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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Killara
Jan 21. 2024
너라고 다르지 않아
구순의 부모님
내가 알아서 할게
도착 후
우리 셋이 친정부모님께 새해인사를 드리고 일어서는데, 내 핸드폰이 울렸다.
근무 중인 여동생의 전화이다.
'자신이 대표이니 눈치를 덜 봐도 된다고.
특별한 경우라
괜찮다'라고.
'오겠다'는 것을
만류했었다.
괜찮지 않음을 알고 있으므로.
우리가 평일을 선택한 이유이다.
"
언니,
그럼 점심식사를 주문할게요.
뭐가 좋을까요?
양식, 한식, 중식"
"내가 알아서 할게."
곧바로 엄마의 전화가 울리고 엄마가 응답하셨다.
"내가 돌솥밥 정식을 주문하마."
다시 여동생의 식사준비 의논전화다.
어쨌건 나는
부모님과 합가 한
여동생에게 민폐 중이다.
여동생도 엄마도 맛집
배달음식을 주
문하고 싶어 했다.
이번엔 나도 지난번처럼 음식재료를 엄마네 냉장고에 넣어두고 떠나지 않기로 단단히
마음먹었다.
"그 집이 먹을만해.
내가 배달은 잘 알지 못하는데 그 집은 가끔 주문해 본다."
"엄마,
이번엔 내손으로 식사 한 끼 차려드릴라고 내려왔는데, 배달음식 드시게 하면 내려온 보람이 없죠."
평상시보다 더 부드럽게 키위와 파인애플을 함께 넣어 재운
구이용
LA 갈비를 꺼내서 프라이팬에 올리고 물을 자작하게 부어 끓였다.
불고기 전골처럼.
그리고 아버지가 드시기 쉽게
고기에 칼집을 자잘하게 추가했다. 잘
익은 고기를 따로 빼어서 접시에 놓아두고, 남은 국물에 감자를 납작납작 썰어 넣어 같이 익혀주었다.
마지막으로 먼저
꺼내어 두었던
LA 갈비
를 다시 넣고,
어슷 썬 양파를 추가하여
고온으로
빠르게
끓였다.
물엿
약간과
참기름으로
마무리
.
볶
은 참깨 한 꼬집 솔솔.
집에서는 노오란 '유자껍질청'과 초록 매실장아찌를 한쪽에 놓아주면 더 상큼하다.
무엇보다도 치아가 부실한 상태인 아버지께서 잘 드시며
연신 말씀하셨다
.
"참 맛있다."
죄송하고 눈물
나게
좋았다.
"내가 주문한다니까
.
힘들게 내려온 네가 기어이 일을 하냐!"
구순을 앞두신
엄마는
60대 큰
딸이 부엌에 서있는 것을
아까워하신
다.
절뚝거리는
당신은
지금도 아버지를 위해 부엌에 서신다.
'움직임이 적으니 입맛이 없어. 점심은 건너뛴다."
두
분은 모
처럼 점심을 드신다며 과식을 했다고
하셨다.
덕분에 내 어깨도 쫘악 펴졌다.
저녁은 엄마가 찜하셨던 그 돌솥밥 정식을 주문해 주셨다. 듣던 대로 맛있었다. 겉절이 배추김치는 부모님께는 많이 매웠을 텐데, 맛이 일품이었다.
연로하신 부모님도 딸과 나도 한 그릇을 둘로 나눠먹게 양이 적은 편이라 인원수보다 줄여 주문한 건 아주 잘한 일이다. 음식낭비를 줄일 수 있게.
부모
님은 아주 조금 드셨다.
큰 아이는 도착직후부터 복통이 시작되어 겨우
점심
식사를 마치고선
동생네
침대로 옮겨
누웠다.
저녁식사 때까지
Sleeping beauty처럼 눈을 뜨지 못하고 잠만
잔
다.
그래도 옆에 있어 확인이 가능하니 서울에 혼자 남겨둔 것보다는 내 맘이
평온
하다.
퇴근길에 여동생은 우리 가족이 예전에 좋아하던 밤만주와 제과점 빵들을 사들고 왔다. 저녁도 못 먹은 채.
저녁때 추가로 미리 구워둔 LA갈비를
데웠다.
늦은 시간이지
만 여동생의
저녁으로.
*호텔 신라 결혼식장
너라고 다르지 않아
노후
, 그리고
세상과의 이별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왔을 때
요양원에서 오래 근무한 친구는 말했
다.
친구의
설명은
요양원과 요양병원도 구별하지 못하는 내가 한참을 해석하는데 머물게 했다.
"학벌과 재산에 상관없이
요양원에 누워있는 노인들은 다 똑같아.
전직 장관이고 교수고 교양, 품위 그딴 거 없어.
오히려 더 떼보야.
연세가 들면 모두 아기가 되는 거야.
어른이라 자식 눈엔 하나도 귀엽지 않은 아기
그래도 우리 눈엔 그 순수함이 귀여워.
우리도 곧 그렇게 돼.
물려받은 재산이 많은 재벌이라면
모르겠다만.
보통은 자식들도 오십 보 백보일걸.
인간은 내리사랑이라잖아.
물길이 어찌 거꾸로 오르겠니?
부모가 먹고 자고 싸는 아기 똥기저귀 갈며
사람이 되게 온갖 뒷바라지 몇십 년 하셨잖아.
갚지도 못하면서 따지지 말고
그냥
귀만
기울이면 돼.
늙는데, 너라고 다르지 않아.
난 차라리 치매환자가 나은 듯.
기억도 없고, 판단능력도 없으니
섭섭함도 자존감도 모르니까.
어중간하게 판단력이 있으면서
몸만 못쓰면 비극이야"
요양보호 전문가로 직선적으로 단정 지어 내 입을 얼어붙게 만든 그
친구는
얼마 전 막상 요양원의 치매엄마를 월 1회 보러 가기가 싫다고 전화로
고백
했다.
자식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누워있는 엄마 보기가
슬퍼서.
다녀오면 며칠은 그 잔영으로 불면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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