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군단 1~4권, 후루야 미노루 지음,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이 아파트에는 매일 아침 8시반에 정확하게 출근하는 여성이 있다.
약간 긴 파마머리, 어떤 날은 스커트 차림, 어떤 날은 진 청바지에 마이를 입고 높은 구두를 신은 이 여성. 수수한 화장, 차분한 표정, 전문직에 종사할 것 같은 이미지, 얼굴은 계란형에 미인이다!
난 항상 9시 출근이지만 어느 날 눈에 띈 이 여성을 보기 위해 매일 아침 8시 20분에 출근한다. 그런 나에게 모두 성실하다고 말한다. 항상 사실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 법이다.
이 여성은 어떤 날은 뛰고, 어떤 날은 걷는다. 다급한 날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날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어떤 날은 저녁에도 볼 때가 있다. 7시에서 8시쯤 퇴근하는 거 같다.
이 여성 분은 내가 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다. 그렇지 모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여성분께 내 마음대로 이름도 지어드렸다. 지혜씨라고 말이다. 출근하기 위해 멀리서 걸어오는 그 여성에게 혼자서 말을 걸어본다.
'지혜씨, 오늘 헤어스타일이 멋지시네요.'
'지혜씨, 오늘 옷은 참 화사하고 잘 어울리세요.'
그렇게 아파트 길목에서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다.
옴진리교에 대한 책을 열심히 보고 있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난 사랑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하고 말이다. 그리고 결심했다. 누군가를 사랑하겠다고 말이다. 근데 주변을 둘러보니 변압실이라 오로지 웽~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전압기와 책상, 의자, TV뿐. 난 혼자였다.
이 녀석들에게 애정을 쏟을까 하다가 '이건 아니야, 난 사람이야, 사람을 사랑해야 해'라고 마음을 먹었다.
그러다 섬광 같이 만나 지혜씨, 매일 같이 서로 지나치지만 그 여성에게 애정을 쏟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사랑을 쏟아준다고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은 밤에는 달을 보며 그 여성이 오늘은 좋은 하루를 보냈기를! 낮에는 해를 보며 그 여성이 오늘은 즐거운 일만이 가득하기를 중얼거리는 것이다.
나랑 친한 경비 반장님은 지하에 나와 달보고 해보고 중얼거리는 나를 보며 걱정이 많이 되시는 모양이다. 저번에 무슨 책을 읽냐고 물어보길래 옴진리교라는 사린 가스 테러 사건에 대한 책을 보고 있다고 말씀드리자 갸우뚱 하시며 전기 공부 책은 안 읽어라고 하셨다. 그리고 그 이후에 택배로 배달되는 책들은 경비 반장님을 통해서 오는데 옴진리교 2탄 '약속의 장소에서' 그리고 옴진리교 교주의 어린 시절을 추적한 '황천의 개' 등.
배달 될 때마다 무슨 책이냐고 물어보는 경비 반장님께 내가 그때마다 옴진리교라고 하자 더욱 더 이상한 표정으로 바뀌시고 있다. 그리고 경비 반장님께서 한 마디.
'암튼 힘 내!'
뭘, 힘 내란거지...뭐 하여튼...나를 요즘 좀 피하신다. 경비 반장님. 나랑 곧잘 차도 마시며 시국을 토론 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