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봐도 우울증인데

응급실 의사의 촉각

by 윤혜경


*도라지꽃, 초롱꽃(Canterbery Bell, 7월 10일, 11월 21일 탄생화, 꽃말: 감사, 성실)(출처:꽃나무 애기 Band)


큰누나는 부갑상샘의 부재로 인해 칼슘 500mg과 비타민 D가 1000 단위의 고용량인 디카맥스 1000을 처방대로 4알을 하루 4차례씩 16알 복용으로 시작해서 3일 간격으로 조금씩 복용 양을 줄여가서 1년이 지나고도 하루 6알을 복용 중이다. 대신 디카맥스는 원알파와 다른 약으로 바꾸어졌다. 실종된 부갑상샘의 생환 소식은 여전히 요원하다.


비의료인인 누나 엄마는 혈액검사 결과가 나오면 매번 부갑상샘의 수치부터 살펴보는데 5 언저리를 맴도는 수준이라서 검사기준 10-65로 측정되고, 일반적으로 45 정도가 바람직하다는 기준에는 턱도 없이 낮다고 했다. 언제쯤이면 부갑상샘이 수치 45로 '짠~!'하고 나타날까?


온통 의학용어가 영어로 써져 있긴 하지만, 엄마가 호주에서 통번역을 전공하고 병원 통역 경험을 했던 게 병원 검사 결과를 읽어보는 데에는 꽤 도움이 된다.


병원 처방 이외에는 좋다고 소개하는 어떤 정보에도 흔들리지 않기이다. 원인도 과정도 결과도 막막한 상황이라 누나와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겨우 검사 결과지를 확인하고 '음식을 삼가며 섭취하기, 햇살을 맞이하고 가볍게 걷기, 마음을 다독이기' 정도이다.


부갑상샘의 부재로 인한 저칼슘혈증은 비타민 D와 칼슘 정 일정 양을 매일 규칙적으로 먹고, 가끔 요오드, 마그네슘, 철분을 일정기간 먹어주도록 처방이 나온다. 칼슘이 순간적으로 높아지면 신장과 방광에 무리가 되나 보다. 저칼슘혈증도 고칼슘혈증도 경련을 초래한다고 했다.


그렇게 3년을 지나는 중이다. 누나네 엄마는 이제 큰누나의 맞춤형 보호자가 되었다. 딸이기에 얼마나 다행인지... 소통 잘되고, 같이 자고 새고... 아들처럼 덩치가 크지 않으니 유사시에 누나 아빠랑 쉽게 들어 올릴 수 있으니...


큰누나는 1주일째 거의 음식을 먹지 못하고 구토를 반복했다. 엄만 큰누나의 울렁거리는 속이 진정되도록 블루베리 주스나 딸기주스를 만들어 얼음을 얹어주었다. 열심히 누나를 위한 식사를 차리는 엄마는 울렁거리는 속앓이를 하는 누나의 뒤통수에 대고 눈빛으로


"차라리 내가 아플걸" 한다.


그런 와중에 약을 챙겨 먹고 늘어져 있는 누나를 채근해서 저무는 햇살 아래 10분쯤 산책을 했다. 엄마의 손을 잡고 짧은 산책 중에 큰누나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엄마, 나 힘들어. 못 걷겠어." 했다.


집으로 들어온 누나는 엄마 침대 위에 절반쯤 걸쳐서 누어버렸다.


"엄마, 나 지금 아무 힘이 없어. 잠을 더 자야 할까 봐."


그때서야 큰누나의 얼굴색이 파리한 게 엄마 눈에 들어왔다.


"너, 많이 안 좋은 거지? 응급실 가야겠다. 미리 말을 하지. 뭔가 일이 생겼나 보다."


그렇게 토요일 늦은 오후에 응급실에 도착했다. 그때 응급실 초진 의사는 진찰실에서 처음 본 누나를 밖으로 내보내고 진찰실에 보호자만 남게 했다.


"딱 봐도 얼굴이 파리하고, 우울증이 심한 상태 아니에요? 보호자는 지금 환자가 진짜 아프다고 생각하세요?"


했다. 순간 엄마는 혼란스러웠다.


'아무렇지 않은 애를 나 혼자 환자 취급한 건가? 내가 환자를 만들고 있다고?''



큰 누나가 몸이 힘들어서 문진에 대해 대답을 빠릿빠릿 못하고 느리게 답하는 모습을 보고 몸이 아픈 게 아니라 마음이 단단히 병든 거라고 진단하나 보다. 대학병원 응급실 초진 의사의 의견을 듣는 순간 아주 잠시 엄마도 그리 생각할 뻔했다. 의료인의 판단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또 신뢰해야 하는 환자 보호자이고, 비전문가인 일반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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