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을 입었을 수 있습니다

어디를 향하는 걸까?

by 윤혜경
*라벤더(7월 5일, 12월 3일 탄생화, 꽃말: 풍부한 향기, 기대)(출처: 꽃나무 애기 Band),


*2015. 11. 수술 후 7개월째


큰누나는 매스꺼움과 이물감, 잦은 복통에 시달린다. 그리고 마치 코로 물이 잘못 들어갔을 때처럼 강하게 느껴지는 코 통증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샤워 중일 때나 머리 드라이를 하고 있을 때 문득 코로 치솟는 통증, 그리고 뒷머리로 이어지는 통증을 두려워했다. 그런 느낌이 오면 하던 동작을 멈추고 서둘러 침대에 누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잠을 자려고 애썼다. 그런 증세 끝에 넘어지거나 의식을 잃었던 기억이 생생하므로...


누나엄마의 요청으로 갑상선외과에서 신경과로 협진을 요청했다. 큰누나의 신경과 뇌기능 검사를 위해 1인실에 3박 4일 입원이 필요하다는데 문제는 입원실이 없었다. 최대로 서둘러서 6주 후 예약이 가능했다. 혹시 취소하는 자리가 생기거든 순서대로 연락을 준다고 했으나 참 막연했다. 그나마 1인실 입원이 가장 빠르다는...


큰누나는 자주자주 손발과 얼굴이 저렸다. 마치 전기충격처럼 찌릿거렸다. 긴편도 아닌 손톱이나 발톱이 자주 찢어져 불편하다. 따뜻한 계절에도 발톱이 저절로 찢어지는 것을 방지하고자 면양말을 열심히 신었다.


누나는 결국 신경과의 입원 일정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의식을 잃고 쓰러지며 경련이 수반되었다. 엄마는 침대에서 자겠다고 서둘러 안방으로 들어간 큰누나가 잘 자고 있는지 들어오다가 누나의 경련을 처음 보며 선 채로 굳었다. 의료진을 위한 보고용 사진도 비디오 촬영도 생각할 여유가 없이 누나를 지켜보며 엄마 얼굴은 눈물 투성이가 되었다.


엄마는 비로소 큰누나의 칼슘이 고저로 조절이 잘 안 될 때, 이미 그런 상황이 서너 번 있었으리라 짐작한다. 누나가 잠들어있는 듯 하지만 의식이 없는 것처럼 눈을 뜨지 못하고 축 쳐져있을 때가 몇 번 있었으므로. 문제는 큰누나가 코 통증과 강한 두통에 침대로 서둘러 가서 누운 것까지만 기억한다는 점이다. 이후 자신의 상황에 대해서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한다.


큰누나가 잠이 든 후에 엄마는 병원의 응급실에 상황을 설명했다. 전화를 받은 응급실 직원이 누나의 병원 차트를 확인하고 '지금 빠르게 들어오라'고 했다. 엄마는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밤중에 누나는 응급실로 옮겨졌다. 아빠도 엄마도 큰누나의 병원 검사와 외래 일정에 맞춰 마치 3인 1조처럼 생활하며 평화로운 회복을 꿈꾸었지만, 큰누나의 건강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 건지 가늠할 수조차 없다.


응급실의 콜을 받고 달려와 선 의사는 눈물범벅이 된 누나 엄마 앞에서


"제가 그날 환자분 수술에 참여했던 의사입니다. 부갑상샘이 4개인데 갑상샘과 아주 얇은 막을 사이에 두고 바로 뒤에 위치해 있습니다. 지금 환자의 증세를 보면 자주 저칼슘 혈증이 나타나고, 부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제대로 나오질 않고 있습니다. 그날 전절제로 갑상샘을 제거한 후 부갑상샘을 이식해주어야 하는데, 혈관을 레이저로 지혈하는 과정에서 얇은 막 뒤의 부갑상샘이 실수로 화상을 입어서 소실되었을 수 있습니다."


했다.


그래서 퇴원할 때 하루에 디카맥스 1000을 16알씩 처방했나보다. 기능이 사라져버린 큰누나의 부갑상샘에 대한 설명도 없는 그들 덕분에 수술이 잘 되었다는 의사들의 자평에만 의지한 누나의 내일들은 어디로 향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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