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다이어리를 쓰고 있다. 이제 쓰기 시작한 지는 두 달 정도 된 것 같다. 사실 이전에도 다이어리를 쓰려는 몇 번의 시도가 계속 있었다. 그때마다 이번에는 꼭 오래오래 써야지 마음먹었는데 일주일을 넘긴 적이 거의 없던 것 같다. 덕분에 방에 쓰다만 다이어리만 한 서너 개쯤 있었다. 다이어리는 시작할 때마다 새로 사야 하니 말이다.
어쨌든 다행히 이번에는 전처럼 작심삼일에서 일주일 정도로 끝나지 않고 나름대로 꾸준하게 다이어리 쓰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번에는 대체 뭐가 다르기에 꾸준하게 쓸 수 있는 걸까?라고 생각해 봤는데 크게 두 가지 인 것 같았다.
첫 번째는 다이어리를 아침에 쓴다. 보통 밤에, 그것도 자기 전에 쓰는 것이 정석이 아닐까 싶지만 이전에 여러 번 그래본 결과 그 시간이 되면 딴짓을 하거나 그냥 잠들어 버리거나 딴짓을 하다가 잔다. 그리고 그렇게 며칠 쓰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가 버리면 뭔가 흥이 식어서 다이어리 쓰는 것을 그대로 포기해 버리고 마는 것이다. 다이어리 무덤에 높이만 높인 채로 말이다. 그래서 아예 시간을 정해두고 아침에 쓴다. 보통 전날 일들과 그날 해야 할 계획에 대해 적는데, 어떤 일이 일어난 당일 날 그 느낌에 대해 못 적는 것은 조금 아쉽지만 다음날 그래도 조금은 더 이성적인 상태에서 전날의 일들을 다시 생각해 보는 것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대충 쓴다. 쓸게 있으면 쓰고 없으면 만다. 없으면 그냥 전날 돈 어디에 썼는지와 당일 날 무엇을 할 것인지 정도만 쓴다. 그리고 무언갈 적더라도 굳이 잘 적으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다. 그냥 말 그대로 적는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정도랄까? 덕분에 이전에 내가 쓴 것들을 돌아봤을 때, 과거 초등학생 때 쓰던 일기와 크게 차이가 없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뭐... 그래도 안 쓰는 것보단 낫지 않겠는가? 그리고 쓰다 보면 느는 것도 있을 것이고 말이다.
아침에 자리에 앉아 펜을 들어 다이어리를 적는 것이 이제는 나름 익숙해질 시간이 지났지만 이상하게도 문득문득 내가 적고 있는 글자들이 조금은 생경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손글씨가 어색해서일까? 확실히 손글씨를 쓰는 게 정말 오랜만이긴 하다. 초등학생 때 반강제적인 일기 이후로는 딱히 손글씨를 쓸 일이 거의 없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문제 풀 때 손으로 글 쓰는 정도? 과제 같은 것들도 거의 타자로 쳐서 프린트해 제출하다 보니 손글씨를 쓸 일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그런 건가? 아니면 내가 너무 악필이라 글자들 생긴 게 그냥 신기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나도 겨우 알아보는 수준이니 말이다.
그래도 그 낯섦이 싫지 않다. 내 손으로 써지는 글자들이 주는 나름의 즐거움이니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 이것도 사라지겠지만 그때는 지나간 시간이 또 다른 즐거움을 주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는 꼭 다이어리의 마지막 장까지 다 써서, 듬성듬성해 버리지도 가지고 있기도 애매한 다이어리가 아닌 내 한 조각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