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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경 Dec 04. 2024

자연 치유력에 대한 고흐 그림과  니체의 말

니체가 고흐를 만났다면


고흐가 생폴 병원의 정원을 거닐며 자신의 정신적 고통을 치유하려는 마음을 상상해 본다. 그의 산책 발걸음은 조심스럽고, 정원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깊은 사색이 담겨 있을 것 같다. 이 순간, 고흐는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 치유의 길을 찾고자 했을 것이다. 그의 내면의 갈등과 고뇌는 정원의 평온함과 대조되며, 그가 느끼는 예술적 감정은 더 깊어질 것 같다.


고흐의 복잡한 심리가 정원의 풍경과 결합하여 어떤  예술적 영감으로 작용하는지 그의 그림을 통해 알아보고 싶다.


고흐가 나뭇잎의 색감과 형태를 표현한 자유로운 방식에 깊은 감탄을 느꼈다. 그의 한 붓 터치가 곧 하나의 나뭇잎이 되고, 그 나뭇잎들은 불규칙한 형태와 비정형의 색채로 서로 어우러져 있다. 이처럼 불규칙한 붓 터치들이 모여 하나의 나무를 이루고, 정원의 수직적 공간을 배경으로 완성시킨다.


만약 내가 나무를 그린다면 어떻게 할까? 나무의 형태를 먼저 그리고, 그 안을 사실적으로 하나하나 나뭇잎으로 채워 넣을까? 아니면 초록색으로 단순히 색을 덮어버릴까? 이런 사소한 고민에 머물러 있는 나와 달리, 고흐는 자신감 넘치는 붓 터치로 자연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자신의 내면적 감정을 담아낸다. 그의 작품을 바라볼 때마다, 나는 그 대담함과 창조적 표현력에 대한 존경과 감동으로 마음이 벅차오른다.


고흐가 바라보는 자연은 고흐에게 어떤 존재인지? 왜 자연을 그리고 싶어 하는지? 에 대해서 알고 싶다. 그리고 만일 이 그림을 그리는 고흐를 니체가 만난다면 어떤 이야기를 고흐에게 들려줄지 상상해 보고 싶다.


이 그림은 고흐가 프랑스 남부 생레미드프로방스에 위치한 생폴 정신병원에 머물며 그린 작품 중 하나이다.  그는 1889년부터 1890년까지 이 병원에 자발적으로 입원하며 치료를 받는 동안, 병원의 정원과 주변 풍경을 주제로 많은 작품을 그렸다. 정신적 고통 속에서도 자연을 통해 위로받고자 했던 고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자연과 치유의 공간이었던 생폴 병원의 정원은 고흐에게 안정감을 주는 장소였고, 그는 자연을 통해 내적 평화를 찾으려 했다.


고흐는 밝고 강렬한 색채를 사용해 자연의 생명력과 자신의 내적 에너지를 표현했다. 이러한 색채는 고흐 특유의 감정적 깊이를 반영하며, 단순한 정원의 풍경을 넘어선 강렬한 심리적 울림을 전달한다.


고흐의 붓질은 자유롭고 다소 불규칙적이다. 휘어진 나무나 흔들리는 풀 같은 묘사는 그의 불안한 내면을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꽃이 피고 지고 다시 꽃이 핀다. 나무는 사계절을 견디며 위로 옆으로 성장한다. 정원은 재생과 성장을 상징한다, 고흐에게  정원은 정신적 재탄생과 안식을 의미했을 수 있다. 그는 이곳에서 자신의 예술적 에너지를 되찾으려 노력했고, 정원을 반복적으로 그린 것은 치유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고 볼 수 있다.


생폴 병원의 정원 그림은 단순히 병원의 풍경을 그린 작품이 아니라, 고흐의 내면세계와 자연과의 연결성을 반영한 작품이다. 고흐는 정원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치유하고, 자연의 힘을 빌려 불안과 고통을 표현하며 동시에 극복하려 했다.



만일 니체가 고흐를 만났다면?


니체에게 있어서 자연은 생성과 소멸의 역동적 과정이며 또한 자연은 생명 그 자체로, 억제되지 않는 순수한 생명력과 힘의 상징이다.


만일 니체가 고흐를 만났다면 니체는 자연을 그리며 자연의 생동적 에너지를 통해 자신의 정신적 고통을 치유하려는 고흐를 이해했을 것이다. 고흐뿐만 아니라 현대인들도 사회 생황과 인간관계에서 지치고 힘들 때 도시보다 자연 여행을 통해 힐링하기도 한다. 모든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연이 치유의 어머니임을 알고 있는 건 아닐까 추측해 본다. 나도 마음이 힘들 때 공원에서 산책을 하면 마음이 한결 가볍고 산뜻해지는 것을 느낀다.


인간은 자연과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의 변화와 창조적인 힘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탈자연화를 비판한 니체는 자연과 자연성을 강조했다. 그는 인간과 자연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스스로를 창조한다고 한다. 이 창조는 신이 나 외부의 힘이 아닌, 자기 자신의 의지에서 비롯된 자율적인 과정이다. 이런 변화와 창조는 삶과 자연이 존재하는 방식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


만약 니체가 고흐를 만났다면, 고흐가 자연을 통해 내면을 표현하고, 정신적 고통을 치유하려 했던 그의 예술적 태도를 무척 응원했을 것 같다.


고흐가 자연을 바라보며 그림 속에서 드러낸 자기감정의 결과물은  니체가 말한 자연의 창조적인 본질과 닮아 있다고 본다. 자연이 존재하는 방식과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에 공통점이 있다고 본 니체의 생각처럼, 인간은 자연을 통해 영감을 받고 치유를 경험할 수 있다고 본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위로를 얻고 싶어지는 마음은 고흐의 작업뿐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마음이 아플 때 자연을 만나러 가는 건, 자연이 가진 창조적이고 치유적인 힘을 믿는 행위라고 나는 작은 확신을 가져 본다. 이건 단순히 나의 주관적인 확신이 아니라, 니체의 자연관을 통해 보면 인간과 자연이 본질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깊은 통찰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문헌)

홍사현. (2008). 자기 생산하는 삶, 자연, 세계 -니체의 발생존재론 “세계는 자기 스스로를 탄생시키는 예술작품”. 니체연구, (13), 197-222. http://dx.doi.org/10.16982/jkns.2008..1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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