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의 출처

by 김횡

근래에 이런저런 일들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하루 정도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 5년을 혼자 살다가 가족들하고 같이 살게 되니 같은 일에도 평소보다 더 스트레스받는 점도 한 몫했다고 본다. 여하튼 그렇게 마음을 먹고 갈만한 곳을 찾아보니 딱히 눈에 들어오는 곳이 없었다. 애초에 지금 사는 곳에서 너무 멀리 가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었고, 뭔가 관광을 한다거나 이런 것보다는 정말 그냥 잠시 혼자 있고 싶어서 떠나는 것이었기에 오히려 어딜 가도 상관이 없어서 고르기가 더 어려웠다. 그러던 중 친구 한 명이 생각났다. 현재의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친구. 연락을 해보니 내가 도착하는 날은 다른 일정이 있어서 어려웠고 그다음 날 점심은 가능하다고 하였다. 나는 차라리 잘됐다 싶어 그러자고 약속을 잡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단순히 혼자 있고 싶었던 게 아니라 대화할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다. 굳이 또 타인을 만나러 떠났으니 말이다.


친구가 사는 곳은 딱히 뭔가 볼 게 없는 도시였기에 도착한 날은 그냥 숙소에서 별거 없이 쉬고 다음날 점심에 친구를 만났다. 원래도 1년에 서너 번 정도 둘이 만났었는데, 연초에 내가 취직하면서 못 만나다가 빠른 퇴사 이후 처음 만나는 것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근황부터 시작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았다. 그렇게 대화를 주고받다가 어떤 한 지점에서 요즘에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이상하리만치 공허한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아니 사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대화를 하면서 좀 더 명확해졌다는 게 맞을 것이다.


그건 바로 다시 취업을 한다는 것이었다. 일 하는 게 싫은 게 아니라, 취업을 하고 다시 어떤 조직 안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이 나를 힘들게 했다. 이럴 거면 그냥 원래 다니던데 다녔으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는 이 나이 먹고 신입으로 앉아있는 내가 싫었다. 나도 내 반대편에서 조금은 여유 있게 새로 들어온 사람들을 보며 반겨주고 싶었다. 긴장하고 굳어서 어버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그걸 다시 겪어야 한다니...


이게 나이 먹은 서러움이라고 해야 할까? 아님 그냥 내 선택의 대가 같은 것일까? 친구는 내 얘기에 이렇게 말했다. '뭐 어쩌겠어?' 맞는 말이다. 뭐 어쩌겠는가? 달리 뾰족한 수가 없으면 그냥 참고 다니는 수밖에. 그리고 그 뒤에 이렇게도 말했다. '시간은 또 지나가'


시간은 계속 흐르고 결국에 내 위치도 바뀔 것이다. 참고 견뎌야 하는 일들이 많겠지만 사실 그건 누구라고 다르겠나 싶다. 그럼에도 미세하게 한숨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나이 먹는 게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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