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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8시간 근무라는데

허실대는 시간들, 그래도 이런 날만 있다면 좋겠다

by 윤혜경
*털이 복슬거리는 흰색 말티스인 나, 수리는 양텰방석이 아주 좋다. 그리고 분리불안환자인 나를 입양해준 착한 큰누나가 나는 아주아주 좋다.




요즈음은 직장인 평균 근무시간이 9시부터 5시인가 보다. 대학병원은 9시부터 12시, 그리고 1시부터 3시 30 정도면 환자의 외래진찰을 위한 예약시간이 다 끝난다. 큰누나는 기다리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아침 시작시간인 9 시대로 정하거나 오후 1시 또는 아예 끝나는 시간대인 3 시 즈음으로 예약시간을 잡는다. 중간에 끼면 대기시간이 계속 늘어서 여차하면 1시간 전후의 시간허비가 생기므로.


3개월마다 검사와 약 처방이 내려지는 신장내과와 신경과, 그리고 일 년에 한 번씩 검사와 약 처방을 받는 갑상선 내과가 이번에는 줄줄이 겹쳐서 5주 동안 주 1회 병원 검사와 주 1회 외래가 있었다. 물론 간단한 검사와 외래는 당일에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런 경우는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아침 6시부터 서둘러서 승용차로 7시 즈음 도착하여 검사하고 검사 결과까지 지하주차장의 차 속에서 쉬며 기다리다가 예약된 10시 즈음에 외래가 있을 때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검사는 일주일 전에 해야 결과들이 나온다 해서 일주일에 이틀은 병원을 가느라 오전 시간이나 오후 시간을 모두 사용하게 된다.


오늘은 큰누나의 갑상선 내과 검사 결과를 보고 약 처방을 받는 외래 방문일이다. 늘 기다림이 많은 편인데 운 좋게 30분 지체였을 뿐이다. 10시 15분 예약에 맞춰 8시 30분에 집에서 아빠의 차로 출발했다. 코로나 거리두기가 오늘부터 해제되면서 차들이 길로 나오기 시작했나 보다. 네이버 길 찾기에서는 29분의 거리가 오늘은 9시 45분에 병원에 도착했다. 사실 늘 아침 7시부터 9시 즈음의 길은 가다 서다의 반복 구간이 자주 나타나니 자동차 소요시간 29분 거리가 외래 진찰실 앞까지 75분 즉 1시간 15분으로 늘어난 것은 자연스럽다.


오늘은 대학병원 밖의 약국까지 걸어서 다녀올 힘이 없어서 큰누나랑 엄마는 약은 집 주변 약국에서 받기로 하고 외래가 끝나고 영수증 처리만 한 뒤 누나 아빠와 나, 수리가 기다리는 지하주차장의 차로 돌아왔다. 아침을 못 먹고 새벽에 호르몬 약만 먹은 큰누나의 나머지 약 복용을 위해 잠시 가벼운 아침 간식을 먹었다. 그리고 큰누나는 아침 복용 약을 11시 30분에 먹었다. 집에 도착하니 12시 45분이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사이의 기다림 포함 1시간 이상 소요되는 약 처방 조제를 기다리지 않고, 동네약국에 들르기로 하고 왔으니 일단 대학병원 외래를 위한 왕복거리에 4시간 15분이 소요되었다. 다시 동네 약국에서 약을 타오는 시간까지 합하면 큰누나는 병원과 약을 포함해서 최소한 5시간 이상을 써야 한다. 이번 주는 그런 상황을 3개 과를 다니며 반복한 거다. 검사를 위해서 주 1회씩 3주, 외래를 위해서 주 1회씩 3주 모두 6주 동안 매일 일반 직장인의 근무일 절반을 병원 다니느라 써야 했다. 그런데 정상인처럼 직장을 다녀도 된다고 의사는 말했었다. 어떤 직장이 가능할까? 자영업도 불가능할 텐데...


큰누나는 부갑상샘을 제거당하고 입원 퇴원을 반복한 3년여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3년여의 시간이 더 지나고... 대체로 안정된 상태가 되었다고 의사들이 말하는 수술 후 8년째인 지금도 이렇게 병원을 다녀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법원은 본인이 감당할 일이라고 했다. 회복되어 견딜만한 상황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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