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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내게 너무 팍팍하다면

by 이완


10분 전 “쟤 좀 봐 입 벌리고 잔다” 놀리던 친구는, 내 벌어진 입을 조용히 닫아주었다.


아마 중학교 때 일거 같아요. 학교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다들 잠이 들었어요. 옆에 앉은 친구는 입을 벌린 모습을 보며 깔깔 웃었습니다. 저도 슬슬 잠이 오기 시작했고, 자다가 나도 입을 벌리면 어쩌나 걱정하다 잠이 들었어요. 누군가 내 입을 닫는 걸 느끼고 깼어요. 그 친구였어요. 평소에 다정함을 보여주던 친구는 아니어서, 내 입을 닫아준 게 놀라웠어요. 고맙기도 했고요. 어떤 반응을 하면 좋을지 몰라, 계속 자는 척을 했었죠. 어린 시절 기억이 많지 않은데도 이때의 기억은 선명합니다. 아마 나를 놀리지 않고 지켜줄 거라 예상 못한 친구의 행동이 많이 고마웠던 것 같아요. 누군가가 나를 이해해 주면 고맙죠. 내 생각과 다르지만 인정해 주고, 남들은 비난하고 비웃는 내 모습을 지켜주는 배려는 오랜 추억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요즘 그런 따뜻함을 만나기는 힘든 것 같아요.


한 때 왜 사랑으로 시작한 결혼이 행복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농담처럼 즐기는지 이해할 수 없없습니다. 이제 법적 신혼부부가 지나고, 아이도 생기고 나니 왜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합니다. 누군가 함께 산다는 것은 내 생각과 다른 그 사람을 이해해야 하고, 너 생각과 다른 행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 늘어납니다.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을 받아들여야 하는 거죠.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다를 것이다. 포기인지 포용일지 달라지겠죠. 포기가 되면, 결혼 생활은 고통스럽니다. 하지만 포용을 선택하면 삶은 풍요로워집니다. 선택의 문제입니다. 포용을 할지 포기를 할지. 그리고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내게 없는 것을 줄 순 없습니다. 스스로를 포용할 수 없는 사람이 줄 수 있는 포용은 일시적일 뿐입니다. 부자연스러운 포용은 문제로 이어지기 쉽죠.


결혼 생활에서 포용과 포기를 선택하는 것은, 삶에서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지금 세상은 누군가의 이해나 포용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모두들 바쁘고 지친 상태입니다. 누군가에게 인정과 배려를 기대하기보단, 스스로를 인정하고 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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