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금방 사람에 빠지는 사람을 줄여서 '금사빠'라 불렀다.
나는 금방 동기부여에 빠지는 사람, '금동빠'다.
어릴 때부터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재밌었다. 성공한 사람의 인터뷰를 보며 그의 말을 진리라 믿고, 던지는 메시지는 뭐든 따라 하려고 했다. 쉽게 자극받은 동기부여는 쉽게 잦아들었다. 보통 3일을 넘기기 힘들었다. 동기부여받고, 시도하고, 포기하는 패턴이 지겹다고 느껴질 정도로 30년 넘게 지독하게도 반복했다.
나이 30을 넘기고, 결혼도 했지만 쉽게 포기하는 탓에 삶은 늘 불만족스러웠다. 목표를 뒤늦게 쫓아가느라 버거웠다. 좋은 대학, 좋은 회사를 목표로 했지만, 행동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열심히 놀지도 않았다. 책을 피고 딴생각을 하거나, 도서관에 앉아 꾸벅꾸벅 졸았다. 노력은 하지도 않으면서, 서울대를 가겠다고 국사 과목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자 패배의식이 깊게 박혔다. 스스로를 불신했다. 심지어 이제는 내가 뭘 좋아하는 지조차 몰랐다. 그냥 되는대로, 이렇게 회사에서 하기 싫은 일과 싸워가며, 그저 그런 직장인으로 살아갈 수 없을 듯싶었다. 끔찍했던 직장 생활이 내게는 벗어나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되었다.
지금도 힘든 이 직장생활을 평생 해가며, 나와 가족의 삶을 꾸려나갈 자신이 전혀 없었다.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는 나는 절대 변하지 않을게 확실했다.
나는 내게 창피를 당할 기회를 선물했다.
명상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구글 캠퍼스에서 진행되던 모임에 참여했다. 모임에 말미에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사업이나 비전을 발표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1달 뒤에 있는 모임에서 발표를 하기로 다짐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해왔던 수많은 시도가 틀리지 않았다는 증명을 받고 싶었다.
내게 주어진 1달이란 시간을 전혀 활용하지 않았다. 모임으로 가는 버스에서 급하게 멘트를 구상했다. 모임에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장이 뛰었다. 200명 가까이 있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창피를 당하고 싶지 않았다. 발표자를 찾는 사회자의 말에 몇 번이나 고민을 했나 모르겠다. 나는 내게 창피를 당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 아마 본능적으로 여기서 또 물러나면 이제 뒤는 없다고 느낀 것 같다.
나는 떨리는 손을 힘겹게 들었다. 사람들 앞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이야기했다. 많은 사람들 앞에 서서 제대로 말을 못 한 것도 창피했다. 하지만 막상 하고 나니,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명확해졌다. 사람들 앞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말하고 나니, 내가 얼마나 준비가 되지 않았는지 얼마나 대충 살고 있는지 느껴졌다. 창피하고 절망스러웠다.
그리고 바로 그다음 달(다음날이 아니다) 나는 명상하는 습관을 시작했다. 5분으로 시작했던 명상은 그날 이후로 단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여행을 가도, 일찍 잠에 들면 새벽에 일어나서 정말 매일같이 명상을 해오고 있다. 5분은 15분이 되었다. 이제는 매일 일어나면, 자기 전에 15분 이상 명상을 한다. 그리고 명상하는 습관은 내게 다양한 습관을 만들어 주었다. 지금의 나는 매일 30개 넘는 루틴을 유지하고 있다.
간다 마사노리가 쓴 비상식적 성공 법칙이란 책이 있다. 이 책의 목차를 보면 들어가면서에 이런 문장이 쓰여있다.
'성공은 악의 감정에서 시작된다'
깊게 공감한다.
내가 능력이 없어 창피했던 경험이나, 상사의 무시에서 느낀 분노와 같은 감정들은 그전에는 없던 강력한 에너지가 되어준다.
좋은 계기로 출발한 경우
중간에 부정적인 것이 끼어들면 쉽게 포기하게 된다. 기대와 다르기 때문이다.
반대로 부정적 계기로 출발한 경우
중간에 부정적인 것이 나와도 다를 게 없다.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붓듯 더 타오르게 만든다. 또 중간에 긍정적인 것을 만나면 그것대로 신이 난다.
만약 당신의 시작이 큰 기대와 달리 보잘것없이 끝난다면,
악의 감정을 당신의 시작에 활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습관은 삶을 바꾸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이다.
그리고 습관의 시작은 악의 감정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