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 좋은 거 아니에요?
위로금 받고 이직하면 되잖아요. 뉴스 보면 위로금으로 몇 억을 받기도 하더라고요."
희망퇴직 발표가 있기 몇 달 전 내가 했던 말이다. 평소와 다를 것 없던 평범한 날, 예고 없이 대표가 사임했다. 그리고 공지가 내려왔다.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을 실시합니다.'
직장에서 독립을 꿈꿨기에, 내 마지막 직장이길 바랐다. 스타트업, 중견 기업을 오가며 처음 입사한 대기업이었다. 사람들이 치켜세워주는 회사 타이틀이 좋았다. 회사가 적자가 심하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신 사업이기도 했고 대기업이니 문제가 있을까 싶었다.
갑작스러운 희망퇴직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위로금은 3개월치 월급이었다. 뉴스에 봤던 억 단위의 위로금은 성과가 좋은 회사의 고연봉 고연차에게 해당된 이야기였다. 회사는 어수선해졌다. 위기를 잘 극복한 사람과 여전히 위기 속에 있는 사람이 구분되었다. 좋은 조건으로 이직한 사람들이 승자였다. 시장에서 인정받는 능력의 소유자들은 희망퇴직의 위로금과 함께 어렵지 않게 이직했다. 아니면 계열사에 인맥이 있던 사람들도 하나 둘 사라졌다.
첫 번째 희망퇴직 이후, 많은 사람이 나가거나 이직에 성공했다. 회사 타이틀에 취해있던 나는 이직이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서류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많았다. 한 아이의 아빠였던 나는 대안 없이 3개월치의 월금만 들고 일을 그만둘 수는 없었다. 남아 있던 동료들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람에 따라 이 상황을 견뎌내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눈물을 흘리고, 자포자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간 사람도 많았지만, 출근한 사람들도 여기저기 이야기를 나눠서 회사는 텅 빈 느낌이었다.
회사는 더 직원들을 압박했다. 팀을 줄이고 조정했다. 팀장의 노력으로 조직은 유지했지만, 얼마나 갈지 알 수 없었다. 그 쯤 절반 이상의 직원이 빠져나간 회사는 꼭 전쟁터 같았다. 이후에도 몇 번의 희망퇴직이 추가로 진행되었다. 팀장도 희망퇴직 의사를 밝혔고, 더 이상 지켜줄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지막 희망퇴직이 진행될 거란 소식을 들었다. 이후에는 개인 의지와 무관하게 직무 변경을 시킨다고 했다.
30대 중반이었고, 갓 태어난 아이의 아빠이자 외벌이였던 나는 고민이 많았다. 가족이 크게 아파 간호에 전념해야 되는 상황이었던 터라 더욱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다. 회사에 남아 다른 직무를 강제로 받아야 할지, 아직 되지 않은 이직을 어떻게든 성공한다는 믿음으로 희망퇴직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마치 스스로의 능력을 믿는지 안 믿는지 질문을 던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내 능력을 믿어보기로 했다. 지나서 생각해 보면 나는 참 운이 좋았다. 가족이 아플 때, 회사의 일이 없어 가족을 돌볼 수 있었다. 또 희망퇴직을 결정과 함께 적당한 회사에 최종 합격했다.
주변이 혼란스럽고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내가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어려울 때 도움이 되었던 건 내 루틴이었다. 아주 작고 사소한 습관들이 나의 생활을 유지하고 또 나를 믿을 수 있게 했다.
만약 당신도 혼란스러운 상황에 있다면, 아주 사소한 습관을 만들어 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