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건? 2

풋어른

by 이화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나서 정신력이 한계에 이르렀다. 더 이상 아르바이트를 찾아볼 힘도, 할 의지도 없었다. 처음에는 부모님도 아르바이트를 처음 하는 거다보니 그럴 수 있다며 이해해 주셨지만, 나중에는 걱정되셔서 그런지 언제까지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거냐고 다그치고 혼내시기도 하셨다.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일을 하지 않아서 뭐라도 해야 했다. 집에서 그냥 있으면 아빠에 눈치가 너무나도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청년 도전 지원 사업이라는 지역에서 지원하여 운영하는 청년들이 취업할 수 있는 방향으로 돕는 지원 사업에 들어갔다.


청년 도전 지원 사업은 다른 사업들에 비해 비교적 편하게 다닐 수 있는 사업이었다. 일주일에 5번 정도 갔는데, 다양한 체험과 경험을 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 출석 일수와 시간만 채우면 총 300만원 가량에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기에 의지력도 없고, 인생에서 가장 무기력했던 시기에 나에게 딱 맞는 좋은 지원 사업이었다.(청년 도전 지원 사업은 4월 후반부터 11월까지 총 7개월 동안 했다.)


조금 늦게 지원해서 뒤늦게 들어간 편이었다. 그래서 먼저 들어온 사람이 끝나고 난 이후에도 1-2개월 정도를 시간을 덜 채운 사람이나 단기 지원자들과 함께 진행했다.


1-2개월 정도에 시간을 남겨두고 다시 지금 내가 하고 있던 게 끝나면 계속해서 들어오는 돈이 없어진다는 생각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들어오는 돈이 없어진다면 또다시 아르바이트를 찾아봐야 할 텐데 물론 그동안 모아놓은 돈도 있었지만 그 돈이 사라진 이후가 걱정이었다. 그 당시 매우 불안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청년 도전 지원 사업에 계신 상담사 선생님과에 상담 시간 동안에 그동안에 일을 모두 털어놓고, 상담을 받을 거냐는 질문에 상담사 선생님이 소개해주시는 상담 선생님을 소개 받으러 청소년 문화 센터에 갔다.


청소년 문화 센터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3층에는 책장, 상담실, 상담 선생님들께서 계신 곳이 있다. 처음부터 상담을 받은 건 아니었다. 처음 상담을 해주신 남자 상담사님께서 상담을 해주셨는데, 그분께서 나중에 지금 상담을 받고 있는 상담 선생님께 상담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고 들었다. 인연에 인연이 닿아서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입문 상담(처음 상담을 ‘입문 상담’이라고 한다.)을 도와주신 선생님께 그동안 겪은 일들과, 힘든 일들을 모두 말하면서 처음 상담을 도와주신 선생님께서 어떤 반응을 보이시는지 자세히 지켜봤다.


처음 상담을 도와주신 선생님께서는 아마 아직 마음에 문을 다 열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계셨을 것이다. (나중에 가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처음 상담해 주셨던 선생님께서 상담을 맡고 싶다고 하시면서 지금 상담 선생님께 넘겨주셨다고 한다.) 완벽하게 숨겼다고 생각했지만 전문가에 눈은 완벽하게 숨기기는 어려웠다.


처음 상담을 도와주신 선생님께서 다다음 주 화요일에 연락을 주겠다고 하시면서 그날에 상담은 마무리되었다. 초조한 마음으로 다음 상담을 기다렸다. ‘잘 될까? 다음 상담도 그 선생님이랑 하는 걸까? 다른 선생님이랑 하는 걸까?’하면서 불안해했다.


다다음 주 화요일이 됐다. 화요일이 되자 새로운 전화번호로 되게 딱딱한 문자가 왔다. “안녕하세요. 000 상담사입니다. 반갑습니다. 첫 상담 날짜와 시간을 정하기 위해 연락드렸습니다.” 상담사님께서 보내주신 문자라고 생각하기엔 내게는 처음 온 문자치고는 너무 딱딱했다.


상담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문자에 딱딱함을 보고 약간에 거부하는 감정이 들었지만 그 감정도 얼마가지 않아 선생님에 상담 날짜를 잡으려 하신다는 문자를 보고 상담을 받는데에 집중하기로 했다.


사실 꽤 오래된 기억이라 기억이 또렷하게 나지는 않는다. 당장 어제 일도 또렷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내게 10개월 전에 일을 기억해내라는 건 불가능한 걸 가능하게 하라는 것이다. 확실한 건 지금 나를 상담해 주고 계신 선생님께서는 처음부터 내게 친절하게 그리고 차분하게 내 말을 들어주셨다. 하지만 사나운 길 고양이처럼 경계하고 있었다.


경계를 했던 건 나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했다가 상처를 받거나 배신을 당했던 적이 많았고, 꼭 그런 일이 아니라고 해도 이제는 더이상 정신적으로 지치거나 상처받을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담사 선생님과 작년 7월부터 10개월 동안 상담을 받았고, 상담을 받으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 우선 병원을 다시 다니게 되었고, 상담 선생님과 상담을 받으며 나를 보호해 주시고, 나를 우선으로 생각해 주시는 상담 선생님을 만났다.


상담사 선생님께서는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와 선생님께서 어떻게 도와주실 건지를 알려주셨고, 지금까지도 나를 많이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시며, 나와 상담할 때 힐링 받으신다고 해주셨다. (나 역시도 그 말에 감동을 받았고, 그 말을 들을 때면 행복하다.)


지금도 여전히 상담을 받고 있다. 다만 달라진 것은 이제 나를 돌아보는 자아성찰 상담을 하기 위해서 격주(2주에 한 번)로 상담을 받고 있다. 이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담은 계속 이어갈 것이지만 이 시간도 필요하다고 하셨다.


이 시간 역시 상담 선생님께서 느끼시기에 내게 필요하다고 느끼셨다면 이 시간을 맘껏 누려줄 것이며, 또 새로운 상담을 하면서 차차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브런치 스토리’라는 글 쓰는 앱에 에세이 작가님으로 계신 작가님과 함께 이 챌린지를 하는 시간을 가지며 ‘작가’라는 직업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것처럼 말이다.


오늘 쓴 이 글이 언젠간 나와 같이 방황하던 사람에게, 방황하고 있는 많은 사람에게 빛이 되어 길을 비추어 주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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