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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횡 Dec 19. 2023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제야 깨달은 것

다 그런 거 아닌가?

나는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코인노래방도 자주 가고, 운전 중에도 계속해서 노래를 들으며 부르곤 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한 가지 불만이 생겼다. 그 불만이란 바로 내가 노래를 잘 못 부른 다는 것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전부터 계속 알고는 있었지만 최근에 갑자기 더 불거진 불만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노래가 너무 어렵다. 특히나 노래방에서 꼭 불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곡일수록 이상하게 더욱 어렵다. 음이 안 올라가는 건 예삿일이고 이제는 호흡이 딸린다.

그날도 평소와 같은 날이었다. 아마 운전 중이었던 것 같은데, 내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고 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노래는 흐르고 흘러 가장 높게 음을 올려야 하는 부분에 도달하였고 나는 역시나 괴소리를 내며 실패하였다. 하- 하는 한숨과 함께 스스로 약간 짜증이 난 상태로 운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기분 나빠하는 것이지?


내가 듣고 있는 노래는 가수가 부른 것이다. 가수란 누구인가? 노래를 잘 부른다는 사람들 중에서도 잘 부르는 사람이다. 적어도 노래 하나만으로 밥 먹고 살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부른 노래를 좀 못 부른다고, 음이 안 올라간다고 기분 나빠한다고? 그렇다면 세상에 기분 나쁠 일이 너무 많지 않을까?


그리고 여기서 조금 더 나가 보자면 애초에 우리는 원래 보통,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잘 못한다. 무언가 잘하는 것이 특이하고 특별한 일이지 못하는 게 이상한 게 전혀 아닌 것이다. 다만 특이하고 특별한 것에 시선이 집중되듯 잘하는 것에 시선이 집중되고 그게 기억에 오래 남기 때문에 어떤 것에 대한 비교를 할 때 기억에 남은 그 잘한 무언가가 기준이 되어 나를 괴롭히는 것일 뿐이다.


자 이제 나는 내가 노래를 못 부르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 이제 더 이상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그건 또 아닐 것 같다. 결국 무엇인가 잘하고 싶은 욕구는 남아있고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상황이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이 것에 대한 해결책은 명확하는 것이다.


계속 시도하고 안되면 방법을 바꿔서 시도하면 된다.


결론적으로 무언가를 잘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실패들을 버티며 계속해서 두드리는 것뿐이다. 내 경우 나름 노래를 잘하기 위해 10년 이상 두드렸는데 아직도 먼걸 보니 아마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다행히 위의 깨달음으로 조금 더 버틸 힘은 얻긴 하였다. 그 10년이란 시간 잘 버틴 나에게 나름의 칭찬을 해주며 이제는 보컬트레이닝 강의라도 찾아보던가 학원을 알아보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최소한 내년 이 시간에는 좀 더 나아 있기를 빌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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