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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의 사진관 May 29. 2022

빛과 철 _ 가해자는 누구인가?

하나의 사건, 조각난 진실 그리고 각자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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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할 영화 '빛과 철'은 사는 것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작품이다. 단편적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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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자가 하나의 교통사고로 남편들을 잃었다. '희주'의 남편은 죽었고, '영남'의 남편은 2년째 의식불명. 2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희주'는 우연히 '영남'을 맞닥뜨리고, 영남의 딸 '은영'은 희주의 주위를 맴도는데... 하나의 사건, 각자의 이유, 조각난 진실··· 빛과 빛, 철과 철이 부딪치던 그날 밤의 비밀이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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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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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가해자라는 이유로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가던 '희주'는 피해자의 부인과 같은 곳에서  일을 하게 된다. 그녀를 마주칠 때마다 자신의 남편이 죽었음에도 상대의 가정을 부숴버렸다는 생각에 얼어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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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희주의 주인을 맴돌던 '영은'의 말 한마디에 죄책감이 증오로 광기로 변하기 시작하며 사건에 대한 진실을 하나씩 알게 되는데.. 광기의 끝에 다다라 진실을 마주한다. 영화를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누는 것이 아닌 원인에 대해 고민하며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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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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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의 부인인 '희주'와 피해자의 부인인 '영남' 그리고 딸인 '영은'은 그날의 진실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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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주'는 남편이 사고를 냈다는 이유만으로 오랜 시간 죄책감에 시달려 살고 있었고, '영남'은 남편의 몸이 좋지 않았음에도 운전대를 잡은 것을 알고 있었다. '영은'은 사고가 있기 전 아버지가 자살하려 했음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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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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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알지 못했던 진실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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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어서지도 못하는 이가 차를 몰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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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의 남편은 공장에서 일을 하다 사고를 통해 허리를 다치며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 파견직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산업재해로 인정을 받지 못하며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다. 사고가 있기 전 그는 자신이 일했던 공장을 찾아가 칼로 사장을 위협하는데, 자신이 죽으면 직원으로 인정을 해주는지 묻는다. 하지만 대답을 듣기 전 직원들이 만류로 집으로 돌려보내 지게 되는데.. 그것이 마지막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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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주'가 몰랐던 남편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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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있던 날 '희주'의 남편은 처형인 '형주'를 찾아와 술을 마시며 이혼에 대한 것과 그로 인해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것을 밝힌다. 그의 트렁크에는 번개탄이 가득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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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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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교통사고의 피해자는 2명이 아닐지도 모른다. 죄책감을 가지고 살았던 '희주', 평생을 병시중을 들며 살아가야 했던 '영남', 사고가 있던 날 아빠를 말리지 못했던 '영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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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일어난 일에 만약이라는 말을 붙여봤자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붙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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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영은이 그날 본 것을 영남에게 바로 알렸다면

만약에 영남의 남편이 공장에서 사고를 겪지 않았다면

만약에 희주가 이혼을 하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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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건에는 인과관계가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사람이 사는 것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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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0대가 되었지만 아직도 세상을 덜 살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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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마지막에 무엇하나 해결되지 않고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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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주'의 방에 있던 '영은'이 창가에서 아래를 내려보던 장면으로 자살을 했을지도 모른다고 떠올린 것은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불타는 공장을 바라보던 '영남'의 모습, 영남의 남편이 의식을 되찾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희주'와 '영남'이 함께 차를 타고 가다 고라니를 칠뻔한 모습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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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가 고라니를 피하려다 벌어진 사건이 아녔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었기에 열린 결말로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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