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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횡 Jun 10. 2024

말이 쉬운 퇴사 -끝-

마지막으로 내가 퇴사하고 느낀 점들을 전체적으로 솔직하게 써볼까 한다.


일단 지금 내 심정을 말하자면 정말 힘들다. 정확하게는 공백이라는 게 정말 무섭게 느껴진다. 주변의 친구들은 집도 사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도 하고 그러고 있는데 나는 왜 이러고 있을까 싶다. 내가 일을 그만두지 않고 계속 회사에 다녔다면 지금쯤 나도 다른 무언가를 이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일을 그만뒀고 지금까지 벌어둔 돈만 축내며 지내고 있다. 더 무서운 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물이 차오르고 있는 방에 갇힌 느낌이다. 다른 사람들은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며 물이 차오르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지만 나는 발이 묶여 한 발자국도 못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달까? 물은 계속 차올라 어느새 코까지 잠 길듯 말 듯 하다. 나는 까치발을 들어 겨우 위기를 넘기고 있지만 언제 잠식될지 모르겠다. 완전히 잠기게 되면 나는 과연 어떻게 되는 걸까?


나는 나이고 싶다. 아직까지 그 '나'라는 것이 뭔지도 잘 모르겠지만 그러고 싶다. 하지만 내가 완전히 물에 잠긴다면 나는 나로 살아가기 힘들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그 어떤 무서움도 위기감도 느끼지 못하고 내 주위 사람들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넘어 나 자신에 대한 책임과 의무까지 다 저버릴 것 같은 것이다. 


얼마 전에 나는 소설 하나를 썼다.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지 약 10년 만에 처음으로 완결까지 무언가를 써본 것이다. 목적이 공모전 참가였기에 일정 시간 안에 완결까지 써야 했었는데 다행히 시간 맞춰서 제출할 수 있었다. 딱 완결까지 쓰고 처음 든 생각은 '와 진짜 재미없다'였다. 사실 이미 알고 있긴 했다. 쓰는 중간에도 내가 쓰고 있는 글이 재미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공모전 수상은 고사하고 평생 빛 볼일 없는 작품일 수도 있다. 아니 그럴 것이다. 어찌나 아쉬움이 남던지... 이 부분을 이렇게 써볼걸, 저렇게 써볼걸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도 막상 제출 버튼을 딱 누르고 나니 작은 성취감이 있었다. 퇴사 이후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퇴사하지 않았다면 절대 느끼지 못할 기분이었다.


내가 위기감을 느끼고, 내 주위로 차오르고 있는 물을 느낀 다는 것은 아직은 나를 지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어떤 불안도 위기도 느끼지 못할 때, 바로 그때가 진짜 나를 잃는 순간일 것이다. 나는 발버둥 치고 있다. 그 끝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는 것이다. 결과는 후회해도 선택은 후회한 적이 없기에 나는 다시 만족할 결과를 위해 노력해 본다. 선택에 대한 후회는 철회할 수 없어도 결과에 대한 후회는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게 퇴사하고 내가 느끼는 전부이다. 




브런치에 글을 남기기 시작한 것은 작년 말쯤부터였다. 일을 그만두고 나서 꽤 긴 시간을 보냈지만 뒤돌아보니 남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서 뭐라도 좀 남겨보자 싶어 시작한 것이 이 브런치이다. 그렇게 최소한 일주일에 글 하나는 쓰자라고 마음먹고 평소 생각했었던 이런저런 글을 올리다가 요일별 연재란이 눈에 들어왔다. 


'연재로 글 쓰면 사람들이 더 많이 보려나?'


처음 시작했을 때는 단지 글을 쓰고 올리는 것에 만족했지만 사실은 좀 더 많은 사람한테 관심받기를 바랐나 보다. 요일을 지정해 놓고 그날은 무조건 글을 써야 하니 강제성도 부여하는 한편 스스로도 보다 좋을 글을 쓰기 위해 욕심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연재를 시작했다. 


퇴사를 주제로 잡은 것은 내가 쓸 수 있는 글 중에 그나마 잘 먹힐 것 같은 주제여서였다. 솔직히 말하면 시작할 때 제대로 목차조차 잡지 않고 시작했다. 한 7회 차 정도까지만 생각하고 그 뒤로는 생각을 안 한 것이다. 정확하게는 못했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매 월요일마다 오늘 대체 뭘 써야 하나 아침부터 고민했었다. 심지어 최근까지는 알바를 했었으므로 일하면서 뭘 쓸까 생각하고 퇴근하고 돌아와 힘들게 썼다. 최근에 올라간 글이 전부 밤늦게 올라간 게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그런지 써놓은 글들이 사실 마음에 썩 들진 않았다. 글을 쓰는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시간에 쫓기며 써서 그런 부분도 있다. 그래도 글을 봐주시고 좋아요도 눌러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글을 쓰겠지만 정해지지 않은, 그때 쓰고 싶은 것들에 대해 쓰지 않을까 싶다. 당분간은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그것에 집중하고 이후 다시 연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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