했다.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이야.’ 그래서 내 마음속에 간직한 그 말들처럼 그대로 살면 되는 줄 알았다. 생각해보면 모두 불필요한 말은 아니었다. 이런 말들 덕분에 나는 여기까지 왔고, 지금 이런 모양을 갖추게 되었으니까.
어느덧 덕지덕지 붙은 말[言]들에 가려 태초의 나는 점점 사라졌다. 세상의 말을 내 것으로 만들면서, 그들이 이제는 하지 않은 말을 내 말처럼 스스로에게 내뱉었다. 삶을 잘살기 위한 말이었고, 나를 위한 말이었으니까. 그런데 문득문득 말의 가시에 찔렸다. 내게 상처 주는 말들과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다가도 때때로 상처가 되는 말들이 자꾸 나를 찔렀다. 나는 자꾸 아팠고, 그럴 때마다 다른 모양의 내가 되고 싶었다.
말의 가시에 상처 입을 때마다 머릿속에 물음표가 생겼다. 내가 옳다고 믿고, 당연하다고 믿었던 말과 생각들,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했던 행동들. 이런 것들이 어느 순간 나를 부자연스럽게 만들었고, 필요 이상으로 노력하게 만들었고,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좌절을 경험하게 했고, 이런 순간을 마주하며 자존감마저 떨어트리며 행복을 불행으로 둔갑시켰다.
마음에 박힌 말의 가시로 고슴도치가 되어버리고 나서야, 나를 괴롭히는 말로 나뿐이 아니라 남을 괴롭히고 있는 나를 직시하고 나서야, 마음에 박힌 말의 가시를 하나하나 떼어내기 시작했다. 이 말이 옳은 말인지 의심해보고, 정말 나를 위한 말이었는지 살펴보고, 굳이 왜 그런 말을 따라야 하는 건지 질문을 던지면서 말이다.
내 마음속에 가득한 말들은, 진짜 내 생각도, 내가 꼭 간직해야만 했던 말도 아니었다. 그것들이 삶의 지혜이고 진리여도, 나를 위해 하는 말이었어도 나를 괴롭게 만든다면 나를 위한 말은 아닌 것이었다.
말의 가시에 찔려 자꾸만 마음이 아프고, 삶이 힘들고, 내가 미워지고, 행복이 뭔지 모르게 되었다면, 이제 그만 말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건 어떨까.
- 프롤로그 -
(이미지 by Hans from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