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나는 주말이라는 핑계를 스스로 대며 배달어플을 뒤적이다 족발을 하나 주문했다. 메뉴가 족발인 이유는 부모님이 계시는 본가에 가면 족발을 싫어하는 누나 때문에 족발을 먹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자 있을 때 주문해 먹어야 한다. 어쨌든 그렇게 주문을 하고 십여분 정도 지났을까 나에게 전화가 한통 왔다. 확인을 하니 모르는 번호였고, 모르는 번호는 받지 않는 나였지만 왜인지 불길한 기분에 오히려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네 족발집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주문한 집에서 전화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무언가 잘못된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리고 역시 이번에도 무언가 잘못되어 온 전화였다.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내가 주문한 것과 다른 것이 배달이 되었다는 것이다. 다행이라면 아예 다른 것이 아니라 맛이 좀 다른 정도였다는 것?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전화 주신 분은 다른 메뉴가 배달되었다는 말씀만 하시고는 다른 말이 없으셨다. 아니 그래서 어떻게 해주겠다는 말이지?
'네 그래서요?'
'주문하신 거 하고 배달 간거랑 가격차이도 없고...'
일단 내가 주문한 것과 보내준 음식과의 가격차이는 존재했다. 천 원 차이이긴 했지만 말이다. 뭔가 그냥 대충 마무리 지으려는 느낌이 나서 약간 짜증이 났다. 결국에는 계좌를 알려주면 차액을 보내주거나 다시 주문한 것으로 보내주겠다고 했는데, 그 순간 배달이 도착했다. 그래서 이미 배달이 도착했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하니 지금 간 것은 그냥 받고 새로 원래 주문한 것을 보내준다고 하셨다.
하...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는 아무것도 받지 않았다. 차액도, 배달 온 것과 별개로 또 원래 주문했던 족발도 받지 않았다. 애초에 할인을 받아 사서 금전적인 손해도 크지 않았고 혼자 살기에 족발을 더 줘도 딱히 더 먹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다 괜찮다고 하니 그분은 다음에 여기로 또 주문한다면 전화로 이런 일이 있었다고 말해달라고 하며 그때 뭐라도 서비스를 보내준다고 하셨다.
이상했다. 그냥 처음부터 '실수가 있어서 미안하고 우리가 차액을 보상해 주거나 주문한 음식으로 다시 보내주겠다.' 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지만 그렇게 그냥 배달 온 족발을 다 먹고 가만히 앉아있다 보니 조금은 다른 생각들이 들기 시작했다.
무언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실수보다 사과가 더 무서운 사회. 어느새 사과라는 것이 참 어려워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선가 우리나라에서 '미안합니다'라는 말이 사라졌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왜 그럴까 보면 결국은 용서받는 것이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나 사과해야 하고 언제 용서해야 하는가? 이 사이의 간극이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나의 잘못은 작고 나의 사과는 매우 크다. 타인의 잘못은 매우 크고 타인의 사과는 매우 작다. 내 생각에는 그냥 '죄송합니다'하면 끝날 것 같은데 상대방은 무릎이라도 꿇길 바라고 내 생각에는 무릎이라도 꿇어야 할 것 같은데 그냥 '죄송합니다' 하고 만다.
참 어렵다. 양보할 수 없고 괜히 지는 느낌이 싫다. 손해 보는 것 같고 더 많은 것을 원한다.
전화하신 분은 나에게 바로 사과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에, 잘못했다고 말하면 그 말을 물고 늘어질까 봐 그게 무서웠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뭐 사장 바꿔라부터 해서 별점을 낮게 주는 등 또 모르지 않은가?
아닌가? 저쪽에서 잘못한 것은 맞으니 내가 너무 많은 생각을 한건가도 싶다. 배가 부르니 그냥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다. 아무래도 배고픈 상태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관대해지지 않겠는가.
아무튼 족발은 맛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