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stralia에서 다닌 대학원의 졸업식은 서울에서 경험한 졸업식과는 좀 달랐다.
우여곡절 끝에 졸업식장 입구에 도착하니 두어 명의 사진사들이 있었다. 서울의 대학교 졸업식에서 볼 수 있는 사진사들과 여기저기에서 꽃다발을 진열해서 파는 모습과는 비교도 할 수 없게 단촐하게.
색깔과 디자인만큼은 서울의 대학과 같은 까만 졸업식 가운을 찾아 입고, 학위모를 쓰고 배정된 자리에 앉아서 졸업식 시작을 기다렸다.
한국보다 학생의 정원이 적은 까닭에 가능한 일이었을까? 누구에게서도 전해 들은 바 없는 졸업식 장면이 펼쳐졌다. 한국의 대학 졸업식장에서는 수상자와 대표자만 단상에 올라서 학위기를 받고 축하악수를 나누고 인사를 하는 모습이었으니까. 정원 규모가 큰 한국의 대학에서 총장님이 한 사람씩 악수하고 졸업증서를 전달하노라면 아마도 해 질 녘까지도 졸업식이 진행 중일 수도.
그날 대학 졸업자 (Bachelor's Degree)는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대학원의 석. 박사 과정 졸업자들은 한 사람씩 호명되고 단상에 오른 졸업생과 졸업장을 수여하는 총장(졸업증서에는 부총장 명의의 서명이 있다.)이 서로 말을 주고받으며 반갑게 악수를 하는 모습이었다는 기억, 그리고 여간 긴장이 되었던 그 감정은 생생하다.
도대체 총장이 무슨 말을 하여서 졸업 주인공이 저렇게 기쁘게 웃음을 터트리는지... 단상에 오르는 졸업생 한 사람 한 사람을 모두 웃음이 터지게 만드는 대학 총장님이라니...
학위기를 받을 차례가 다가올수록 궁금해졌다. 전공과 상관없이 모국어인 한글보다는 서툴기만 한 영어로 주고받을 단상 위의 시간은 이미 입술에 힘이 들어가고 등이 뻣뻣해지는 중이다. 이럴 땐 남의 시선쯤에 아랑곳없이 대찬 외향적인 성격이 많이 부럽다.
같이 공부를 했던 20대 후반의 한국 여학생은 내가 가족들과 앉은 좌석의 바로 앞 줄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동안 가까워진 호주 남학생의 무릎 위에 앉아서 당시 서양식의 사랑 표현 포즈를 취하며 졸업을 즐거워하였다. 2001년이니 당시 유학생 사회일지라도 한국인이 연출하기에는 생경한 모습이지만.
당시 그곳에서는 가슴이 많이 패인 여성 티셔츠가 대세여서 친구 생일선물로 두 아이는 예쁜 동물 그림의 가슴 파인 티셔츠를 고르곤 했다. 두 딸은 정작 자신들의 티셔츠는 아빠의 출장길에 한국형 티셔츠 구매를 부탁하던 때이다.
내가 익숙하지 않아서 입지 않을 뿐.
호주 스타일의 가슴골 노출이 자연스러운, 반달 모양으로 파인 티셔츠 복장을 한 여성들이 지나가도 누구도 새삼 돌아보는 일은 없다. 남의 외양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사회에서 모처럼 한국 유학생이 자신의 졸업 기쁨을 과감하게 표현했을 터이다.
국제통역과 대통령 순방 시 통역을 하던 통역 여교수 한 분이 농담처럼 우리들에게 외국어 통번역을 정말 잘하고 싶으면 외국어가 모국어인 사람과 결혼하는 길이 최고라고 했었다.
마침 통역 교수진 중에는 호주 남성과 결혼해서 발음부터 현지 문화까지 잘 이해하는 여성 통역사가 있었다. 그녀는 영어를 잘 구사하려는 스트레스가 가득한 우리 학생들에게는 문득문득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교수님은 집에서 남편과 살아있는 영어를 매일 연습해서 좋겠다, "
또는
"서툰 표현은 금세 확인할 수 있어서 좋겠다." 등과 같이.
영어 사용 국가지만 정작 영어로 말하고 쓸 일이 학교를 벗어나서는 별로 없다. 일상은 초등학교 3학년 수준의 구사능력이면 생활영어로 충분하다.
대학원에서 통번역 연습은 이코노미스트나 뉴욕타임스 등 신문기사를 보며 Site Translation 방식의 연습으로 기본을 다졌다. 3시간 통역 연습 수업이 끝나고 나면, 겨울에도 우린 얼굴이 발그레해져서 강의실 문을 나섰다.
통번역사 자격 관련해서는 당시의 시드니에서는 사회현장에서 필요한 인원을 예상해서 소수인원을 뽑았다. 매년 뽑는 방식이 아니고 어느 해에는 한국어 통번역 시험이 없기도 한다. 따라서 학위 취득과 함께 유학생 비자 만료 전에 등급별 통번역 자격증을 취득하는 일도 녹녹지 않았다. 통번역 자격증을 획득한 후에는 통번역협회 (NAATI)에 등록한다. 등록 방식은 자신 있는 분야를 표시하고 특히 원하는 분야를 2개쯤 기본으로 고르고 선택사항으로 1개를 추가하여 등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