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면 덕후다. 학생 때 시작한 덕질이 이제 20년을 바라보고 있다. 그동안 언더커버 요원처럼 내 덕질을 철저히 숨겼다. 덕밍 아웃이 부담스러웠다. 길에서 시간을 물어보며 접근해, 맥락 없이 조상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친절한 분들 때문일까? 나도 그런 사람처럼 느껴질까 부담스럽다.
평화롭던 내 덕질 라이프에 홍대 병이 찾아왔다. 홍대 병이 신조어이던 시절 '좋아하는 가수를 다른 사람들도 좋아하면 더 좋은 거 아니야?'생각했다. 늦었지만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걸 반성한다.
마인드풀니스, 요가, 명상, 자아 찾기 등 내면 관련된 키워드들이 전에 없이 뜨겁게 또 지속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부각되고 재생산되는 모습은 내가 덕질하던 내면과 결이 달랐다.
호텔에서 진행한 마인드풀니스 세션에 참가한 적이 있다. 아름다운 공간에서 평화로운 음악이 흘렀고 차분한 분위기는 더없이 좋았다. 아주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스트레칭과 함께 명상을 했다. 참가자들은 그곳의 분위기를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대중적인 맛을 입혀 아주 이쁘게 플레이팅 한 느낌이었다. 내가 사랑한 내면의 모습보다 포장이 더 강조되어 느껴졌다. 힙, 럭셔리란 키워드와 더 잘 어울릴 섹션이었다.
대중적인 공간에서 받는 첫 내면 세션이었기에, 기대가 컸던 나는 코쓱했다. 막상 '그럼 네가 한번 해봐!' 하면 또 코쓱하겠지만..
어릴 적 나는 학교 뒷 공원에 놀러 가, 큰 돌을 뒤집어 콩벌레를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다. 돌은 들추고 그 안에서 뭔가가 있고, 동그랗게 공처럼 변하는 콩벌레를 보는 게 좋았다. 공원에서 뛰어놀며 맡았던 냄새들, 초록 잔디에서 친구들과 함께 관찰했던 콩벌레가 좋았다. 그 콩벌레가 금칠을 하고 멋진 박물관에 전시되어도, 나는 여전히 내 손으로 만질 수 있었던 그 콩벌레가 더 좋을 것 같다. (심지어 이젠 온라인에서 콩벌레를 판매도 한다.)
나는 힙한 명상보다, 담백한 내면이 좋다. 일상적이고 꾸준히 함께할 수 있는 내면을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싶어 졌다. 최근에는 '내면 여행'이란 리추얼 메이커로 활동을 시작했다. 앞으로 '네가 한번 해봐!' 하면 코쓱하며 슬쩍 내밀어 볼 글들을 하나 둘 적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