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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할 일을 미루는 진짜 이유

by 이완


컴퓨터가 갑자기 멈춘다고 해서, 컴퓨터에게 왜 할 일을 미루냐고 비난하지 않는다. 우선 컴퓨터가 다시 시작할 수 있게 재부팅한다. 이후에도 상황이 반복되면 작업량을 줄이거나 컴퓨터 사양을 업그레이드한다. 컴퓨터가 늘 자신의 능력 안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 사람이 일을 하다가 멍을 때리고 있으면, 어떻게 할까? 정신 차리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무언가 일을 하지 못하는 원인이 있다고 판단하기보단, 사람 자체의 문제라고 여긴다. 사람은 게으름을 피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마저도 미루는 사람은 이유가 뭘까? 정말 게으르기 때문일까?


미루기를 멈추려면, 마음 챙김 하라.

나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다고 믿는다. 특별한 이유 없이, 스스로 결정한 일을 미뤄가며 패배감에 빠지고 싶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자꾸 일을 미루는 사람이 있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마치 많은 악성 프로그램 깔려 있어서, 계속 동작을 멈추는 컴퓨터처럼 말이다. 인간에게 악성코드란 감당해 내지 못한 감정들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 이 스트레스에 대한 관리를 하지 않으면,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기 위해 에너지를 써야 한다. 마치 물 위에 떠있기 위해 계속해서 발을 움직이는 오리처럼 말이다. 게을러서 미루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지금 상태를 유지하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미루기의 원인을 게으름이라고 생각한다. 의지로 어떻게든 이겨내려 한다. 없는 힘을 쥐어짜 게으름을 이겨보려던 시도가 실패하면, 더 깊은 무기력, 번아웃에 빠진다. 완전히 멈춰 버리는 것이다. 미루기는 의지 없음이 아니다. 과부하의 신호다. 마음 챙김은 어디에서 과부하가 발생하는지 찾게 한다. 또 악성코드를 해제하도록 돕는다.



미루기는 감정을 감당하지 못한 결과다.

의식적 판단과 실제 행동 사이에는 무의식의 영역이 있다. 무의식은 행동을 결정한다. 결정을 계속 미루고 있다면, 무의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간은 스스로 이성적인 존재라고 여기지만, 기대와 달리 무의식의 영향력이 더 강하다.

결정에 미치는 감정의 영향은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진행된다(70~80퍼센트). 그러나 그 상황에 대한 의식적인 평가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는 감정과 계획을 그 상황에 맞춰 더 효과적으로 적응하도록 해준다. 의식적인 평가가 차지하는 비율과 영향은 약 20~30퍼센트다. 그러나 이 20~30퍼센트조차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자유롭지는 못하다. 이 비율도 우리의 감정 프로그램에 의해 정해진다.

- 책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

0과 1의 이진법의 세계에서 오직 논리로만 움직이는 컴퓨터와 인간은 다르다. 다양한 사회적 관계와 감정적 맥락에서 살아가는 복잡한 존재다. 실제로 우리가 내리는 판단의 70% 이상이 감정의 영향을 받는다는 주장도 있다. 계속할 일을 미루는 이유 역시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해야 할 일이지만 그 일을 하는 것이 불편하고 걱정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그 감정을 살피지 않고 의지로만 밀어붙이니 상황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마음 챙김은 금연을 돕는다.

평생 금연을 끝나지 않는다. 금연은 없다 휴연 뿐이다. 이런 말들은 금연이 얼마나 힘든지 증명한다. 매일 피우던 담배를 끊는 것은 큰 의지가 필요하다. 늘 만족감을 주던 행동을 하지 못하는 불편함과 금단으로 은한 불안을 잘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2011년 마음 챙김이 금연에 도움이 되는지 조사가 진행되었다. 마음 챙김은 금연 시도자들의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스트레스 관리는 에너지 수준과 동기 부여 수준을 향상했다. 마음 챙김을 한 실험자들은 그렇지 않은 실험자에 비해 더 쉽게 금연에 성공할 수 있었다.



미루기를 극복하기 위해,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라.

미루기가 반복된다면, 게으름이 범인이 아니다. 게으름 뒤에 진짜 원인이 있다. 무거운 쇠사슬에 묶인 것처럼,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없게 만드는 불편한 감정들을 관리해야 한다. 마음 챙김은 불편한 감정을 이해하는 좋은 방법이다. 마음 챙김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그저 지금 내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집중하고 돌아보면 된다. 그 방법으로 호흡을 활용하면 된다. 하루에 5분이라도 눈을 감고 호흡을 집중하면, 나를 고장 나게 한 악성코드들을 발견할 수 있다.


감정을 다루는 습관은, 인생을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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