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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업고 걸은 발자욱

Foot Print

by 윤혜경
*누나 기다림은 큰누나에 대한 나 수리의 그리움이고




3mm의 귀여운 크기의 암 제거수술을 하고 퇴원 직후부터 큰누나는 곧바로 의식소실과 부상이 이어졌다. 그리고 수술했던 병원의 응급실과 응급병동 입원을 거치며 거의 매주 약 조절과 병원 외래 검사, 결과 확인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이어졌다. 그 원인을 신경과 자가면역질환으로 진단받고, 비장한 마음으로 치료받으며 내일이 두렵던 시간에 친지 의사, 작은 누나 친구 의사들, 그리고 탁구장 지인의 남편분까지 신장내과, 신경과. 갑상선 관련까지 전문의사선생님들이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며 큰누나의 경과를 분석하여 주었다.


덕분에 수개월 동안 지속된 자가면역억제 1차 단계와 2차 단계의 주사치료 후에도 효과 없이 더 악화되는 큰누나 증세를 근거로 주치의의 더 센 3차 단계의 주사치료가 필요하다는 제안 앞에서 환자와 보호자는 멈추어 섰다. 담당의사의 유명세와 배려에도 불구하고 정말 힘겹게 큰누나 엄마와 큰누나는 'No, Thank You!'를 감히 입 밖으로 내었다.


얼마나 가슴이 콩콩거리는 일이었던지. 만일 딸이 더 나빠지면... 엄마는 뒤통수가 서늘했지만 건조한 스타일의 자가면역질환 전문 신경과의사에게 면역억제 목적의 주사치료에 대한 엄마의 두려움을 전하고 양해를 구했다.


이후 다행히도 약물치료를 제안한 신경과의 빈번한 외래진찰을 통해서 2년에 걸쳐 약물을 조절해왔다.


성공적이었다.


물론 지인을 통해 소개받아 다른 3개의 대형병원에서 의견을 들어보았으나, 환자도 보호자도 낯섦에 새로 적응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이미 상황이 나빠진 다음에 내일을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상황에서 3군데 그리고 나중에 한 군데 더해서 네 군데의 종합병원에서 전문가의 의견을 들었다. 그리고 원래의 병원에서 면역억제목적의 주사치료요법대신 자율신경계이상을 회복시키기위한 약물치료를 제안한 신경과의사 선생님의 치료가 오랜 시간이 지나고 이제 누나의 의식소실을 치유하는 결실을 맺었다.



2015년 4월 말 갑상선 전절제 수술 그리고 2022년 2월 11일까지...

엄마는 나이가 들어가니 주소록의 지인들 주소를 아주 가까운 지인들만 남기고 줄여가며 조신한 마무리를 향한 노력을 시도하던 중에 큰 누나의 투병생활이 시작되었다. 덕분에 해당 종합병원의 여러 과 주소와 관련 협력병원들, 약국들, 그리고 각종 치료에서 만난 새로운 인연들이 등장하며 주소록이 다시 두툼해졌다. 그래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가 보다.


큰누나와 함께 우울에 빠져든 엄마에게 신장전문의인 자신의 남편을 소개해주어 긴 사연을 내뿜는 보호자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큰누나의 상황을 꾸준히 확인해주는 이웃도 생겼다. 그 신장전문의는 엄마에게는 심리치료사가 되었고 불안과 위축 정서로 눈도 못 맞추는 큰누나에게는 따뜻한 신장전문의였다. 큰누나는 전해질 불균형이 지속되며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겨 여름에도 손발이 시려 겨울 수면양말을 신고 잠을 청한다.


늘 몸이 차가운 엄마의 난로로 불리던 누나의 온몸이 수술 후에는 몹시 차가워져서 엄마가 전기 핫팩과 온수 핫팩을 배 양옆과 허벅지 발끝 등 세 군데에 놓아주면 비로소 누나의 깊은 수면이 가능하다. 몸이 냉한 엄마보다 더 냉한 딸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이웃 세탁소 안주인은 농사지어 직접 만든 울금가루를 나누어주었다. 자신이 신장병을 앓았다고 했다. 당뇨에 도움된다는 돼지감자를 농사지어 보내준 선배도 있다. 누나랑 엄마는 귤과 황금향 껍질을 깨끗이 씻어 말려서 따뜻한 차 재료로 사용하였다. 통째 말린 향긋한 귤피는 반신욕을 통해 누나의 체열을 올려주는 훌륭한 목욕 재료가 된다.



119의 도움을 자주 받아 유명해진 덕에 그해 겨울엔 누나네 아파트 동 입구에서 볼 수 있는 곳에 크리스마스트리를 하나 더 세웠노라는 관리실 직원의 배려도 있다. 그 해 크리스마스엔 달밤에 불 밝힌 트리를 보러 큰누나를 부축해서 온 가족이 나갔다. 엄마네의 키 큰 트리는 큰누나가 아픈 이후로 8년째 창고에 있다. 그리고 봄이면 주민들이 버려놓은 빈 화분 가득히 베고니아로 채워주는 경비 아저씨 덕분에 아파트 입구가 환하다.


이웃들에게는 고마움을 표하면서도 엄마보다 성인병 가짓수가 훨씬 많은 딸을 보며 십자가상을 돌려세워놓은 엄마와 가여운 딸에게 하느님은 어떤 생각이실까?


출처: 네이버 블로그 (여러 버젼이 있습니다만...)


'Foot Print'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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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제가 주님을 믿고 따르기만 하면

항상 저와 함께 하시겠다고 약속하셨지요?


그런데 제가 지난 생을 돌아보니

제가 주님을 가장 필요로 할 때

제가 걸어온 모래 위에는

한사람의 발자국만 찍혀있네요?


나의 귀하고 귀한 사람아

.........................................

"네가 돌아본 그 발자국은 네가 가장 힘들 때

내가 너를 업고 걸은 발자국이란다"


의 글귀가 오늘은 엄마의 귓가에 찰랑댄다.




'내가 너를 업고 걸은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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