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횡 Jun 03. 2024

어떻게 버티는가

퇴사하고 노는 기간이 길어지면 불안감이 슬슬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강도는 첫 직장을 구하기 전보다 더 심하다. 불확실한 미래와 먹어가는 나이로 인한 걱정으로 밤에 잠을 설치기도 했다. 요즘 거울 앞에 설 때마다 어찌나 늙어 보이는지... 스트레스 때문인지 피부도 다 뒤집어져서 더더욱 안 좋아 보인다. 그렇다면 몸이라도 건강하냐? 그것도 아니다. 근육은 빠지고 살은 찌고, 어쩐지 인간에서 거미가 되어가는 기분이다. 어떡하면 좋을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길에서 나는 어떻게 버텨야 할까?


첫 번째는 자신을 믿어야 한다. 사실 퇴사는 이게 전부다. 퇴사한 사람 모두는 자기 자신을 믿고 회사를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이런저런 시도들이 실패하게 되면 그 믿음을 점점 잃어간다. 그리고 나도 그랬다. 실패 앞에 장사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믿으려고 해야 한다. 이것만이 유일하고 가장 강력한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뒤에 적을 몇 가지도 전부 이 믿음을 위한 것일 뿐이다. 그러니 믿어라.


두 번째는 부정적인 나를 받아들여야 한다. 실패가 계속된다고 했을 때, 그래도 나를 계속 믿어야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까? 보통 실패의 원인을 외부로 돌린다. '나'에 대한 믿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실패를 '나'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앞으로도 계속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리고 나중에 가서는 아무것도 안 하게 될 것이다. 나는 잘하고 있고 내 잘못도 아닌데 내가 뭘 더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자 이제 망했다. 

부정적인 나를 받아들이라는 것은 결국 스스로에 대해 고칠 점을 찾으라는 말과 같다. 나라는 존재를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보고 냉정하게 평가해 보는 것이다. 내 경우는 무언가를 배울 때 기초적인 것을 정확하게 숙지하지 않거나 넘겨짚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고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잘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는 것, 잘못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고치려고 노력하는 것 이 중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아마 이 중에 하나만 해도 꽤 대단한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해야 한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오히려 가능할 것이다. 나를 믿는다는 말이 내게 잘못이 없다는 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받아들이고 고쳐나가는 과정이 나에 대한 믿음을 줄 것이다. 선순환이 되는 것이다.  


세 벌 때는 주변에 도움을 잘 받는 것이 중요하다. 모두 그렇지는 않겠지만 인간이라는 생물은 혼자서 살아가기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혼자 잘 살아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도움을 받으면 더 잘 살 수 있는 것은 확실하다. 여기서 말하는 도움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냥 가끔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것. 그것만으로도 꽤 충분하다. 하지만 이게 어려울 수도 있다. 나도 그랬다. 가끔 만나서 얘기할 친구 한 명 없었던 것이다. 편하게 만나서 시시콜콜한 얘기 좀 나누고 헤어지는 그런 사이, 내게는 없었다. 그래서 힘들었다. 하지만 내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위로와 힘을 얻었는데 바로 전 직장동료 들이었다. 물론 이 들하고 자주 만나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제는 접점이 없기도 하고 말이다. 정말 가끔 1년에 한 번 두 번 연락이 전부지만 진심으로 응원해 주어 고마웠다.

먼저 불러 주면 참 고맙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사람들에게 만나자고 하기가 어려워진다. 무언가 잘 안되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저 손 내밀어봐라. 정말 의외의 곳에도 당신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으면 스스로도 본인을 더 믿게 된다. 그리고 누가 나를 응원해 준 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힘이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버티고 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매일매일 무언가를 해 나가려고 하고 있다. 해 나가다 보면 결과는 따라올 것이라고 믿는다. 잘 안된다면, 안 됐다면 그때 가서 생각해도 된다. 일단은 스스로를 믿고 한걸음이라도 발을 떼보자. 생각보다 그곳이 멀지 않을 수 있다.  

이전 10화 퇴사 후 깨달은 몇 가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