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걷기 컨디션 최상. 최고의 알베르게 추천 (사립+공립)
내 평생 가장 기억에 남을 경험인 산티아고 순례길 38일 중, 가장 재미있지만 가장 중요한 '걷기 컨디션'에 가장 영향을 많이 준 것은 '알베르게'였다. 오늘은 얼마나 걸을지를 정하고 나면 알베르게를 골라 예약했는데, 우리는 일단 저렴하게 몸으로 때우기에는 이제는 힘든 30대 부부라 꼭 가장 저렴한 알베르게만을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세계여행 중이라 예산이 그렇게 넉넉하지는 않기 때문에 딱 중간정도의 알베르게를 찾아 예약했고, 최대한 알베르게의 정보를 찾아 쾌적한 곳을 가려고 노력했다. 그때 정말 순례길 선배님들(?)이 여기저기 남겨주신 후기들이 너무너무 많이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나도 프랑스길의 베스트 알베르게를 꼭 남겨놔야지 했었다.
사실 30개가 넘는 알베르게를 다니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1. 꼭 사립알베르게가 시설이 더 좋은 것만은 아니다.
2. 선착순이라는 부담 때문에 사립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아 공립 알베르게는 생각보다 많이 비어있다.
3. 애매할 땐 공립 알베르게가 더 좋을 수 있다.
이다. 그래서 사립과 공립으로 나눠서 너무 좋았던 알베르게를 몇 개 정리해 보았다.
※그날의 목적지 결정과 알베르게 정보는 기본적으로 'Camino ninja' 앱을 중심으로 참고했고, 사립 알베르게의 경우에는 왓츠앱과 (가끔) 부킹닷컴으로 예약을 했다. 부킹닷컴에 예약이 가능한 알베르게라도 플랫폼 이용료가 붙기 때문에, 직접 왓츠앱으로 연락해 예약하는 것이 5-6유로 정도 더 저렴하기도 했다. 그래서 먼저 왓츠앱으로 연락하는 것을 추천!
[사립 알베르게]
1. Palacio de sansol/팔라시오 데 산솔 (@Sansol/산솔)
*특징
- 대다수의 사람들이 가는 Los Arcos(로스 아르코스)에서 한 개 더 간 작은 마을에 있는 알베르게.
- Sansol (산솔) 마을의 옛 성을 개조해서 알베르게로 쓰고 있는 중.
*장점
- 각 방 안에 그 방용 샤워실과 화장실이 따로 있다.
- 많은 사람들이 로스아르코스에서 머물기 때문에 사람이 적어 각 방 인원이 가득 차지 않는다.
- 1층, 2층 침대 모두 개인용 콘센트 구비.
- 고급 산장에 놀러 온 것 같은 시설.
*단점
- 에스테야에서 출발한다면 산솔까지는 30km 코스가 된다.
- 마을이 작아서 슈퍼마켓이나 레스토랑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알베르게 저녁을 먹는 것이 좋다.
2. San Anton Abad/산 안톤 아밧드 (@Villafranca Montes de Oca/비야프랑카 몬테스 데 오카)
*특징
- 언덕 올라가기 직전의 작은 마을.
- 알베르게와 같이 호텔도 운영하고 있어 호텔+알베르게의 입구가 같다.
- 미리 연락해서 예약해야 단층침대 방에 배정받을 수 있다.
*장점
- 너무 소중한 단층 침대.
- 침대 간 간격도 넓어 짐을 두고 싸기에도 쾌적한 넓은 공간.
- 각 침대마다 칸막이도 되어있어 거의 싱글룸같이 사용 가능.
*단점
- 미리 예약을 안 하거나 늦게 가면 벙커침대에 당첨될 수도 있다.
- 불을 쓸 수 있는 키친은 없다.
3. Albergue La Perala/라 페랄라 (@Bercianos del Real Camino/베르시아노스 델 레알 까미노)
*특징
- 사아군 이후의 작은 마을.
- 베르시아노스 마을에 들어가기 전 입구에 위치해서 찾기가 쉽다.
*장점
- 너무너무 소중한 단층 침대에 4인 혹은 5인실.
- 각 방에 샤워실과 함께 되어있는 화장실이 있다.
- 건물이 크고 단층이라 시설이 정말 깨끗하고 외곽 펜션에 놀러 온 기분.
*단점
- 마을에서 떨어져 있어 슈퍼마켓이나 레스토랑을 갈 수 없어 알베르게에서 밥을 먹어야 한다.
- 사아군에 가성비 좋은 숙소가 많아 꼭 여기를 오기 위해 베르시아노스까지 올 정도는 아니다.
4. Albergue Compostela/알베르게 콤포스텔라 (@Molinaseca/몰리나세카)
*특징
- 엄청난 내리막길이 끝나고 나오는 너무 예쁜 작은 마을.
- 마을에 강이 흐르고 있어 발을 담그고 쉬기 너무 좋다.
*장점
- 너무너무너무 소중한 단층 침대.
- 강에서 가까워서 물놀이하고 쉬기 좋은 위치.
- 성당 바로 앞에 위치해 예쁜 성당과 예쁜 알베르게를 즐길 수 있다.
*단점
- 부킹닷컴으로 예약해야 단층침대 방에 배정 가능.
- 2층 다락방이라 여름에는 해가 떨어질 10시까지 밝고 덥다.
※공립 알베르게는 기본적으로 키친이 잘 되어있어 요리가 가능한 점이 가장 큰 특징. 일반 사립 알베르게보다 수용인원이 많기 때문에 시설을 찍어놓은 사진이 없어 글로만 남겨놓습니다.
[공립 알베르게]
1. Santo domingo de la calzada/산토도밍고
*특징
- 입구에 비해 엄청 넓은 안쪽 시설.
- 큰 식사공간과 쇼파 휴식장소.
*장점
- 시설이 전체적으로 넓어서 휴식하기가 너무 좋다.
- 키친이 잘 되어 있어 슈퍼에서 장을 봐와서 요리 가능.
- 샤워실이 남/녀로 나눠져 있다.
*단점
- 한 방의 수용인원이 조금 많은 편.
(하지만 전체적인 휴식공간이 넓고 잘되어 있어 이 단점을 장점이 상쇄한다.)
2. Burgos / 부르고스
*특징
- 많이 연박하는 도시이고, 공립알베르게지만 연박 가능.
*장점
- 많은 베드 수지만 칸막이로 나눠져 쾌적한 공간.
- 1층, 2층 침대 모두 개인용 콘센트 구비.
- 슈퍼보다도 싼 자판기 콜라.
- 1층 숨은 공간에 짐을 둘 수 있어 연박 시에 짐 보관 가능.
*단점
- 수용인원이 많아 시끄러울 수 있다.
3. Carrion de condes / 까리온 데 콘데스 (Albergue Espíritu Santo)
*특징
- 다른 사립알베르게도 많은 적당히 큰 마을.
- 옛날 학교를 개조해 수녀님이 운영하시는 알베르게.
*장점
- 모두 단층 침대.
- 키친이 잘 되어있어 요리가능.
- 샤워실이 남/녀로 나눠져 있고 칸막이도 잘 되어 있다.
*단점
- 수용인원이 많아 약간 북적북적할 수 있다.
이 알베르게들 말고도 시설이 깨끗하고 좋거나, 같이 머문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시설은 열악했지만 즐거웠던 알베르게들이 많았다. 하나하나 남겨놓을 수 없어 일단 시설이 좋은 알베르게들만 꼽아 정리했다. 사진을 다시 보며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해서 감회가 새로웠다. 특히, 공립 알베르게는 선착순이지만 오히려 비어있던 곳이 많았고, 특히 사리아 이후에는 사람이 많이(거의) 없어 쾌적하기도 했다.
순례길을 걷는 모든 분들이 불안한 마음 없이, 공립 알베르게도 가보시며 순례길 자체를 즐기시길 바라며, 부엔 까미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