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군단 1~4권, 후루야 미노루 지음,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그렇게 힘들고 고난의 고개를 넘던 시절, 나에게 힘을 내라며 오타쿠 기계과 친구가 준 책이 '크레이지 군단' 해적판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의붓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추남 이쿠오, 스구오 형제, 자신이 낳아 준 어머니가 누군인지 모른채 공원에서 방황하며 사는 추남 이또킹, 시험만 잘 보라고 압박하는 집에 뛰쳐나와 가출한 잘생긴 카즈.
후루야 미노루의 책을 보면 알겠지만, 이 만화가는 추남을 기가 막히게 잘 그린다. 주인공 추남 이쿠오를 보며 거울 속의 얼굴을 봤을 때 싱크로율 70%에 육박해 너무 놀랐던 기억도 떠 오르고 말이다.
짙은 어둠으로 시작되는 이 만화는 이쿠오, 이또킹을 중심으로 가출한 청년들의 말도 안 되는 인생역정이 펼쳐진다. 그들을 받아 준 착한 이발소를 중심으로 말이다.
지랄 같은 세상이네라며 그동안 벌어지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 좌절하고 있던 나에게 '크레이지 군단'의 주인공들은 그런 지랄맞은 세상에서 어떻게 버텨야 하는지를 낱낱이 가르쳐 주었다.
후루야 미노루는 이 작품에서 어둠을 웃음으로 한껏 포장해 주었다. 우울한 것도 힘든 것도 모두 다 이렇게 만들어 버리자! 그것이 내가 후루야 미노루에게 배운 것이다.
정말 웃긴 만화였다. 이 책을 읽으며 내 안의 있는 어둠에 대한 컨트롤도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풀어야 할 지도 감을 잡았다.
이 책에는 애정 결핍증이 있는 여자아이가 나온다. 그녀는 이또킹을 너무 사랑해 집착의 정점을 보여주는데 결국 이또킹 엉덩이에 칼침을 놓는다.
이 여자아이는 부모님도 없이 원조교제로 살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누군가 자신을 성적 기계로 보는 것이 아닌 사랑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자신이 사랑하겠다고 정한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그녀는 돌아 버리는 것이다.
그 삭막한 세계에서 그녀가 바라던 사랑이 집착증으로 변하기는 했지만,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랑을 받고 싶다는 그 마음은 참으로 공감을 했다.
이 아파트에 있는 아름다운 여성 지혜씨, 그 분에게 들리던 들리지 않던 봄이기 때문에 나름 소중한 사랑의 텔레파시를 보내 드리려고 한다. 난 절대 다가가지 않는다. 그것이 후루야 미노루에게 배운 사랑법이다.
이 책에서 압권은 인생 리셋 버튼이다.
이쿠오는 이또킹에게 묻는다. 만약 외계인이 나타나 인생이 실패했다며 이 버튼을 누르면 인생을 다시 리셋할 수 있다고 하며 누를 것이냐 물어본다.
이또킹은 싫다고 한다. 왜냐면 이쿠오를 만났기 때문이란다.
나 역시 외계인이 리셋 버튼을 누르라고 한다면 아니라고 할 것이다. 추남이어도 성격이 지랄맞아도 버티고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를 사랑해야 하니까 돌아갈 수 없다고 말이다. 내가 돌아가면 지혜씨를 누가 챙겨주나!
그런데 다 쓰고 나니 왠지 인생 리셋 버튼 눌러야 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