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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횡 Jul 19. 2024

예고는 없다.

지난 일요일 아침 나는 공주로 1박 2일의 짧은 여행을 떠났다. 요즘 들어 집중도 잘 안되고 자꾸 늘어져서 잠깐 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공주를 선택한 이유도 짧게 다녀오기에 거리도 가깝고 볼만한 것들(국립공주박물관, 공산성, 무령왕릉)이 모두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쓱 둘러보기 좋을 것 같아서였다.


원래 계획은 10시 출발이었지만 조금 늦어져 11시에 출발해, 차로 2시간 정도 달려서 오후 1시쯤 공주에 도착하였다. 아침밥도 제대로 안 먹고 출발했던지라 바로 미리 봐두었던 식당으로 가 점심을 먹었다. 그렇게 배부르게 점심을 먹고 향한 곳은 국립공주박물관이었다. 국립박물관이라 규모가 클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진 않았고 무령왕릉 관련된 유물 전시가 주를 이뤘다. 국립공주박물관에서 이 박물관보다 더 마음에 든 것이 따로 있었는데 그건 바로 유물을을 보관하고 있는 전시형 수장고였다. 마치 유물들에 둘러싸인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아주 마음에 들었다. 박물관을 본 뒤  원래는 박물관 바로 옆에 있는 무령왕릉을 가려고 했지만 날씨가 조금 괜찮을 때 공산성을 보면 좋을 것 같아서 공산성으로 향했다. 찾아보니 안을 도는데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나왔는데 나는 전날에 하체 운동과 4km를 뛴 영향으로 다리가 조금 후들거려서 가볍게 30분 정도 둘러보았다. 성 내부에 뭐가 많은 느낌이었는데 다 둘러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성이 있는 곳이 지대가 높아서 그 위에서 공주 시내와 함께 금강을 내려다보는 맛이 있어 좋았다. 보고 나오니 5시가 조금 안된 시간이었어서 공산성 근처에 관련 빵을 파는 가게를 둘러볼까도 했지만 다리가 너무 아파서 바로 숙소로 향했다.


체크인을 하고 커피를 사 왔다. 그리고 샤워를 하고 나와 침대 위에 누워 배달 어플을 켰다. 저녁은 충청도 지역에서 유명하다는 김피탕을 먹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플로 주문을 하고 2분 정도 지났을까? 전화가 한통 왔다. 아빠였다.


'할머니 돌아가셨다.'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것은 아니었다. 당장 그날만 해도 점심때 즈음 할머니가 몸이 많이 안 좋으시니 다음 주쯤에 한번 내려가자고 연락이 왔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렇게... 이렇게 바로 다시 돌아가셨다고 연락이 올 줄은...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내가 시킨 음식은 지금 준비 중이었고 들어온 숙소에 체크인을 한 지 2시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솔직히 조금 아쉬웠다. 숙소도 마음에 들었고 그냥 이대로 침대 위에 있다가 맛있는 거 먹고 책 좀 읽다가 자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여기 온 것도 약간 후회가 되었다. 원래는 토요일에 오려다 굳이 숙소값을 더 줄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일요일에 온 것이기 때문이다. 툐요일날 왔다면 잘 쉬다가 돌아가는 저녁쯤에 지금 이 소식을 들었을 것이다.


어디 죽음이 누구 사정을 봐주고 찾아오던가. 그 본인에게도 주변 사람에게도 그 어떤 예고도 없이 찾아온다. 그냥 삶이라는 게 다 그런 것 같다. 잔잔하다가도 언제 해일이 덮쳐올지 모르니 말이다. 그것도 가장 편하게 쉬고 있을 시간에 말이다. 


장례는 잘 마치고 올라왔다. 가서 보니 인천 사시는 고모는 일 때문에 거제도에 와 계셨다가 올라간 바로 다음날 연락을 받고 장례식장이 있는 부산에 다시 내려오신 거였다. 어찌나 피곤해 보이시던지...


삶의 불친절함에 흔들리지만 시간이 지나면 곧 잊고 다시 평온함을 되찾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내 삶이 지속되는 한 반복될 것이다. 잦아들 것이라는 기억해야 할까 아니면 다시 언제 해일이 닥쳐올지 모른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까? 잘 모르겠다. 일단 그저 물살에 몸을 맡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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