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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올챙이 시절이 있다

by 이완

과거로 돌아가시겠습니까?

주인공이 현재의 기억을 가진 채로 자신의 젊은 과거나 어린 시절로 돌아가 인생을 다시 사는 회귀물은 대중적인 소재 중 하나죠. 저 역시 과거로 돌아가서 지금과는 다른 삶을 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하지만 지금 알고 있는 것을 잊고, 10대의 나로 돌아간다면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특히 제 감정을 이해하고, 다루는 방법을 다시 익혀야 한다면 저는 절대로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지금을 있는 그대로 봐줄 용기.

10대와 20대, 정확히는 내 마음을 돌보는 방법을 알고 익히기 전까지 제 삶은 불안정하고 상처투성이었어요. 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고,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사랑받고 싶은 이기적이고 불안한 존재였죠. 스스로가 많이 힘들었던 건 사실이지만, 주변에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주지도 못한 것도 사실이죠. 함께 하기 힘든 당시 내 곁에도 함께 해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있었죠. 하지만 미숙한 저는 큰 상처를 입히기도 했죠. 그들에게 미안하고, 동시에 지금의 제가 있도록 도움을 준 그들에게 감사합니다.

과거의 이야기로 논란이 되는 유명인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물론 잘못은 비난받아야 할 부분이지만, 사람은 이해의 대상이니까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이야기처럼요. 하지만 지금은 과거의 잘못으로 사회적 매장이 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 것 같아요.


타인에게 하는 것이 결국 나를 향한다.

실제로 특정 사람을 비난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들과 타인을 이해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을 비교한 연구들이 있습니다. 타인에 대한 비난을 반복하던 사람은 자신의 결점에 대한 불안함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반대로 타인을 이해하는 시도를 한 사람은 자신을 트라우마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에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고 서로의 도화지가 되어주면서 함께 성장해 갑니다. 부모님의 내리사랑을 갚을 수 없는 것처럼, 누군가에게 진 빚은, 행한 잘못을 그 사람에게 모두 갚을 수 없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나 역시 완벽하지 않기에 타인도 그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한다면 부모에게 받은 내리사랑을 다시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과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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