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패잔병이지만 승부사로 길러진 사람이다."
오랜 시간 바둑 기사로 살아온 드라마 '미생' 주인공인 장그래의 대사다. 매 경기마다 승패로 명백한 승부가 갈리는 선수들은 일반적인 직장인보다 위기관리 능력이 중요하다. 테니스 선수, 라파엘 나달은 자신만의 루틴을 갖고 있다. 경기 전, 물병을 항상 일정한 위치에 놓고, 포인트가 끝날 때마다 천천히 공을 만지며 시간을 갖는다. 자신만의 의식을 통해 자신의 리듬을 찾는 행위다. 부상이나 컨디션 등 위기가 찾아왔을 때도 매번 하던 루틴을 통해 경기흐름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받는다. 우리도 인생에 위기를 겪을 때, 우리의 흐름을 되찾을 수 있는 의식이 필요하다.
위기에도 기회를 잡고 싶다면, 습관을 만들자.
습관에는 2가지 중요한 조건이 있다. 첫 번째, 목표와 연결되어야 한다. 두 번째, 지속 가능해야 한다. 습관을 만드는데 익숙하지 않다면, 하루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대단한 습관은 피하는 게 좋다. 매일 지속할 수 있을 만큼 아주 작고 사소한 행동을 정하는 게 좋다. 책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은 건강을 위해, 운동화 끈을 묶는 습관부터 기르라고 권한다. 건강한 삶과 운동화를 매일 묶는 게 무슨 도움이 될지 의문일 수 있다. 건강한 삶은 인생을 바꾸는 큰 목표다. 큰 배를 돌리는 것처럼, 천천히 지속적으로 변해야 한다. 습관은 매일 나의 방향성으로 조금씩 이동하는 움직임이다. 어느 시점을 넘어서면, 움직이지 않는 것 같던 배도 방향을 바꾼다. 마치 도끼로 찍어 넘어가기 시작한 나무처럼 어느 시점이 지나면, 삶의 방향이 바뀌는 걸 막을 수 없다. 신발 끈을 맨날 묶는 것은 집 밖으로 나서 운동을 시작하기 위한 작은 행동이다. 한번 이 습관이 자리를 잡으면, 더 이상 집에서 나가 뛰고 운동하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습관은 관성을 만든다.
습관은 목표로 하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나아가는 힘이다. 지속적인 힘은 관성을 만든다. 관성은 물체가 한 번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방해하는 힘이 없는 한 계속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경향이다. 습관은 지금 있는 곳에서 목표로 나아가는 관성을 만든다. 위기는 현재 있는 곳을 뒤집고 흔든다. 내 위치가 바뀔 수도 있다. 목표로 가는 길이 더 멀어질 수도 가까워질 수도, 더 험난해질 수도, 쉬워질 수도 있다. 어떤 상황이든 이 관성은 위치에 관계없이 작용한다.
위기가 닥치면,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소모하기도 한다. 내가 알지 못하는 상황에 닥쳤다는 불안함 때문이다. 어린아이가 애착 인형을 들고 다니는 것처럼, 관성이 붙은 습관은 낯선 환경에서도 안정감을 준다. 마치 테니스 선수가 위기의 순간에도 테니스 공을 만지며 집중력을 다잡듯, 습관은 우리에게 어디로 가야 하는지 내가 지금까지 무엇을 해왔는지 상기시킨다. 특히 마음을 챙기는 습관이 있다면, 그 습관 자체가 위기에서 오는 불편한 감정들을 받아들이고 상황을 대처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위기는 함께 온다.
올해 나는 희망퇴직했고, 가족이 아파 매월 100만 원의 치료비가 들어가고 있다. 최근에 만나보지 못한 큰 위기는 모두 예고 없이 찾아왔다. 또 너무 붙어서 왔다. 하나의 위기 후 다음 위기가 방문하는 데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위기의 풍년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당장 먹고살기가 걱정되는 상황에, 가족까지 아프니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그래도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매일 하던 습관들을 반복했다. 명상하고, 일기를 쓰고, 스트레칭을 했다. 이 습관들은 흔들거리는 내 위치를 진정시켜 주었다. 내가 닥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해야 할 일들에만 집중할 수 있게 했다. 위기의 한가운데서 여유를 갖고, 내 목표에 가장 좋은 선택들을 이성적으로 고민할 수 있었다.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최악도 아니었다. 나는 꾸준히 가족을 살피고, 이직을 준비했다. 가족의 상태는 많이 좋아졌고, 나 역시 공백 없이 잘 이직할 수 있었다. 다 지난 지금에야 편하게 말하지만, 나를 유지하던 습관이 없었다면 결코 이런 안정을 찾아낼 수 없었을 거라 본다. 당신도 습관을 갖고 있다면, 그 습관은 위기에도 당신의 손을 꼭 잡고 목표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줄 것이다.
습관은 특별하지 않은 것을 특별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고 싶다면, 우선 당신의 목표를 적어보자. 딱 1가지 당신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큰 목표를 적어보자. 그리고 그 목표를 이뤘을 때 당신이 매일 할 행동을 상상해 보자. 그 행동을 오늘의 내가 할 수 있도록 줄이고 또 줄여보자. 나의 경우 경제적 자유가 목표다. 그리고 나는 경제적 자유를 이루었을 때, 매일 책을 보고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좋은 판단력을 책에서 얻어 내 시간과 자본 투자에 성공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매일 책을 보고 듣는다. 매일 신발 끈을 묶는 것이 내 삶을 바꾼다. 매일 하는 명상이 내 삶의 태도를 바꾼다. 습관은 내 목표를 향하고, 지속될 때 복리와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작아도 좋다. 심지어 당신의 목표로 향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돼도 괜찮다. 한 번이라도 습관의 관성을 만드는 경험은, 습관의 방향을 바꾸고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 지금 당장 목표를 적고 가장 작게 나눠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