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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의 순간 기억해야 할 것.

by 이완

우린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아간다

한 사람이 온다는 건, 그 사람의 삶 전체가 온다는 말이 있죠. 세계관이 다른 캐릭터가 한 영화에서 만나듯, 우리는 일상에서는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합니다. 나의 세계에서는 당연한 일들이, 누군가의 세계에서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없다면 오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에 시스템 정책을 정리하는 회의가 있었습니다. 기술적으로 시스템을 만드는 엔지니어와 시스템을 실제 업무에 활용하는 현업 담당자들이 미팅을 했니다. 회의가 끝나고 현업 담당자들은 리더에게 보고할 준비를 하는데, 서로 이해한 내용이 다르다는 걸 발견했어요. 결국 엔지니어와의 통화 후 확인합니다. 같은 회의에 들어가서 함께 이야기를 들었지만 서로가 이해한 내용이 달랐습니다. 같은 부서에 있지만 서로의 업무가 다르고, 기존의 배경이 다르다 보니 같은 말을 들어도 이해하는 배경이 달랐던 거죠.

이런 오해의 시끄러움은 유명인들에게 더 자주 그리고 심각하게 벌어집니다. 최근에는 김수현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사적인 사진과 편지들도 대중에게 공개되고 있습니다. 이런 무자비한 관심과 잔인한 잣대가 많은 연예인들의 삶을 앗아갔는데 여전히 그 흐름이 바뀌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돈을 받고 하는 회의에서도 자신의 세계관 안에서만 해석하는 오류를 범합니다. 가십으로 보는 유명인의 이야기에 오해를 하고, 내 세계관에 맞춰 해석하는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심지어 우리가 보는 것들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도 있습니다.


비난은 쉽다. 이해는 어렵지만 이해는 삶을 풍요롭게 한다.

비난은 쉽게 얻을 수 있는 도파민과 같죠. 확실한 효용이 있습니다. 비난하는 순간 나는 그런 문제가 없는 것 같은 느낌을 주며, 심리적 편안함을 선물하죠. 하지만 오래가지는 않습니다.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에서 두 주인공은 가출과 풍기문란으로 경찰서에 붙잡힙니다. 뉴스에도 널리 알려지죠. 하지만 캐릭터들을 이해하고 응원하게 되면 그들을 비난하기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들이 겪을 사회적 비난 속 고통을 공감합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비난을 받고 있다면, 필요한 것은 취하고 그 외에 납득이 되지 않는 것에서는 스스로를 지켜내세요. 그 사람은 내 세상에 살지 않기 때문에 나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또 반대로 세상에 누군가가 비난받고 있다면, 나 역시 비난을 보태기 전에 먼저 그 사람을 이해 보세요. 나와 관계없는 사람을 이해하는 시도는 나를 더 깊게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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