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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llara Jan 22. 2024

함께 산책하기

부모님과 함꼐 하는 시간

먼저 읽어주신 작가님들께 송구합니다.  올린 글이 많이 길어서 4화로 나눕니다.



함께 뒤뜰 산책을


엄마는 호주에서의 대형교통사고와 한국에서 집 앞 도로에서의 낙상으로 골반을 크게 다치셨다.


앉고 서고의 자세 변환이 힘들다. 걸음이 편치 않으셔서 유모차를 닮은 보행보조기에 의지해서 이동하신다.



*노인 보행보조기 (사진 출처: G마켓)


아버지는 척추수술을 하셨고, 심장 수술도 하셨다. 이후 이어지는 통증과 뇌졸증 후유증으로  마비가 왔다. 온몸을 지탱해 주는 병원용 보조기구 없이는 걸음은커녕 서있으시기도 어렵다. 그래도 두 분은 매일 일기를 쓰신다.


친정엄마의 마법의 손길 덕분에 앞베란다는 계절을 잊은 꽃들이 개화해서 화려했다.

온몸을 기우뚱거리시면서도 잘 움직이시고 여전히 꽃들과의 대화가 이어지나 보다.


*꽃 피우기는 친정엄마 몫, 지주 세우기는 아버지 몫. 남향의 앞베란다에는 각종 제라늄과 카틀레아 등 꽃이 화려했다.


운동을 하시기 어려운 상황이니 아무래도 책 읽는 시간이 길어 두 분 모두 독서량이 많다.


 여동생들이 가끔 책을 주문배송해 드리지만, 이제는 책을 구입하기보다는 매주 목요일에 이동도서관차가 오면 어머니가 나가셔서 책을 빌리신다고 했다.  


코로나 시기에 중환자실에서 폐렴으로 생사를 넘나드신 아버지의 근육손실이 컸다. 이제 어머니는 아버지의 근육을 좀 살려보려 실내이동을 격려하신다. 자녀들은 종일 아버지 보살핌에 매진하시는 돌보미역할의 어머니 과로가 많이 두렵다.


체중이 많이 늘어난 여동생 또한 얼굴도 몸도 좀 부어 보인다.  결혼 전에는 몸매가 가장 예뻤던 동생이다.  3남매를 키우며 생의 굴곡을 넘어오는 동안 빅마마가 되었다.  방바닥에 앉아 다리를 옆으로 구부리고 앉기가 어렵다고  했다


"건강검진은 규칙적으로 하니?"


"그럼요. 무릎 물을 뺐는데, 무릎을 접지는 못해요.

언니는 바닥에 앉을 수 있네요?"


저녁때가 되어서 친정엄마는 오늘 산책을 안 하셨다고 했다.


"저랑 하시게요. 저도 바람 좀 쐬게요."


날씨가 쌀쌀한 겨울의 오후 5시 즈음이지만,  내가 동행하기로 했다. 커다란 보조기에 기대어 서신 아버지도 따라오시겠다고.


아버지를 위한 방한 준비에 추가로 시간이 좀 걸렸다. 많이 쌀쌀했지만 우리는 안전하게 함께 아파트 뒤켠의 실외 주차장 한쪽을 걸었다.


몇 달 만에 나오셨다는 아버지 옆에 바짝 붙어서 걸었다.


"나는 느리다. 운동되게 엄마랑 같이 걸어라"

"아버지가 넘어지실 가능성이 훨씬 높으니 아버지옆에 설게요."


이 겨울 아버지가 땅바닥에 넘어지시면 재앙 수준이 될 터이므로. 80미터쯤 되는 주차장 길이를 한 바퀴 도는 데 성공하시고 호흡이 거칠어졌다.  엄마는 보행기를 밀며 두 바퀴는 돌으셨을게다.


저녁에서 밤으로 가는 시간이라 바람이 점점 차가워진다. 우리들의 저녁 산책은 이렇게 마무리하고 집으로 향했다.


"내 딸 덕분에 몇 달 만에 처음으로 바깥 산책을 했다. "


"아버지는 날이 차니 위험해서 그동안 안 나가셨어.

나는 숨쉬기가 답답하면, 아침저녁 뒤뜰을 몇 바퀴 걷는다."


"아버지가 함께 걷겠다고 하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테니스도 수영도 탁구도 배드민턴도 좋아하시던 두 분의

'뒤뜰 한바퀴를 넘어지지 않고 걷기'

가 목표가 된 시간에 잠시 동행한다.


내 노후는 어떤 색깔이 될까?


한없이 허약해지신 부모님을 보며 내 의지가 무용한 시간이 오는 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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