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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표절률의 흉터

덕분에

by 윤혜경


켈로이드 흉터를 만든 99% 표절률


윤리적인 행위인 표절은 타인의 재산권 침해로 판단되는 저작권 침해와는 다르다. 표절은 남의 창작물의 전체 또는 일부를 인용 또는 차용하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는 행위를 의미한다(출처: 위키피디아).


헌법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중 저작권 관련 조항인 제22조에서는

” ①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지닌다.

② 저작자 • 발명가 • 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

고 강조하고 있다.

(출처:국가법령정보센터.

https://www.law.go.kr/LSW//lsSideInfoP.do?lsiSeq=61603&joNo=0022&joBrNo=00&docCls=jo&urlMode=lsScJoRltInfoR. 방문일자 2026.06.15.)


국내의 저작권법은 1957년 최초로 제정되었으며 현재 한국저작권위원회가 구성되어 올바른 저작권 제도의 정립과 기술 발전을 위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법제처의 찾기 쉬운 생활법령정보에 의하면 '표절의 저작권 침해'를 성립하기 위해서는

- 창작 표현 복제

- 창작 표현 이용

- 저작자와 침해자 작품의 표현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 존재

를 충족요건으로 내세우고 있다(출처: https://easylaw.go.kr/CSP/OnhunqueansInfoRetrieve.laf?onhunqnaAstSeq=87&onhunqueSeq=3667. 방문날짜 2025. 06.15).


그리고 서울대학교에서는 다음과 같이 자료의 올바른 인용방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연구윤리 가이드 중 '인용 및 표절' 편>

*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경우에만, 원 저자의 의도를 벗어나지 않는 경우에만 인용하기

* 직접 인용과 간접 인용

- 직접인용: " "를 사용하기, 행을 바꾸고 별도의 문장으로 표현하기

- 간접 인용: 원문을 자신의 문체로 교환

* 타인의 저작물 일정 부분을 그대로 사용할 때는 반드시 " " 표시하기

* 타인의 문장 표현을 자신의 표현방식으로 바꾸고 출처와 인용표기를 할 것

* 통계자료처럼 연구결과인 사실적 정보, 타인의 의견과 관점, 웹상의 자료나 정보, 일반적 지식 유무가 불확실한 경우 반드시 인용 및 출처 표기를 할 것

(출처: 서울대학교 도서관 https://libguide.snu.ac.kr/c.php?g=321605&p=2151723, 방문일자 2025.06.15.)


기관들의 홈페이지 자료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홈페이지 개정 작업이 이루어져 오래된 자료나 달라진 법규 관련 내용들이 삭제되기도 한다. 따라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은 자료를 소개할 때는 자료작성 일자를 알기 어려운 경우엔 날짜가 없음을 알리는 'n.d.' 표기를 할 수 있으나 검색일자를 영어로 Accessed on 11th March 2025, 한글로는 2025.05.30과 같이 표기하여 어느 시점의 자료인지 알 수 있게 하고 있다.

(출처: 출처생성기 https://citation.sawoo.com/ref/guide/apa )


2014년 즈음엔 대학원 논문과 학술지 논문 정도에 표절률 기준을 제시하던 시절이라서 인터넷에서 제공되는 필체를 무료로 사용하고 좋은 글이나 사진 들은 출처 표기 없이 무료로 쓰던 시절이다. 그 시기에 큰딸은 새벽녘까지 석사학위 예비 논문 검토를 마쳤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교수님께 제출하기 전 마지막으로 표절율을 확인했다. 원고 교정을 거쳐서 8.5%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석사학위 논문 표절은 15% 미만을 기준으로 한다.


교통이 편리한 서울 시내에 있던 학교가 부지를 팔고 경기도 쪽으로 이전하였다. 대학원 2학기를 마치고 남은 기간은 그곳으로 다녀야 했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왕복 4시간이 넘게 걸렸다.


준비한 논문은 그동안 교수님들의 지도를 받아 여러 번 교정과정을 거쳤다. 이번엔 지도교수님의 배려로 교정된 논문을 먼저 이메일로 보냈다. 그리고 오후 미팅 시간에 맞춰 연구실로 복사한 논문을 들고 가기로 했다.


드디어 학위를 얻나 보다 생각하며 함께 침대에 누웠다.


"이런 날도 오는구나!"

"엄마 덕분에..."

"고생 많았다. 몸도 아픈데 먼 데까지 다니느라..."


잠결에 전화벨이 숨 가쁘게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


'무슨 일인가?'


큰 딸의 전화가 울리나 보다. 손을 뻗어 핸드폰을 귀에 갖다 대던 큰딸이 잠이 확 깬 모습으로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침대에서 나가 방바닥에 두 발을 딛고 일어섰다. 덩달아 잠이 깬 나도 커튼을 젖히고 창밖의 햇빛을 받아들이며 아침이 되었음을 알았다. 시계를 보니 세 시간도 채 못 잤다.


창백해진 얼굴로 딸은 표절률을 얘기했다

"교수님, 제가 새벽에 확인하고 보내드렸는데요?"

"교수님, 제가 새벽에 검사한 표절률을 프린트했습니다. 지금 출발해서 학교로 가지고 갈게요."


체력이 많이 떨어진 딸과 학교까지 동행하기 위해 서둘러 샤워실로 갔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는 나를 본 딸이 말했다.


"엄마, 피가 흐르는데...?"


급한 손톱 끝에서 복부의 보드라운 피부가 밀려 벗겨지고 그곳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거였다. 딸이 소독하고 반창고를 붙여주었다. 그리고 경기도에 위치한 큰애의 대학원을 향해 함께 출발했다.


지난 시간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2년에 걸친 교육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석사학위를 위한 논문과정이 남았었다. 논문 방향을 정하고 수많은 선행논문들을 검색하고, 방향성이 맞고 제대로 쓰인 논문을 골라 깊이 있게 읽고 분석하고 요약했다. 멈추고 싶어 하는 딸 옆에서 나는 책을 읽으며 함께 앉아 무언의 지지를 보냈다. 나를 위한 일이었다면 진작 포기했을게다.


다음엔 쓰고자 하는 논문을 위한 설문조사나 연구과정이 따른다. 딸은 학교 영어교사들과 고등학교 학생들의 영어학습에 대한 효율적인 방법을 주제로 한 설문조사를 준비했다. 큰딸의 모교 은사님 도움을 받아 이웃학교 영어교사들까지 설문에 참여할 수 있어 설문지 수가 목표치에 도달했다.


그날 어슴푸레하다고 여겼던 시간의 전화는 '프로그램에 딸의 논문을 담아 돌리니 99%로 나왔다'는 지도교수님의 전화였다. 완벽한 복사 수준의 표절률 결과에 당황하신 교수님은 10시까지 제출해야 하는 논문심사학생 명단 제출에서 일단 큰애의 이름을 제외하셨다.


그리고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코자 연락하신 거였다. 우리도 덩달아 어떻게 10% 이하의 표절률이 99%로 바뀔 수 있는지는 상상도 어려웠다.

'교수님 컴퓨터에 파괴 바이러스가 깔린 걸까?' 우린 온갖 상상을 다했다.


당일 오전 근무가 시작되는 9시를 기다려 표절 프로그램 관리 회사에 전화를 했다. 담당자는 표절률 재검사 시간 간격이 짧으면 앞서 확인한 논문을 기준으로 자기 표절이 되어 99%로 표절률이 뜨게 된다고 했다. 프로그램을 돌리기 전에 자기 논문 표절률 검사 항목에 표시를 해야 했다고 부언했다.


정말 베낌을 의미하는 표절률 99% 기록의 원인은 확인되었으나, 큰딸이 지도교수와 통화가 된 시간은 이미 명단 제출이 끝난 뒤였다. 결국 부지런하게 연 달아 두 번 돌려진 논문의 표절률은 99%를 기록하면서 큰딸의 석사학위논문 심사는 한 학기 미루어졌다. 그 과정을 지켜본 엄마인 내 복부에는 급하게 샤워할 때 밀린 피부상처가 켈로이드 흉터가 남아있다.


이때의 경험은 그 후 <동물교감치유> 박사 과정에서 크게 도움이 되었다. 위축 또는 학습부진이나 부적응 아동들의 정서 안정과 자아존중감 향상, 사회성 향상을 목적으로 반려견에게 소리 내어 책 읽기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아동들의 문해력 향상을 위한 리딩독> 책 출판 시에도 그곳에 담는 해외 기관 사진들의 원소유자 동의를 하나하나 얻어 출처 표시를 정확히 하였다. 그 외는 출판사와 계약을 맺은 곳에서 유료로 구입하여 사용하게 되었다. 호된 공부는 값진 경험이 되어 다음 단계를 오르는 계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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